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OVER STORY - 가수 홍이삭 (1) 시간을 달려 다다른 나"에서 이어집니다.
순위 욕심은 없었어요?
아마 3라운드와 4라운드 사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쯤 온라인 사전 투표 결과가 처음 발표됐거든요. 거기서 제가 1등을 한 거예요. 솔직히 순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해도 온라인 투표 결과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제가 한 번도 1등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어서요.(웃음) 사실 1라운드 투표 결과는 기존 팬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 오늘만 즐기자. 내일부터는 다시 원점이니까.’ 하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제가 <싱어게인3>에 도전하면서 제일 노력한 부분이 붕 뜨지 않도록 억누르는 일이었거든요. 갑작스레 많은 관심을 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콧대가 높아질 수 있잖아요. 내가 잘하는 것이 뭔지는 나도 아니까 그보다는 못한 부분에 좀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내가 이번엔 이걸 잘했고 이걸 진짜 못했네. 다음 무대에선 어떻게 하면 이 빈틈을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수없이 고민했어요. 또 최대한 주변 환경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시야를 좁히는 연습도 했고요. 당장 앞에 있는 것만 잘하자 하는 마음으로 다음 라운드의 음악을 편곡하고 부르는 데 영향을 줄 만한 요소를 차단하려고 했어요.
<싱어게인3>는 커버곡 위주의 경연이다 보니 본인 노래가 아닌 커버곡으로 홍이삭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본인의 곡 중 가장 ‘나다운’ 곡을 꼽는다면요?
최근 발매한 곡 중에 ‘사랑은 하니까’라는 곡이 있어요. 제가 1라운드에서 불렀던 ‘숲’의 원곡자 최유리 님이 써주신 곡인데, 제가 쓴 곡도 아닌데 가사의 정서 같은 부분이 제 맘에 깊이 와닿더라고요. 특히 후렴구의 “있잖아 난 사실 또 놓인 나의 길을 더 사랑해보려고 했잖아” 같은 가사요. 사실 저는 되게 냉소적인 사람이거든요. 비관적인 면도 좀 있고요. 무대에 서서 많은 사람에게 저를 보여주는 직업을 가졌지만, 속으로는 계속 저를 깎아내리고 수시로 제 단점을 들여다보면서 그걸 어떻게 극복할지를 생각해요. 나보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도 느끼고요. ‘사랑은 하니까’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제 못난 마음과 고민을 예쁜 가사로 포장한 노래예요. 그래서 지금 제게는 그 노래가 가장 나답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삭 씨가 직접 쓴 ‘사랑은 하니까’ 곡 소개에서도 드러나듯 이 노래는 내가 걸어온 길, 나의 선택, 나아가 결국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노래잖아요. 특히 곡 소개 중에서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 내 삶이 비참하다 느껴지기까지 하는 감정”에 대해 말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던 때가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그런 감정을 느껴요. 그러니까 사람마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난 이런 사람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저는 과거에 제가 한 선택에 대해서도 후회를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면 선택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일 때 후회가 남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싱어게인3>가 저한텐 하나의 시험대였던 것 같은 게, 매번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잖아요. 선곡만 해도 그렇거든요. 지난 경험을 돌아봤을 때 비록 나의 선곡이 다른 사람들한테 가닿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후회가 남지 않더라고요.
<싱어게인3>에서는 선곡에서든 편곡에서든 내가 나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나다운 선택을 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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