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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5 인터뷰

승부욕만 갖고 오세요 - 〈시골, 여자, 축구〉 작가 노해원

2024.07.25

작가 노해원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제11회 브런치북 대상작으로 출판된 〈시골, 여자, 축구〉(흐름출판 펴냄, 2024)의 노해원 작가의 요즈음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여자 축구팀 ‘반반FC’ 소속인 그는 팀의 주장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팀 훈련을 하는 그에게 책 출판도, 축구도 인생에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존재다. 마을 사람들이 사부작 모여 함께 빠르고 강렬한 경기를 만들어내는 〈시골, 여자, 축구〉는 놓치기 아쉬운 이야기다.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축구를 시작한 가족의 반응은 어떤가요?

남편과 아이들 모두 제가 축구를 진심으로 하니까 놀라워해요. 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졌는데, 지금은 ‘이렇게까지?’라는 반응이랄까요. 아이들은 함께 놀거리가 생겨서 좋아하다가, 이젠 축구를 엄마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가족들 사이에서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게 그냥 당연한 일이 되었는데, 그런 면에서 뿌듯하기도 해요.

운동을 위한 기초체력 정비 루틴이 있다면요?

운동만을 위한 루틴은 없는데, 제가 팀에서 제일 체력이 좋은 사람 중 하나예요.(웃음) 열심히 잘 뛰어다니는 게 저의 장점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왜 체력이 좋을까 생각해보니, 몸에 힘이 좋다기보다는 지구력과 정신력이 강한 것 같거든요. 아마 오랜 육아와 살림으로 다져진 것이 아닐까 싶어요.

팀원뿐 아니라 경쟁하는 팀과의 의사소통도 인상적인데요. 스포츠에서 오가는 대화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어린이들과의 경기, 욕설이 오가는 현장 경기장에서의 소통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운동을 하면 날것의 내 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처음에는 그게 낯설고 창피했어요. ‘다음에 어떻게 참여하지…’ 싶었는데 주변 선수들도 다 그러고 있더라고요.(웃음) 거기서 안도감도 오고, 재미있는 추억이 되기도 해요. 특히 대회에 가면 엄청난 승부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거든요. 거친 언행도 가끔 나오는데, 거기서 희열을 느낄 때도 있어요.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요. 축구 하면서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은 운동장에 두고 오자.”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렇게 두고 오는 경험을 쌓았어요.

반반FC 목표가 궁금합니다.

일단은 1년에 한 번은 대회에 나가자는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걸 넘어서는 큰 목표는 늙어서까지 축구를 하는 거고요. 단기적으론 다음 주에 매치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이기는 거예요. 저희 마을에 작은 대안학교가 있는데, 그 안에 여자 축구팀이 생겼거든요. 몇 주 전 매치에서 져서, 이번엔 꼭 이기고 싶어요.(웃음)

책에선 다양한 패배의 경험이 나와요. 이길 없다는 좌절로 이어지지는 않았나요?

어떤 팀과는 대결하면 정말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들과 처음으로 시합했을 때 13대 0으로 졌거든요. 근데 그렇게 좌절되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서로 정말 진심이었거든요.(웃음) 열심히 했어요. 저와 팀이 자존심 상할 때는, 상대가 대충 할 때예요. 봐줄 때. 하지만 어린이들은 정말 진심이었어요. 점수 차가 많이 났는데도 골 기회를 놓치면 화를 내고, 우리 팀이 넘어지든 말든 상대 팀은 정말 열심히 뛰어줬어요.

마인드컨트롤은 어떻게 하세요?

지고 있으면 자존심이 상하는데, 상대방도 진심으로 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팀도 더 진심으로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죠. 물론 승패가 의미 없진 않아요. 그런데 승패보단 승부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사진제공: 노해원

응원단도 있고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팀과 함께하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풍경도 궁금합니다.

훈련을 하다 보면 팀원들의 남편과 아이들이 자주 보러 와요. 또 동네에 농사를 배우러 오는 청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합류해서 뛰기도 하고요. 어떤 부부도 같은 목표로 마을에 왔는데, 부부가 우리와 같이 축구를 해요.(웃음) 여자 축구팀이기도 하지만 마을 축구팀이 되어 함께하고 있어요. 족구팀 하시던 중년 남성분들도 오시고요. 남자 축구의 거친 면모 때문인지, 거기서 뛰는 걸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그 중간 단계로 생각하고 반반FC와 함께 뛰는데 재미있어요.

안에서는 마을 구성원들의 관계성이 부각돼요. 내에서도 SNS 소통이 많이 이루어지고요. 그런 점이 부담되진 않았나요?

사실 부담이 되죠. 스포츠 경기라는 게 막 신사적 만남은 아니잖아요. 거칠게 운동하다 감정이 상할 수도 있고요. 결국은 소통과 관계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책임감이 생겼고, 그 책임감 덕분에 내가 이 팀을 계속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동체 안에 있다는 게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고 봐요.

운동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도 많이 주저해본 사람으로서 뭔가 그 주저하고 있는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신입 부원 모집에 열을 가하고 있는데요, 마을에서 사람들 보면 한번 해보자, 같이 뛰어보자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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