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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9 커버스토리

오늘 간 식당, 생존인가요 - 〈흑백요리사〉가 남긴 요리와 맛에 대한 인상

2024.11.26

〈흑백요리사〉를 본 사람들의 감상은 제각각으로 갈라졌다. 서로 다른 입맛처럼. 미식에 대한 기대와 준비를 일상의 동력으로 여기는 이들은 점점 늘어난다.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한층 더 뜨거운 화두가 된 좋은 요리와 맛 평가, 괜찮은 식사 경험에 대한 〈흑백요리사〉 시청자들의 생각을 모았다.


글. 황소연 | 스틸제공. 한국 넷플릭스


요리왕이 되고 싶은 요리 초보


‘많이’ 먹는 걸 즐기지 않는다. 집에선 엄마, 이모가 보내주신 반찬으로 배우자와 식사를 한다. 한번 외식할 때 맛있는 걸 먹고자 한다.

최근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서 인스타나 지도 앱에서 ‘핫플’이 아닌 곳만 갔다고. 그 소감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안 갈 듯한, 허름한 외관의 식당에 주로 방문했다. 생선구이나 된장찌개가 나오는 한식집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핫플에 안 간 이유는 인파에 휩쓸리는 게 힘들고, 광고와 광고 아닌 후기를 구분하기 어려워서다. 외부 정보로부터 반대되는 선택을 했다. 그런데 내가 방문한 곳도 맛집을 알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가면 얼마든지 핫플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먹는 걸 즐기지 않는 편에 속하는데 〈흑백요리사〉의 재미는 어떤 것이었나.

맛집에 가도 많은 양을 먹을 수 없으니 효율이 낮다. 다만 많이 먹는 걸 즐기진 않지만 요리를 좋아한다. 〈흑백요리사〉는 경쟁이 주요 소재지만 참여자들이 공통되게 추구하는 전문가다움이 멋있었다. 물론 팀전으로 요리사들을 탈락시킬 땐 진짜 ‘K스럽다’고 생각했다.(웃음) 경쟁하는 와중에 요리사들이 개개인의 매력을 보여주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팀전 후 김이 빠졌다. ‘하차각’이었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봤다.

좋은 식사 경험과 나쁜 식사 경험의 차이는?

접객과 서비스에서 갈린다. 노키즈 존이면 아무리 맛있는 곳이어도 갈 생각이 사라지는 것처럼, 비건 옵션이 있거나 문턱이 없는 등 누구나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면서 나도 노포를 좋아한다.(웃음)

〈흑백요리사〉에서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중식여신’ 님의 시래기 도미탕.


최재윤


인스타그램 번개로드(@lightning.road), 일본 라멘 ‘아부라소바’ 식당을 기록하는 또부라소바 (@ttoburasoba) 운영자. 유튜브 채널 〈이스타TV〉의 ‘번개로드’ 및 동명의 서적 〈번개로드1: 중화요리와 돼지고기〉 작가.

〈흑백요리사〉 심사위원들의 맛 평가를 어떻게 보았나.

요식업계 최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배움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번개로드 계정을 3년째 운영하고 책 〈번개로드1: 중화요리와 돼지고기〉와 〈이스타TV〉의 ‘번개로드’ 구성 작가로 원고 작성 및 식당 섭외를 위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외식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흑백요리사〉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요리사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들의 관점에서 맛 평가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는데 이런 현상은 어떻게 다가오는지.

멋진 걸 보면 따라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라 생각한다. 다만 따라 하는 걸 넘어서 정확한 어원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자주 언급해서 이슈가 된 ‘익힘’, ‘익힘 정도’라는 말에 대해 〈흑백요리사〉의 참가자이자 요리 유튜버인 ‘승우아빠’는 유튜브 〈안될과학〉에 출연해 “(요리) 대학 교수님들이 엄청나게 많이 하시는 얘기”라며 “요리사들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감자를 88도에서 60분을 조리하니까 이런 식감이 나왔다’, ‘45분을 조리하니까 약간은 서걱서걱하다’라는 것들을 셰프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중적으로 쓰이는 ‘익힘’과 전문가가 쓰는 ‘익힘’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셰프들의 말 속엔 내포하는 뜻이 다른 단어가 많을 듯하다. 곧바로 와닿지 않는 멘트가 있는 것이다. 그 내용들에 해설 각주를 다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좋은 식사 경험과 나쁜 식사 경험의 차이는?

‘적절함’이 기준이다. 나는 싱거운 것보다 짠 것을 좋아하고, 단맛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식욕은 높은 편이지만, 입은 짧은 편이다. 이런 입맛뿐 아니라 인테리어, 플레이팅, 접객 등의 부가적인 요소에서도 적절함을 따진다. 예를 들어 나는 친절한 접객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과한 건 부담스럽다. 여러 사람을 만족시킬 ‘적절함’은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향이라 요식업이 쉽지 않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흑백요리사〉 이후 요리 예능에서 기대되는 점은?

출연한 셰프들은 대부분 맛뿐만 아니라 기획까지 잘하는 분들이다. 다만 〈흑백요리사〉가 요리를 중점적으로 조명했다면 언젠가 식당 기획력이 중점이 되는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서정


외식 위주 식생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비건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점점점점점점’.

‘점점점점점점’은 코스 요리인데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 같다. ‘다이닝’ 경험 중 최고였나.

다이닝을 단순 코스 요리로 정의하면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캐주얼 다이닝이 많기도 하고, 티 코스는 여러 곳에서 경험했다. 6만 원 정도의 가격에 차와 어울리는 다식 등을 내어준다. 3층으로 된 접시에 티푸드가 나오는 애프터눈티 티룸도 자주 방문했다. 1층부터 먹어야 하고, 딸기잼과 클로티드크림을 섞어 스콘에 발라먹는 식으로 구성된다. 점점점점점점의 미니멀한 인테리어, 가게만의 톤앤매너를 지키면서 제철 요리를 내놓는 것이 좋다. 개성을 뽐내는 요리가 나올 때마다 직접 설명을 해주신다.

외관이나 맛 평가, 예약의 난이도를 어플로 확인할 수 있기에 파인다이닝의 접근성 자체는 낮아졌지만 그 음식을 많은 이들이 즐기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흑백요리사〉 속 화려한 양식 요리를 어떻게 보았나.

굉장히 특이한 현상 같다. 〈흑백요리사〉 속 ‘파인다이닝스러운’ 요리는 식재료를 보고 맛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묵은지 항정살 샐러드’처럼. 사람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듯, 요리사와 음식을 동경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 요리사의 요리는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요리사가 탈락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맛 평가는 어땠나.

처음엔 다소 까다롭게 들리는 안성재 셰프의 평이 인상적인 줄 알았는데, 유행어가 된 ‘이븐(even)하게’ 같은 표현만 떠오르고(웃음) 오히려 백종원 씨의 평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블라인드 미션에서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요리사들이 백종원 씨의 평을 정말 좋아하지 않나. 아주 예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식문화에 대한 진정성도 느껴지고. 안성재 셰프의 평이 밈이 된 건 그런 평가를 일상에서 들을 일이 없어서인 것 같다.

좋은 식사 경험과 나쁜 식사 경험의 차이는?

맛이 좀 없어도 인테리어가 독특하면, 같이 간 사람과의 얘기가 좋았으면 좋은 식사 경험이라고 결정한다. 어딘가를 따라 한 듯한 느낌처럼, 식당만의 고유성 없는 요소가 어우러졌을 때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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