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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8A 컬쳐

뉴 뮤직 뉴 라이프 - 후드티와 스냅백의 주인

2024.10.14

어플로 모르는 음악을 찾고, SNS에서 타인이 추천해준 음악을 캡처했다가 실타래처럼 풀어내며 듣는 게 취미인 에디터가, 신곡은 아니지만 듣기 좋고 재미있는 음악을 추천한다. 새롭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울 음악으로, 조금은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글. 황소연 | 앨범 아트워크. 벅스뮤직‧스포티파이

〈Teach Me How to Dougie〉 앨범

* 〈빅토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빅토리〉를 제작한 마인드마크에서 공개한 미공개 컷에서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Teach Me How to Dougie’에 맞춰 커다란 웨이브를 만든다. ‘더기를 추는 멋진 우리’ 얘기를 금목걸이와 라디에이터 그릴 없이 무심하게 털어내는 이 곡은 발매 시기상 1999년 거제가 배경인 〈빅토리〉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0년대를 지나며 필선과 미나, 세현(조아람)이 걸스 힙합을 녹여낼 곡을 찾아 들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이 미공개 컷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시선과 상체의 무게중심을 왼쪽, 오른쪽으로 옮겨가고, 나아가 추는 사람의 그루브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춤 더기가 궁금하다면 ‘Teach Me How to Dougie’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속성으로 배울 수 있다. 특히 이 뮤직비디오에선 당시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주류로 등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인종과 외형, 나이대의 사람들이 더기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대략 6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까지) 이런 설정은 〈빅토리〉에도 있다. 성격도 외모도 각각인 치어리딩 팀이 각자 10대의 고민과 어려움을 갖고 춤추고 응원한다.

〈TLC〉 앨범, 디바 2집

거제 디바들의 플레이리스트

초점을 2000년을 1년 남긴 시점에 더 맞춘다면, 필선과 미나, 세현이 꽂혔을 것 같은 곡이 선명해진다. 팝 컴필레이션 시리즈인 ‘Max 5’ 테이프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이나 라디오를 통해 TLC의 명곡 ‘No Scrubs’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혜리는 최근 〈빅토리〉에 대한 사랑에 감사를 표하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이 곡을 첨부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자주 언급된 그룹 디바와 TLC의 스타일이 완전하게 맞아떨어지는가에 대해선 리스너의 취향에 따라 의견이 다를 테지만, 두 팀의 음악을 한 플레이리스트 안에 갖춰놓으면 듣는 재미는 훨씬 풍성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필선과 미나가 댄스팀 모집을 위해 온 반을 돌며 순회공연을 할 때 등장한 ‘왜불러’는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했다. 1998년 9월 11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한국영상음반협회는 ‘70여 회원사가 국세청에 낸 세금계산서’를 토대로 3~8월 음반 판매량을 공식 집계해 발표했는데, 디바 2집은 11위를 차지한다.(23만 1천 32개)(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엄정화와 김장훈의 앨범 판매량을 뛰어넘을 정도로 ‘왜불러’는 인기 있었지만, 한편으론 같은 앨범엔 힙합비트를 강조한 전개의 ‘Joy’와 데뷔앨범엔 더블 타이틀인 ‘그래’가 있다. 한국적 흥과 한국어 가사의 기막힌 포텐셜이 일품인 ‘왜불러’가 〈빅토리〉 듀오가 선택한 곡으로 더 빛나는 건, 필연적으로 바닥을 쓸어야 하는 뉴잭스윙과 힙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팀이 장르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건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순간이다. 가수든 댄서든.

듀스 데뷔앨범 〈Deux〉, 디베이스

이제 우리가 시작하겠어, 바로 여기서

서태지와 아이들 2집이 발매된 해, 듀스는 데뷔앨범 〈Deux〉의 타이틀 ‘나를 돌아봐’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필선과 미나는 치어리딩팀 모집을 위해 이 곡을 배경으로 교실 바닥을 쓸고 다닌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후드티를 입었고 미나는 스냅백을 뒤집어썼다. 댄스는 ‘삘’이라는 필선의 말이 이해 가는 착장이다. 새 천년을 맞이한 뒤엔 어떤 곡을 틀고 바닥을 쓸었을까? 디베이스의 1집 타이틀곡, ‘모든것을 너에게’가 그 답이 될지도 모른다. 큰 보폭으로 스텝을 밟아야 하고, 뮤직비디오엔 힙합 댄스브레이크가 있다.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일어나고, 덤블링을 하고, 높이 점프한다. 치어리딩 무대에서 스턴트 동작을 하자며 세현을 조르던 필선이 떠오른다. 가사를 잘 듣다 보면 숨겨진 재미 요소도 있는데, 이미 알려진 이스터에그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 글에서는 비밀로 하고자 한다.

‘모든것을 너에게’는 바비 브라운이나 자넷 잭슨처럼 전통적인 뉴잭스윙은 아니지만, 듀스가 연상될 수밖에 없는 곡이다. 게다가 듀스의 ‘우리는’, ‘나를 돌아봐’가 가진 특별한 심각함이 있다. 나는 그 심각함을 한국 뉴잭스윙의 투지라고 부르고 싶다. 디베이스 2집에도 ‘Go’와 ‘What’ 등 뉴잭스윙 터치의 곡이 있으니 체크하길 권한다. 뉴진스의 ‘Supernatural’에 푹 빠졌다면 프린스의 ‘New Power generation’, 한국의 뉴잭스윙 장인 기린이 김아일과 휠라 커머셜송으로 함께 부른 ‘MY FILA’, 베리베리의 ‘Super special’, ‘불러줘’, 크러쉬와 자이언티의 ‘Hey Baby’ 도 추천한다.

영화의 시작, 필선과 미나는 위풍당당하게 펌프를 밟는다. 가요계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틀을 깬 히트곡, ‘하여가’에 올라타는 순간이다. 이 곡은 두 사람에게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일러주지 않았을까. 풍운의 꿈을 안고 상경할 계획을 세우는 필선과 미나는 어른들과 달리 자신들의 꿈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돌파구만이 있다고 믿는 이들만이 가지는, 소년만화 속 이글거림이 읽힌다.

이후 거제를 떠나려는 필선에게 미나는 자신의 분신 같은 스냅백을 건넨다. 춤을 추는 것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순간에도 이들은 춤을 춘다. 제1의 주인공을 세우지 않고도 열렬한 응원을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관객과 고루 나눠 가지려는 영화의 만듦새가 신나는 비트를 들으면 힘이 생기는 순간과 묘하게 닮았다. 이 후드티를 입고, 스냅백을 쓰고 스텝을 밟아보라는 응원의 느낌. 인생도 댄스도 ‘삘’이 중요하니까.

[소개된 앨범]

Cali Swag District 〈The Kickback〉(2011.7.12.)

Various Artists 〈Max 5〉(1999.07.)

TLC 〈Fanmail〉(1999.2.23.)

디바 〈Snappy Diva’s Second Album〉(1998.04.20.), 〈Funky Diva〉(1997.08.29.)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1993.06.21.)

듀스 〈Deux〉(1993.04.23.), 〈Deuxism〉(1993.12.30.)

디베이스 〈D.Bace vol.1〉(2001.05.03.), 〈The Return〉(2003.08.13.)

뉴진스 〈Supernatural〉(2024.06.21.)

프린스 〈Music from Graffiti Bridge〉(1990.8.20.)

기린 〈My Fila(Fila Gang)〉(2014.10.16.)

베리베리 〈지금부터 베리베리해 OST〉(2018.09.21.), 〈VERI-US〉(2019.01.09.)

크러쉬 〈Crush On You〉(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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