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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7 스페셜

주식 없는 경제생활 - 나만의 투자를 찾는 사람들

2024.09.13

물건을 사는 지출이 아닌, 투자로 생각되는 주식. 주식을 사고파는 투자는 소비생활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을까. 어플을 활용한 소액 주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투자는 생활화되었다. 예금과 적금보다 낫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만, 그럼에도 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주식을 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주식 대신 선택한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글. 황소연


좋아하는 일에 하는 노력이 투자

정병욱(36세, 음악평론가)


주식을 하는 이유

주식과 코인 투자를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관심이 없을 듯합니다. 코인의 경우 그것이 실물 경제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적어 실물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식 투자마저 하지 않는 건 노동이나 실제 서비스 제공을 통한 경제활동을 선호하는, 제 개인 신념과 관련이 있어요. 코인과 주식이 지닌 변동성하고는 무관합니다. 투자 수익이 분명한 자산이라도 그것이 구체적인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욕심을 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주식 투자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 대해

다른 분야에서도 제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게 많다 보니 그냥 그렇구나 해요.(웃음) 사실 경제 상식과 가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물론 동시대 많은 자본이 몰리거나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과 코인과 같은 자산 투자를 멀리하는 게 덜 일반적이거나 더 어려운 선택일 수는 있겠죠. 다만 경제 상식이라는 건 투자 지식과 기술 너머 자기에게 적합한 경제적 사고와 판단 능력을 키우는 게 중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경제, 소비생활에 있어 바라는

한국이 다양한 노동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투자에 혈안이 되지 않더라도요. 학부에서 독문학을 전공해서, 독일에서 한동안 교환학생 생활을 했어요.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접했죠.

내가 주식 대신 투자하는 영역

실제 경제활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근로 소득을 선호하다 보니 실제로 일하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과 경제활동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왔어요. 앞으로를 위해 제가 일할 수 있는 영역에 관한 공부라든지, 그 일들을 함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돈 쓰는 일이 제겐 그나마 투자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이들에게 투자

황가람(23세, 직장인)


주식을 하는 이유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가족 중 주식을 하는 사람이 없고 접해본 적도 많지 않아서인데요.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자산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황이어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친구들과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주식과 코인 얘기가 나와요. 친구들이 각자 노후와 미래를 위해 자산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볼 때 ‘나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고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평생 일을 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긴 하더라고요. 미래의 불확실성이 걱정될 때 종종 설득이 돼요.

주식 투자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 대해

확실히 주식이나 코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말했듯이 저도 불확실성에 오는 불안함이 들 때 ‘돈이라도 많이 모아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쉽고 확실하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자본을 통해 그런 불안함을 해소하려는 게 아닐까요? 우리 사회 자체의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큰 자본을 모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듯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또 자연스럽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준비하지 않고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듯해요.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주식이나 코인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경제 상식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런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보다 큰돈을 모으는 것’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것이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열심인 그 사람들이 걱정되기도 해요. 돈은 정말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은 당연히 있다가도 없는 건데, 돈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없어졌을 때의 상실감과 좌절감이 너무 커서 삶의 의미를 다 잃어버리진 않을까 싶거든요.

앞으로의 경제, 소비생활에 있어 바라는

물가 안정도 꼭 되었으면 좋겠고, 전세 사기도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해요. 결국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이 정책적인 부분에서 해결되어야 할 듯해요. 경제생활에 있어서는 어떻게 하면 내가 번 돈과 나 자신이 좋은 조력 관계가 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전에 〈돈의 속성〉(김승호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2020)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돈에 일종의 인격적인 속성이 있어서 내가 소중히 대하면 내 옆에 오래오래 있으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예‧적금을 통해 이자가 생기는 것을 의미)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가 되어준다고 하는 내용을 봤어요. 또 쉽게 번 돈, 막 대하는 돈은 금방 내 곁에서 사라져버린다고 하더라고요. 그 책을 읽고 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이제 막 스스로 번 돈이 생기는 만큼 더 필요할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주식 대신 투자하는 영역

예‧적금을 꾸준히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투자를 해요. 투자라기엔 좀 그렇지만 내 곁에 오래 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는 일이 많거든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삶에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까요. 언제든 다시 나를 일어나게 하는 저만의 지지 체계랄까,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합니다.


오직 적금뿐, 돈에 있어선 보수적인 선택을

ㅊ씨(20대 중반, 직장인)


주식을 하는 이유

복잡한 걸 싫어하고 투자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괜히 한번 알아보고 시도했다가 낭패를 보거나 못 빠져나오면 어떡하나 싶거든요. 뉴스나 주변에서 돈을 잃은 사례들을 접하기도 하니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요. 특히 코인에 관해서요. 자산을 불려주는 일종의 금융 상품이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도박과 같은 사행성을 띠는 느낌이에요. 주식을 안정적으로 잘 운용하는 사람도 본 적 있어서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시작했다가 거기에 매여버릴까 봐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많은 돈을 있는 기대감에 대해

금융 전문가처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무작정 큰돈을 벌기 위해 뛰어드는, 일종의 개미들은 어차피 수많은 투자자 중 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든달까요.(웃음) ‘나는 좀 특별할 거야’, 혹은 ‘혹시 떡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번 넣어나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의 돈으로 특정한 누군가의 배가 부르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혹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바보가 되는 느낌이에요. 제게 투자는 적금밖에 없어요. 직관적이고 정직한 방법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집값을 보면 내 집 마련은 어림도 없겠지만 번 돈이 쌓여가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해요.

이 글은 "SPECIAL - 숲의 기억 - 화폐경제 이전, 생동하는 연결망을 찾아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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