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는 새로 태어난 자신의 동생을 어떻게 해서 가족으로 받아들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린 시절을 이미 지나온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소재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게 단순히 ‘부모 역할을 하는’ 어른에 의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모양새야말로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의 중요한 포인트다. 사회화로 굳어버린 어른의 일반화된 시각을 잠시 내려놓고, 네 살 어린아이 ‘쿤’의 시점을 좇아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도는 그 자체로 충분히 설레고 유쾌하다. 혹시 아나? 그렇게 하루하루 새롭게 변하는 아이의 영향으로, 우리 어른도 함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당초 ‘미래의 미라이짱’이라는 제목을 생 각하다 고심 끝에 <미래의 미라이>라는 타이틀로 최종 결정했 다. ‘미라이’는 ‘미래’의 일본식 발음이다. 그러니 <미래의 미라 이>를 한국 표기 그대로 ‘미래에서 온 미라이’로 단순 해석하기 보다 일본식 표기 ‘미라이노 미라이未来のミライ’를 이해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중의적 의미를 매만지는 쪽을 추천한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앞서 몸담고 있던 ‘도에이 애니메이션’을 벗어나 자신의 첫 번째 프리랜서 작 업물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톡톡히 각인시킨 바 있다. 당시 ‘타임 리프’ 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신선한 장치는 아니었더라도, 그 또래 의 학생이 품었음직한 감정선을 판타지와 적절하게 버무려 많은 관객의 공감과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미래의 미라이>는 잔잔하게 흐른다. 아이의 세상에서 펼쳐지 는 일들이 그 상상력만큼이나 판타지스러운 화면에 간혹 옮겨 담기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네 살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성장이 전부다. 할리우드의 거대한 블록버스터나 일상을 파 괴하는 끔찍한 사건, 대단한 반전이나 소름 돋는 이야기는 애초에 없다. 다만 다분히 그 평범한 가정과 평범한 집에서 일어나는 아주 보통의 이야기가 천천히 흘러가면서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더 큰 생각과 적잖은 울림을 스스로 만들게 한다. ‘진짜 가족’이 되고, ‘진짜 어른’이 되는 법. 점점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채운 2019년의 시작점, 우리의 미래가 행복으 로 제대로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는지 <미래의 미라이>를 보며 느슨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길 추천한다.
Editor 박현민
Photo Providing 얼리버드픽쳐스
*전문은 《빅이슈》 잡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