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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5 컬쳐

OTT - 이건 농담이 아니야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2024.07.29

글. 황소연 | 사진. 티빙 방송화면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가난한 여성이 능력 있는 부자 남성을 만나 결혼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그걸 애써 ‘순수한’ 연애로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재림(표예진)의 욕망 덕분이다. 아버지의 유언대로, 재림은 부자 남편과 결혼해 팔자 펴는 상상을 하며 사교 클럽 ‘청담헤븐’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재림 앞에는 거짓말처럼 신데렐라 서사가 펼쳐지고, 하루하루 그 꿈에 가까워지는 듯 보인다.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한국 드라마의 단골 서사와 이 드라마의 차이는, 신데렐라의 마음과 표정이 ‘대놓고’ 드러난다는 점이다. 재림은 계획이 어긋나면 분노한다. 돈 많은 남자를 채가야 한다는, 천박하고 속물적으로 여겨지던 소망도 드라마에서 당당한 꿈으로 재탄생한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내레이션, 배우들의 뻔뻔하고 귀여운 연기가 클리셰의 지루함을 누그러뜨린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재림의 노골적인 ‘속물스러움’이 부각되는 만큼, 속물적이지 않은 존재가 누군지를 찾게 된다. 여자를 믿지 못하지만 재림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정하지 못하는 차민(이준영)? 둘 사이를 질투하는 여성들? 재밌는 이야깃거리에 주목하는 ‘청담헤븐’ 사람들? 신기한 건 그 가운데서 재림은 누구보다 착실하게 일하는 노동자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신데렐라 스토리 속 여주인공은 늘 열심히 살았다. 재림이 그들과 다른 건 신데렐라라는 내일의 꿈을 적극적으로 좇아간다는 점뿐이다. 팔자 펴서 ‘편하게’ 살고 싶은 재림의 욕망은, 정말 등장인물의 욕망 중 가장 천박한 걸까?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현실성 낮은 농담 같은 서사 앞에서도 농담이 아닌 순간이 발견된다. 어디까지가 판타지인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재림이 일하는 ‘청담헤븐’에서, 어떤 손님들은 재림과 차민이 가까워지는 것을 불쾌해한다. 소위 막장 드라마뿐 아니라 많은 장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고객 갑질을 견디는 건 재림이다. 그리고 재림은 알고 있다. 돈도 백도 없으면 갑질 그 이상도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결국 참지는 않지만 말이다.) 문득 재벌이자 ‘청담헤븐’ 대표 차민이 부하직원들과 격 없이 친하게 지내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둘 중 진짜 판타지는 무엇이며, 2020년대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무엇이 더 자연스러운 설정일까.

티빙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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