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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7 스페셜

소비 줄이기, 어디까지 가능할까 - 무지출 챌린지를 둘러싼 관점들

2024.09.13

젊은 세대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지출을 극적으로 줄이고, 이를 SNS 등에 인증과 기록을 하는 행동을 칭하는 단어, 무지출 챌린지. 절약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비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무지출과 소비생활에 대한 경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 황소연 | 사진제공. ㄱ씨

일부러 무지출결심 해도

자연스럽게 저지출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본 뒤 덩달아 절약을 시작한 ㄱ씨(@woojoo_living)는 4일 동안 돈을 쓰지 않은 이력이 있다. “주간 생활비는 15만 원 정도로 책정했어요. 지켜진 적은 없지만요.” 유튜브와 SNS 콘텐츠를 보면,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이들은 대체로 한 주 혹은 한 달간 금액 상한선을 정해 지출을 한다. 생활비 절약을 목표로 하는 이들부터 적금이나 주식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한 경우까지 목표도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일부러 무지출을 결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저지출’을 하게 된다는 이들도 있다. 2인 가구이자 30대 직장인인 ㄴ씨는 “돈을 안 쓰는 날은 적지만, 요즘 물가가 올라서 사실상 무지출 챌린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월급 모아서 집 사고 아파트에 들어가는 게 이젠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세일 때 투자 열풍이 불고 너도나도 주식을 해보는 시기가 있었잖아요. 주위 사람들 권유에 몇 주 정도만 주식을 사고팔아봤는데, 어차피 제가 가진 돈으로는 소박하게 굴려도 이익이 크게 남지 않더라고요.” 리스크가 더 큰 코인은 차마 도전해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특별한 무지출 챌린지로 절약을 크게 하기보다는 아내와 함께 배달 음식과 외식을 줄이면서 생활한다. “한 달에 외식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일을 손에 꼽힐 정도로 줄여가고 있어요.” 20대 사회 초년생 ㄷ씨 역시 무지출 챌린지를 하고자 다짐한 게 아닌데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회사에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사흘까지는 무지출을 해봤는데, 그 이상은 무리였어요. 공과금이나 보험료, 월세, OTT 구독료 등이 빠져나갔거든요.” 비슷한 시기에 떨어지는 샴푸, 로션 등을 살 때도 한꺼번에 큰돈이 들었다. “최대한 할인 품목을 구매했는데, 보상 심리로 종종 주말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식으로 지출을 했어요.”

쉽지 않은 쓰기

할인 찬스, 묶음 상품, 쟁이기 대신 필요할 때마다 구매

습관적으로 먹는 간식을 끊는 게 가장 어려웠다는 ㄱ씨가 나흘이나 지출을 하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물건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넘치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품목은 평생, 다시는 구입할 일이 없을 수 있겠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그간 펜 사는 걸 좋아했는데, 펜들을 다 쓰기 전까지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가뜩이나 컴퓨터로 업무를 하는 시대기도 하고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펜을 사는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ㄴ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이거 예쁜데’ 하고 구매하는 일도 줄었어요. 생필품이 아니면 거의 사지 않게 되었고요. 이젠 2+1 같은 묶음 제품에도 손이 가질 않는 정도가 돼서, 할인 제품을 쟁여두기보다도 당장 필요한 하나만 사서 쓰는 방식으로 소비를 더 줄이고 있어요. 물가가 올라서 그렇게 되더라고요.” 대량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소량 구매보다 이득이라는 기존의 인식과 반대로, 낮은 지출을 지향하는 이들은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미리 사두지 않는다. 오히려 할인 품목을 많이 사두는 것이 저지출, 혹은 무지출의 반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평소 앱테크를 자주 하고, 일주일간 저지출의 일환으로 하루 3천 원에서 5천 원 이하의 돈을 써봤다는 1인 가구인 개발자 ㄹ씨는 ‘냉장고 파먹기’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앱테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엔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어플에서 포인트나 쿠폰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를 하는데, 앱테크를 위해 매일 출석 체크와 미니게임 등을 하고 광고를 보다 보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돼요.”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모인 할인 쿠폰을 기간 내 사용하기 위해 또 다른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게 ㄹ씨의 설명이다. “앱테크로 모인 보상을 물건 구매에 사용하면 뿌듯하긴 한데, 복잡한 마음이에요. 쿠폰을 쓰면 괜히 돈을 썼나 싶고, 그렇다고 날리자니 아까운 마음이 들거든요.” 그는 보상이 적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현금성 포인트를 쌓는 것을 추천했다.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덜한 건 현금성 리워드 같아요.” 무지출을 목표로 삼았던 ㄱ씨가 했던 고민 역시 ‘혹시 지출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돈을 안 갖고 다녀야 안 쓰는데, 혹시나 싶어 비상금을 넣고 다니면 그날은 지출을 꼭 하게 됐어요.”

경제적 자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무지출 챌린지로 소비를 성찰하는 사람들

무지출 챌린지와 절약은 소비생활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ㄱ씨는 최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무지출을 다시 시작했다. 절약한 돈으로 학비를 내기 위해서다. 더 장기적인 목표도 있다. “집을 사고 싶어졌어요. 돈을 모으는 데 있어 목표가 반드시 세워져야 하더라고요.” 주식 투자 등에도 관심이 있다.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의 ‘모으기’ 기능을 선호합니다. 정말 소액이지만 달걀 나눠 담기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는 건강하게 무지출을 하기 위한 방법도 조언했다.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오히려 강박적으로 쓸 곳을 찾는 것 같아요.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는 연습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ㄴ씨의 아내 ㅁ씨는 무지출 챌린지에 대해 드는 복잡한 생각을 털어놨다. 일전에 온라인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한다면서 엄마의 ‘집’에서 ‘집밥’을 먹는다는 언급이 화제가 된 일을 떠올리며, 이것이 과연 무지출 챌린지가 맞는지, 그 정의는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얻는 것(돈)이 있다면 잃는 것(엄마의 노동력 등)이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돈이 많은 누군가, 혹은 다수가 돈을 쓰지 않고 묶어두면 자영업자가 어려워지는 등 내수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기도 하고요.” 그는 최근 지출을 줄이면서 소비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하는 중이다. “최대한 ‘좋은 지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비건 식당이나 여러 차별을 두지 않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행위를 들 수 있어요. 제가 자주 가면 비건 식당은 바빠지고, 그러면 그 수요를 알아보고 또 다른 비건 식당이 생길 가능성이요.” 그는 땀 흘려 번 돈이 허투루 지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글은 "SPECIAL - 주식 없는 경제생활 - 나만의 투자를 찾는 사람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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