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윤지 | 사진. 김슬기 | 헤어. 하루 | 메이크업. 이은주 | 스타일리스트. 신혜연
리더 제이비의 말에 따르면 영재는 웬만한 일이 아닌 이상 힘들어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던데요. 한계다 싶을 때야 말을 꺼낸다고. 그런 성격 때문에 연습생 생활이 더 힘들지는 않았어요? 연습생 기간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짧았잖아요.
제가 연습생 기간이 7개월 정도였거든요.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죠. 그 시간 안에 몇 년씩 연습한 멤버들을 따라가야 하니까 힘들긴 했지만, 멤버들 앞에서 힘든 티를 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회가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연습하느라 바빠서 힘들어할 시간도 없었고요.(웃음) 제일 일찍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연습 끝나고 집에 가려다가도 옆방에서 소리가 들리면 괜히 물 뜨러 가는 척하면서 누가 아직 안 갔나 슬쩍 확인하고 그랬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연습실 문을 닫고 나가야겠단 생각이 있었나 봐요. 좀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는데, 사실 저는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한 멤버들이 되게 부러웠어요. 멤버들은 당시에 월말 평가다 뭐다 해서 무대 경험이 많았는데, 저한텐 사실상 데뷔 쇼케이스가 첫 무대였거든요.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채로 매일 무대에 오르면서 내가 진짜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고, 동시에 무대를 많이 해본 멤버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죠.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연습밖에 없으니까 괜히 연습에 더 매달렸던 것 같아요. 새벽 2-3시에 스케줄 끝나고 와서는 보컬 선생님 붙잡고 죄송한데 레슨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하고 그랬었는데. 돌아보면 추억이죠.(웃음)
평소 눈물도 없는 편이죠? ‘Fly’로 첫 엠카운트다운 1위를 한 후 눈물을 보였을 때 팬들은 물론 다른 멤버들도 영재가 우는 걸 신기해했을 정도잖아요.
맞아요. 활동하면서 운 적이 거의 없어서 그땐 다들 놀랐죠. 다른 멤버들을 보면 서로 힘든 일을 얘기하다가 막 울고 그러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혹시 눈물이 나는데 참는 거 아니에요?) 물론 참을 때도 있긴 한데, 눈물이 없는 편인 것 같긴 해요. 근데 ‘Fly’로 1등 했을 때는 너무 행복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노력한 게 의미가 있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또 ‘Fly’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짜 힘들었는데 그때 생각도 나고.(웃음)
아무리 눈물이 없는 영재라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연습생 때는 울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때는… 혼자 몰래 울었죠.(웃음) 그 당시에는 남들 앞에서 우는 게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연습생 됐다고 신나서 서울 갔는데,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힘들다고 하기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어디에다 말은 못 하고 혼자 한강에 자주 갔던 기억이 있어요. 어차피 다이어트도 해야 하니까 겸사겸사 가서 혼자 신세 한탄하면서 울고 그랬죠.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들 하는데, 여전히 눈물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는 많아진 것 같아요. 최근에는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를 보고 울었어요. 우리나라 선수가 텐, 텐, 텐을 딱 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좀 어이없었던 게 생중계도 아니고 클립 영상을 보고 울었어요.(웃음)
보통 슬프기보다는 행복할 때 우는 편인가 봐요.
이상하게 슬플 때는 눈물이 잘 안 나요. 슬프면 오히려 짜증이 난다고 해야 하나. 눈물이 쏙 들어가고 얼굴이 빨개져요. 슬픈 영화를 봐도 잘 안 울어요. 오히려 영화에서 행복한 장면이 나올 때 더 울컥해요. 더 바랐던 순간이라 그런가?
한강에서 혼자 울곤 했던 연습생 시절의 영재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네가 힘든 거 티 내봤자 너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고. 너무 차가운가? 그렇지만 내가 나한테 하는 말이니까 좀 가혹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음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부모님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고도 말해주고 싶은데 당시의 저한테는 힘든 일이겠죠.(웃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중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우선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노래를 한 곡 정도 더 내면 좋지 않을까 해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한번 길게 휴가를 떠나고 싶어요. 쉬고 싶다기보다는 제가 쉬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오랜 시간을 두고 스스로 쉬는 방법을 좀 찾아보고 싶어요. 예전에 코로나19로 일정이 다 취소돼서 강제로 휴가를 가진 적이 있었거든요. 한 2주 정도 쉬었나? 처음 3일은 진짜 좋았어요. 하루 종일 게임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근데 딱 3일이 지나니까 ‘나 이래도 되나?’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사실 2주 정도 쉰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잖아요. 근데 그렇게 길게 쉬어본 적이 없다 보니까 그냥 저 스스로 불안했던 거죠. 그때 당시에는 취미랄 것도 없었고, 쉬는 동안 할 거라곤 맛있는 거 먹고 게임 하는 게 끝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요즘도 크게 달라진 건 없거든요. 조금만 오래 쉬어도 ‘나 이렇게 쉬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긴 휴가를 통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도 괜찮다는 걸 저 스스로한테 좀 인지시켜주고 싶어요. 이렇게 해도 세상 안 무너지니까 그냥 편하게 쉬라고. 이번 휴가 땐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아직 안 가본 곳이 많아서요. 차를 타고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