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덕희
<나, 블루칼라 여자>
박정연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화물차 운전,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 목수, 철도차량 정비원, 주택 수리 기사 등은 이른바 ‘남초’ 직군으로 여겨진다. 작업자의 대부분이 남자인 거친 현장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근력과 입담을 키워가며 ‘험한 일’을 하는 여성들이 있다. <프레시안> 사회부 기자인 저자는 전국 각지를 돌며 이런 블루칼라 여성 10인을 만났다. 이들은 무게 50kg의 아르곤 용접기를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도록 메고 다니고, 일흔 나이에 “여자가 운전을 ×같이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폭염 속 현장에서 간식으로 나온 팥빙수에 우유가 떨어졌으니 우유 좀 짜달라는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또 여자가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그런 일까지 한다며 처량하게 보는 시선도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의 기록되지 않은 직군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여성 노동자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나, 블루칼라 여자>. 주눅 들지 않고 힘 좀 쓰는 언니들의 프로페셔널한 세계가 핍진하게 펼쳐지는 이 책은 직장에서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레퍼런스가 되어줄 것이다. 책 속 이 언니들 좀 멋있다. 아니, 많이 멋있다. 지금 기운 달리는 독자라면 이 멋진 언니들에게 기운 좀 받고 일하자.
<보여주기>
오후 지음, 생각의힘 펴냄
자유롭고 기발한 데다 깊은 통찰력까지 겸비한 채 흥미로운 세상사를 들려주는 ‘지식 스토리텔러’ 오후 작가의 새 책이다. 지적 호기심으로 무장한 그가 이번에 선택한 키워드는 ‘성공’이다. 성공에는 여러 정의가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성공은 “세상을 내 편으로 삼는 법”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교양을 쌓고 지식을 탐구하는 이유는 세상을 내 편으로 삼아 요리조리 살아남는 힘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래서 책 속 성공은 우연하고 허를 찌르며 가끔은 치사하기까지 한 ‘삐딱한’ 성공이다.
체 게바라가 롤렉스 시계를 찬 모습을 담은 사진에 “혁명을 위한 시간(A Time for Revolution)”이라는 카피를 붙여 공산주의자에게도 시계를 파는, 자본주의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롤렉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기 위해 “난 33대의 차를 가지고 있어. 내 부가티는 16기통의 엔진을 가지고 있지. 페라리 두 대 역시 비슷하게 기름을 먹어. (…) 네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내 자동차 리스트와 그 차들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알려줄게.”라는 트윗을 날린 앤드류 테이트에게 “고마워. 아래 이메일로 보내줘. [email protected](작은성기에너지@현생좀살자.com)란 트윗을 날려 ‘어그로 한판승’을 거둔 툰베리. 오후 작가 특유의 호기심과 통찰력에 유쾌하고 도발적인 필력으로 ‘까는’ 성공의 ‘뒷담’들은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고급’ 교양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