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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9

INSP - 펜타닐의 위협

2024.11.19

수술 후 통증 완화를 위해 펜타닐을 투약하기 시작했던 코리 제임스(Cory James)에게는 친구 두 명의 죽음을 지켜본 것이 마약을 끊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마약 중독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글. 사라 아사손(Sara Assarsson) | 한글번역. 고다솔 | 기사제공. 〈팩텀(faktum)〉

오후의 햇빛 속에서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해진 주차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앨라배마주 남부 도시 모빌의 외곽 지역인 틸만스코너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 뒤편에는 버려진 쇼핑 카트 몇 개가 있다. 약 2년 전 플로리다주에서 틸만스코너로 이사 온 코리는 자전거 핸들에 팔을 늘어뜨린 채 친구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 밤을 이야기했다.

코리는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친구에게 계속 인공호흡을 했지만, 너무 늦었다.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잔혹하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제는 마약을 끊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친구의 마지막을 지켜본 후 평소처럼 살아가기 어려워졌다. 안전망이 거의 없는 앨라배마주에서는 정상적인 삶을 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모르핀보다 최대 100배 더 강력한 합성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펜타닐은 미국 내 통제 대상이 되었다. 미국 전역의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수는 3년 연속 10만 명이 넘었다. 그중 약 3분의 2는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펜타닐은 2g만 투약해도 치명적인 약물이다.

2023년 미국 마약단속국은 대마초부터 불법 조제된 처방 약물까지 모두 펜타닐과 같은 합성 마약성 진통제가 첨가되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리는 “펜타닐의 늪에 빠지기 매우 쉽다.”라며, 일반 담배에도 마약 단속 약물을 첨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코리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는 홈리스로 생활하면서 약물 중독과 질병에 시달리던 때를 이야기했다. 의사에게서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펜타닐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펜타닐은 매우 위험한 약물이다. 펜타닐을 끊은 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심각한 금단 증상을 겪고 있다. 매우 고통스럽다.”라고 밝혔다.

코리는 1년 6개월간 길거리에서 홈리스 생활을 했다. 월마트 뒤편 대형 주차장 옆 덤불 속에서 잠을 청한 날이 많았다. 그는 “항상 무너진 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물건을 훔쳐 간 탓에 평화로운 날이 거의 없었다. 한때 번듯한 직장에서 많은 월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아빠로서 자식들을 볼 면목이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펜타닐 중독자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

목요일마다 교회에서는 지역 홈리스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다. 오후 이른 시각이 되면 음식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모빌 지역 중독 증상 회복 지원 비영리단체인 PEIR(People Engaged in Recovery) 직원 카렌 엘모어(Karen Elmore)는 인구 18만 7,000명인 모빌에서만 지역 전체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 3,000명이 노숙을 한다고 전했다.

8년째 금주 노력을 이어오다가 이제는 각종 중독에 시달리는 이들의 회복을 돕는 중인 엘모어는 “홈리스 모두 마약 중독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독 증상을 겪고 있다.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실제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상태인 이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고 말했다.

엘모어와 PEIR 관계자는 당국과의 연락을 위한 도움이 필요하거나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이들, 혹은 PEIR을 찾아 상담을 청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PEIR 관계자 모두 직접 경험한 바를 통해 중독 증상을 떨쳐내는 일이 오래 이어질 힘겨운 싸움이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PEIR의 또 다른 직원인 린지 틸러리(Lyndsey Tillery)는 어머니의 물건을 몰래 팔아 약물을 구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틸러리는 “내가 중독에서 못 벗어났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평생 짊어져야 할 과거다. 단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빌 시내에 있는 PEIR 건물 내벽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사진 20여 장이 붙어 있다. 젊은 여성과 중년 남성이나 여성이 함께 촬영한 사진도 이따금 보였다. 엘모어는 사진을 가리키며 “PEIR의 천사들이다. 대부분 펜타닐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펜타닐은 어디에나 섞여 있다. 대마초 판매상도 판매하는 약물에 펜타닐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말 그대로 몸속에서 피부를 갉아먹는 마약인 자일라진도 있다. 펜타닐과 자일라진 모두 끔찍한 약물이다.”라고 전했다.

62세인 존 베일스(John Bayles)는 거주지가 없는 버밍엄 인근 지역 주민 수천 명 중 한 명이다. 가구 회사에서 해고된 후 지금까지 1년하고도 조금이 넘는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잠을 청했던 베일스는 낮이면 버밍엄 시내 교회 관리인 겸 잡무 도우미로 일한다. 교회 신도들은 갈 곳이 없는 홈리스와 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이들, 기타 소외된 이들을 돕는다.

베일스는 “1998년 이후에는 마약에 손을 댄 적이 없다.”라며, 교회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일스는 날마다 중독의 늪에서 허덕이는 젊은이들을 본다. 그는 “크랙, 대마초, 펜타닐 중독자를 본다. 간혹 세 가지 약물을 모두 섞어서 투약하는 이들도 있다. 삶이 무너진 이들을 오랜 세월 여럿 보았다. 과거에는 크랙 투약 후 사망하는 사례가 간혹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크랙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적다. 펜타닐이 어디에나 섞여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을 가리키며, “옛날에는 소방서 건물이었다. 이제는 응급 구조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응급 구조가 필요한 상황 중 더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늦었을 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앨라배마주와 미시시피주는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버밍엄은 종종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버밍엄의 인구 1명당 폭력 범죄 발생률은 시카고,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보다 높다. 베일스는 “길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곳이 되었다. 중독 증상에 시달렸던 과거보다 요즘 들어 폭력 범죄를 목격하는 일이 더 많다. 펜타닐을 비롯한 여러 합성 약물은 갈수록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절망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전했다.

총과 마약, 비적정 주거… 미국의 과제

버밍엄 시내에 있는 파이어하우스 미니스트리스(Firehouse Ministries) 쉼터 소장인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은 버밍엄 지역에는 실질적으로 사회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이곳은 앨라배마주 전 지역에서 접근하기 쉬운 유일한 쉼터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쉼터는 1980년대에 교회 여러 곳이 노숙 생활을 하는 이들을 돕고자 설립됐다. 존슨은 당시 아무도 홈리스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오늘날에도 종교와 관련된 자원봉사 단체가 상당수 사회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취침 몇 시간 전 쉼터 입구 바깥에 모인 홈리스 12명에게 침대를 제공했다. 금속 탐지기가 울리자 어느 한 젊은 남성이 코트 주머니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존슨은 “쉼터는 무기, 마약 등 각종 물품을 버릴 수 있는 자진 신고제를 운영한다. 쉼터에서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펼친다.”라고 설명했다.

존슨은 쉼터에서 근무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수가 확실히 늘었음을 느낀다. 존슨은 “미국에서는 펜타닐 위기만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주거 위기도 심각하다. 주택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 쉼터를 찾는 이들 다수가 직장은 있지만, 각자 다른 이유로 과거처럼 주거비를 부담하지 못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치솟은 주택 가격 탓이다.”라고 말했다. 쉼터에 도움을 청하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중독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존슨은 “길거리에 나가면, 헐값에 펜타닐을 구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얼룩진 건물 주변 아스팔트는 금이 간 상태이다. 아스팔트 틈새에는 잡초가 자랐다. 창문은 가려졌고, 마당은 황폐해졌다. 로스 회복지원 전문가 단체(ROSS Recovery Organization of Support Specialists)에 근무하는 69세인 브라이스 한킨스(Bryce Hankins)는 버밍엄과 베세머 사이에 있는 11번 고속도로에 있는 모텔을 가리키며, “저곳에서 밤을 보낸 날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숙과 중독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독자는 거주할 곳이 있어도 결국에는 길거리로 나가게 돼 있다. 무언가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늘 따라다녔다.”라고 말했다.

한킨스는 14년째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마약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회복 후에는 더 일찍 끊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라고 밝혔다. 한킨스에게는 자녀가 아버지인 자신과 거리를 둔 일이 술과 마약을 끊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킨스는 “당시 중요한 것을 모두 잃었다고 느꼈다. 열다섯 살에 술과 마약을 시작해 쉰다섯 살이 될 때까지 중독자로 살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삶 중 오랜 시간을 보낸 작고 허름한 모텔과 황폐한 주차장 등을 보여주었다. 이내 불에 탄 건물 한 채를 가리키며, “옛날에는 빙고 홀이었던 곳이다. 그전에는 스트립 클럽이기도 했다. 몇 년 전 개울 아래에서 여성 사체가 발견됐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마약 중독자의 사체로 알려졌다. 사체의 목 주변에는 멍이 있었다. 누군가가 목을 졸라 살해한 흔적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굳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남쪽을 향해 차로 몇 시간 더 이동하자, 모빌의 어느 쇼핑센터 앞에 한 남성이 서 있었다. 남성은 3년 가까이 홈리스로 생활한 적이 있는 35세 다니엘 젠킨스(Daniel Jenkins)라는 인물이다. 젠킨스는 군 복무를 마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다가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펜타닐을 비롯한 각종 마약성 진통제의 늪에 빠져 허덕이게 되었다. 몇 달 전 젠킨스는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코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살 시도를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리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나를 발견했다.”라고 전했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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