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덕희
〈서울의 심연〉
탁장한 지음, 필요한책 펴냄
저자가 2022~23년의 1년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거주자들과 같이 부대끼며 살아간 ‘쪽방촌 표류기’다. 책은 빈곤 도시를 구축하는 쪽방촌의 생태계를 관통해 보여준다. 쪽방촌 건물주와 입주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빈곤 비니지스를 월세, 세금, 기초수급비, 재개발 등 다양한 면에서 살핀다. 사회복지 시설인 쪽방상담소나 사회운동 단체인 동자동사랑방이 쪽방촌 안에서 하는 일과 업무 방식, 중점 사업 등을 다루어 쪽방촌 내에서의 이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또한 쪽방촌과 개신교 교회의 관계도 살피는데, 교회와 홈리스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고찰이 담겼다.
빈곤 연구 10년 차 청년 연구자가 서울의 밑바닥, 쪽방촌에서 한 극한 체험이자 치열한 기록인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빈곤을 내밀하게 추적한 르포르타주이다. 동자동 쪽방촌에 관한 가장 여실한 묘사와 날것의 이야기가 담긴, 서울 더 나아가 한국의 사회사에도 가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우리의 여름에게〉
최지은 지음, 창비 펴냄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로 단숨에 주목을 받은 젊은 시인 최지은의 첫 에세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3부로 나아가며 한 사람이 과거로부터 이어진 삶을 통과해 새로운 시작 앞에 서는 여정에 함께하게 만든다. 함께하다 보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생의 슬픔과 행복을 다정히 보듬는 필자 특유의 필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조손 가정에서 자라난 유년기를 내밀하지만 담담하게 고백하는데 할머니와, 또 아버지와의 몇 장면이 매우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읽는 이를 뭉클하게 한다. 뜨거운 이 여름 한복판을 덜 지치고 지날 용기를 주는 책이다.
두 부류의 시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로운 시인과 그렇지 못한 시인. 최지은은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문장을 짓는 작가이다. “나는 이것이 시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덜 바쁜 두 눈으로 지금 바쁜 사람을 대신하기. 좀더 홀로 여기에 멈춰 있기. 멈춰서 느리게 숨을 쉬기.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마음 위에 돋아나는 싹을 기다리기. 씨앗의 진동을 믿어보기.” 책 속 이 문장이 그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