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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6 에세이

ভারতীয় গল্প (인도 이야기)

2019.07.26 | 쟤 진짜 부자인가 봐

오늘은 냉장고 정리를 했다. 언제 산 지도 모르겠는 당근이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한때는 싱싱했던 당근을 버리며 학교 친구들이 생각났다. 이곳 학교 기숙사에 살거 나 자취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냉장고 없이 지낸다. 냉장고가 없는 삶. 나에게는 상상만으로도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핸드폰만 해도 중학교 때부터 사용했으며, 냉장고는 태어난 이래로 내 한평생 없었던 적이 없다. 냉장고는 늘 내게 당연 한 것이었다. 이곳에서도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는 시원한 수박은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인데…. 수박은 차치하고라도, 땀을 뻘뻘 흘리며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달구어진 뜨끈한 물을 마시는 건…. 오 마이 갓! 살려주세요. 생각만 해도 너무 덥다. 그런데 40도 는 우습게 넘기는 이곳 산티니케탄(Santiniketan)에서 냉장고 없이 몇 년씩 살고 있는 친구들.

이 친구들은 매일매일 그날 요리해서 먹고 끝낼 수 있을 정 도의 채소만 소량 사서 먹는다. 나처럼 냉장고를 믿고 내일 먹을 것까지 생각해서 이것저것 사서 미리 쟁여놓았다가 냉장고에서 미라가 된 음식물을 발견할 일이란 없다. 늘 싱싱한 채소를 그때그때 먹고 끝낸다. 그들처럼 냉장고도 없이 사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현재 이 곳에서 지내는 한국인 다섯 명은 모두 에어컨을 갖고 있다.

나도 올해 2월, 참다 참다 작은 에어컨을 하나 장만했다. 산티니케탄에서 지낸 약 2년간을 에어컨 없이 버텨보려 정말 부단히 노력했었다. 하지만 40도가 넘던 어느 한밤중에 발가벗은 채로 물에 적신 수건을 덮고 선풍기 바람을 쐬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뜨거운 물을 펑펑 흘리고는 에어컨을 사고야 말았다. 지금은 어떻게 이 더위에 에어컨 없이 살아왔나 싶다. 근데 신기하게 다들 산다. 정말 이건 없으면 안 돼! 해도 없으면 없는 대로 잘들 산다(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 꼬리만 봐도 놀라 자빠지는 쥐가 나오는 후텁지근한 방에서). 어떤 학생은 아이폰에 맥북에 아이패드까지 쓰는데,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친구는 작은 흑백 화면과 키패드가 하나로 되어 있는 노키아 2G 핸드폰을 쓰고 있다. 아니, 아예 핸드폰 자체가 없는 친구도 있다. 핸드폰 없이 어찌 저리 잘 살지? 핸드폰이 없으면 간단한 사이트 하나 가입도 못 하는 곳에서 자란 나로서는 그저 신기 하기만 하다.

정말 이곳에서는 모두가 천차만별로 살아간다. 정형화된 삶 의 모습이라는 것이 없다. 심지어 제대로 된 집도 없이 숲에서 사는 그리스인 학생도 있으니.

세 평 정도 되는 허름한 집(한 달 렌트 비용 5만 원 정도)에서 살던 태국 친구가 생각난다. 이 친구는 2만 원을 주고 산 중고 냉장고를 쓰고 있었는데, 냉장고 본체와 문의 연결 부분이 부서져 있어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매번 문을 통째로 떼어 들고 벽에 기대놓아야 했다. 매일 그러면 불편할 법도 할텐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에도 열댓 번씩 문짝을 떼었다 붙였다 들었다 놨다 해댔다. 심지어 이 친구의 직업이 셰프였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은 이 친구의 초대로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4년 넘게 바퀴벌레와 쥐가 득실거리는 허름하고 작은 집에서 살던 친구가 방콕 부촌에 있는 커다란 별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완전 사기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기분이었다.

“너 왜 그동안 돈이 없는 척했어?!”

가난한 친구인 줄 알고 나도 없는 돈에 더치페이할 때면 그를 위해 500원, 1000원씩 더 냈기에 황당한 마음에 흥분한채 물었다.

“나는 그냥 인도에 갔으니까 다른 인도 친구들처럼 평범하 게 지내려 했던 것뿐인데, 그게 왜 없는 척한 거야? 뭐가 잘 못된 거야?”

“이런, 그래…. 네 말이 맞네….”

“그러는 너희는? 너넨 한국에서 살던 그 편한 것들을 인도에서도 그대로 누리려고 하잖아.”

이곳에서 지내는 대부분의 한국 학생은 거실과 방, 부엌, 발코니가 따로 분리된 비교적 깨끗하고 큰 집을 빌려 지낸다. 집을 통째로 빌려도 한 달 렌트비가 10만~15만 원

다른 친구들이 보면 한국 학생들이 돈이 많아 사치하는 것 처럼 여길 수 있지만, 내가 공부하는 국립 비스바 바라티 대학(Visva Bharati University)은 인도 내의 다른 대학보다 학비가 훨씬 저렴하다. 여기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오히려 한국에서 못누려본 것들을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으니 더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하는 거지, 돈이 엄청 많아서 사치를 하는 게 아니다. 15만원이면 제대로 된 방 한 칸 구하기도 힘든 한국에서 힘들게 살아온 우리로서는 언제 이렇게 큰 집에서 혼자 살아 보나 하는 마음에 다른 집보다 조금 비싼 렌트비가 부담되어도 큰 집에 살고자 하는 건데, 사정을 모르면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떨어진 냉장고 문을 부여잡고 사는 친구를 보며, 에어컨 딸린 방에 사는 나를 보며 원치 않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만다. 모두에겐 다 그만한 이유가 있건만 우습게도 잘 모른채로 서로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도 멀쩡한 생각을 하면서도 며칠 전 나는 내가 사는 집보다 방 하나가 더 딸린 방 세 개(!)짜리 대리석 바닥 집에서 혼자 사는 미국인 친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한 마 디가 툭- 튀어나왔다.

“쟤 진짜 부자인가 봐!”

Writer/Photographer 강하니

Editor 손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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