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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4 스페셜

멈추지 않을 노포 식당 탐험

2019.11.05 |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향수

단골집
주소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초교길 81 전화 031-952-4850 영업 평일 12:00~20:00 주말 12:00~18:00
맛도 있지만 명절 때 할머니 집에서 밥 먹는 듯한 느낌

나는 오래된 음식점들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인 '노포페이스@thenopoface'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13일, 서울 돈암동에 위치한 '태조감자국'에서 밥을 먹다, 이런 음식점을 다닌 경험을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겨두자던 다짐을 실천하게 되었다. '아이디는 무엇으로하지?' 고민하다가 가장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인 'The North Face'에서 'rth'만 'po'로 바꿨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시작하게 됐는데, 주변에서 읽기 편하면서 재미있다고 많이들 응원해주어서 지금까지 쭉 노포에 다녀온 기록을 남기고 있다.

노포를 다니게 된 계기는 이렇다. 스무 살 전까지는 지방에 살았기도 했고, 내 돈으로 외식을 하기 시작하는 중고등학교 시절엔 요즘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세련된 가게들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해장국, 칼국수, 두루치기, 닭볶음탕 등 노포에서 많이 파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물론 지금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가게들을 두루두루 찾지만 그래도 여전히, 오래된 음식점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얼마 전 고향에서 친구들이 올라왔는데, 동네에 위치한 좀 허름한 실내 포장마차로 안내했다가 혼이 났다. 서울까지 왔는데 이 동네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고, 최고로 시끄러운 가게로 데려가달라고 말이다.

부영도가니탕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 141 전화 02-730-9440 영업 매일 08:00~20:00
삼청동에 위치한 회사를 다녔을 때 제일 많이 먹었던 곰탕집.

태조감자국
주소 서울 성북구 보문로34길 43 전화 02-926-7008 영업 매일 10:00~01:00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과 맛, 현재 본점은 없어져서 아쉽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향수
노포페이스에 업로드되는 오래된 가게들도, 처음 생겼을 땐 사람들이 '뭐 이런 세련된 가게가 생겼어?', '이 음식점 멋진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가끔 상상한다. 지금은 어느 동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음식점이지만 말이다. 노포를 방문하게 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생긴 지 얼마 안 된 가게들보다 더 자연스럽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에 술을 먹으면 술이 더 맛있긴 하다. 맛있는 음식 때문에 술이 맛있어지는 건지, 아니면 허름한 분위기와 술 때문에 음식이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최근에 종로에 있는 오래된 해장국집에 갔다. 음식이 나오고, 다대기를 풀어 먹고 싶어서 '이모님 여기 혹시 다대기 있어요?'라고 물어봤다. 바쁘셔서 못 들으셨는지 이모님은 딴 곳으로 가셨는데, 갑자기 옆에 단골처럼 보이는 할아버님이 말을 걸어오셨다. "여긴 그런 거 없어. 그냥 나온 그대로 먹는겨." 이곳의 규칙에 따라서 '그냥 먹어야지' 생각한 순간, 건너편 테이블을 보니 다대기 통이 있어서 머쓱해졌었다. 이런 점마저도 노포의 매력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향수'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뉴트로'는 젊은 사람들의 그런 심리가 반영된 게 아닐까.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던 식당,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담긴 물건, 디자인 같은 것들. 노포페이스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맛있고, 좋은 식당을 찾고 싶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런 오래된 식당들에 대한 향수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막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대전에 한 오래된 순댓국집에서 친구들과 국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에 앉으시더니 "아, 이거 먹고 싶어서 일하다가 전주에서 대전까지 와버렸네"라고 하시던 택시 기사님이 여전히 떠오른다.

·사진 조향현
의류 브랜드 'SOFTUR' 디자이너이자, 'THE NOPO FACE' 운영자.
오래되고 낡은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고, 편안한 곳을 찾다 보니 오래된 식당을 많이 다니게 됐다.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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