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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간 내가 귀엽다고 느낀 것들을 회상해본다. <비애티튜드> 뉴스레터를 열었을 때 쏟아지는 귀여운 이미지들, 다이소에서 청룡의 해 특집으로 내놓은 용 굿즈들(운동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배에 식스팩이 새겨진 용 인형까지 나왔다), 노랗고 파란 체크무늬의 식탁보, <최애의 아이> 캐릭터들, <뿌이뿌이 모루카> 이모티콘, <동물의 숲> 배경음악, 실수를 ‘세탁’해주는 콘셉트의 캐릭터 ‘도구리’ 계정에 올라온 각종 실수담. 더 과거로 올라가니 트와이스의 ‘TT’ 후렴 안무까지도 떠오른다. 귀여움이라는 것이 행동이나 특정 표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하는 회상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귀엽게 느껴진 건 한국에서 세기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디저트, 탕후루다.
탕후루는 왜 귀여울까
탕후루를 먹은 건 몇 번 되지 않는다. 미각적으로도 완벽하다는 평가가 대다수지만, 애써 사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맛보다 나를 사로잡은 건 탕후루의 색감과 쫑쫑 연이어 꽂힌 과일의 정렬이다. 알록달록한 과일이 꽂힌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탕후루의 사진을 보는 데에 집중했다. 발음도 귀엽고, 생긴 모양도 특이하고 귀엽다. 이뿐만 아니다. 탕후루를 소재로 한 물건이나 콘텐츠까지도 구미가 당겼다. 어느 화장품 브랜드에선 탕후루 모양의 ‘대왕 그립톡’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고, 소규모로 소품을 만들어 올리는 SNS 계정들에서도 탕후루 모양의 레진아트가 인기였다.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탕후루 소품 모양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게임 <탕후루의 달인>까지 플레이했는데, 여기서도 귀여움이 ‘폭발했다’. 게임 유저가 직접 설탕물을 끓이고 과일을 꼬치에 꽂아 탕후루를 만들고, 개인 방송으로 ‘먹방’을 한다는 콘셉트다. 그 아이디어부터 게임 디자인까지 모든 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식 유튜브에서 내놓는 쇼츠도 웃기고 귀여웠다. ‘오이 탕후루’와 ‘산타 탕후루’를 소재로 하는 영상인데, 별거 아닌데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알고리즘을 타고 전혀 알 수 없던 세계와 존재를 만나듯, 귀여움에서 출발했지만 기쁨과 재미까지 만나게 됐다. 이게 귀여움의 무서움일까.
어라, 사람도 귀엽잖아?
신기한 것은 탕후루에서 출발해 확산한 사람들의 쇼츠나 SNS 게시글에서도 귀여움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탕후루는 무생물인데 굳이 그걸 먹는 사람에게 귀여움을 느껴야 할까 싶었지만, 탕후루를 서로 부딪히면 나는 청량한 소리를 녹음해 올리는 사람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품절된 ‘딸기 탕후루’를 구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옆 동네까지 가는 한 청소년의 글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귀여움 역시 결국 사람의 힘일까, 혹은 내가 인류애가 너무 많은 탓일까? 친구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귀여움에 대해 묻자, 의외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도 귀엽고, 사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봐도 종종 귀여움을 느껴.” 그러고 보니 주변인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사람들의 귀여움을 하루 한 번은 꼭 마주치는 것 같다. 산책하기 직전 반려동물의 표정부터 앙증맞은 도시락 사진 뒤, 그 피사체에서 귀여움을 발견한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하게 돼서일까. 동물에서 사람까지, 귀여움의 스펙트럼이 확 넓어지는 듯했다.
‘무언가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면 다 끝난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여움은 확실히 우리를 무장해제 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유튜브에서 과학적으로 귀여움을 분석한 영상 몇 개를 시청했다. 인기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
에는 ‘인간이 귀여움에 집착하는 과학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왜 모두가 한마음으로 귀여움을 선망하는지를 알아보는 이 영상에서 귀여움의 대명사로 꼽는 건 역시, 아기와 고양이다. 뇌과학적 측면에서 실시된 한 실험에 따르면, 사람에게 아기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 그들의 뇌를 스캔하면 기분 좋음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귀여움의 정체를 명확하게 밝히진 못했지만, 탕후루를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도 안와전두피질의 영향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귀여움에 너무 쉽게 열리는 지갑이 걱정이지만, 무생물에 이어 사람까지 애정하게 되는 귀여움이라면 어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