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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4 에세이

바구니호스텔

2019.11.12 | 여행 좀 해본 사람들이 만든 순천의 호스텔

청춘의 여정을 응원하는 디자인 호스텔
철새도 쉬어 간다는 순천, 내일로 티켓을 손에 든 앳된 얼굴들을 보며 첫 배낭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땐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방 한 칸은 고사하고 침대 하나에도 감사하며 좁은 숙소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하루의 여정이 끝나면 여덟 명이 한 방을 쓰던 도미토리 룸에서 단단해진 종아리를 주무르며 오늘도 숙소에 무사히 돌아온 나 자신을 칭찬했다.

순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바구니호스텔을 만났다. 노랗게 불을 밝힌 간판이 마치 이정표처럼 스스로 길 잃기를 자처한 청춘들을 안내한다. 3층 높이의 외관은 순천역 일대에서도 눈에 띄는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건축 단계에서부터 여행자를 위해 설계된 디자인 호스텔로 가정집이나 다른 용도의 건물을 개조한 국내 여느 게스트하우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내부는 객실뿐 아니라 편의 시설과 커뮤니티 존으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행의 즐거움이 담긴 노란 바구니
체크인 시 바구니에 투숙하는 동안 필요한 물품을 담아 건네주는 것도 바구니호스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 요소 중 하나. 바구니 안에는 깨끗하게 세탁된 베개 커버와 수건, 호스텔 이용 가이드, 순천 트래블 가이드 그리고 호스텔 안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코인 등이 담겨 있다. 호스텔 이용에 필요한 물품인데 바구니 안에 담겨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선물 꾸러미를 받는 기분이다. 순천 여행에 대한 정보도 리셉션에서 얻을 수 있다. 직원에게 직접 문의해도 되지만 벽면 한가득 주요 관광지와 교통, 맛집 정보 등이 알기 쉽게 안내되어 있었다. 모자란 정보가 있을까 아이패드까지 비치해둔 덕분에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아무 게획 없이 떠난 여행이라도 일정을 꾸리는 데 문제가 없다.

발검음을 옮겨 리셉션과 곧장 이어지는 카페 겸 펍 '바스터즈'로 향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 배관을 그대로 드러낸 인더스트 리얼 스타일의 실내 공간과 뒤뜰 테라스로 널찍했다. 한쪽에는 여해에 관련된 격언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는 토머스 풀러의 격언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방황이든 여행이든 아무렴 어때. 서쪽을 향해 난 창으로 빛을 깊숙하게 들이는 이곳에서 잠시 광합성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여행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친분을 나누는 커뮤니티 존으로 조성된 바스터즈는 저녁이면 활기를 띤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개방되어 있어, 여행자와 지역민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플리마켓과 같은 지역 행사도 종종 개최된다고.

노란 커튼 뒤 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
객실은 2층과 3층에 위치했다. 도미토리 외에도 개별 욕실을 갖춘 트윈룸과 더블룸, 복층 구조의 패밀리룸이 마련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무척이나 넓다. 여성 도미토리가 있는 2층은 여성 전용 층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내부에만 13대의 CCTV가 작동 중이라고 하니 더욱 마음이 놓인다. 실제 바구니호스텔을 찾는 투숙객의 70% 이상이 여성이라고 했다. 그만큼 보안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하룻밤에 3만 원을 주고 예약한 도미토리는 기대 이상이다.

리셉션에서 받은 바구니는 침대에 걸쳐놓고 사용한다. 바구니의 홈이 침대와 꼭 맞아떨어진다. 바구니에서 베개 커버를 꺼내 침구를 세팅했다. 새하얀 베개 커버와 이불이 바스락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뽀송뽀송 했다. 20대 젊은 배낭여행객이 대다수지만, 모녀가 함께 여행 중인 경우도 눈에 띄었다. 매일매일 방 걸레질을 마쳐야만 잠을 잘 수 있다는 깐깐한 어머니도 바구니호스텔의 청결함에 합격점을 주신 듯 했다.

여성 도미토리는 8인실이다. 즉 여덟 명이 공용 욕실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욕실이 붐비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룸이 각각 네 개씩 마련되어 있는 덕분에 화장실 앞에 줄을 서야 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파우더룸과 탈의실이 따로 있다는 점도 여유로운 욕실에 한몫했다. 욕실에는 샴푸와 컨디셔너, 보디워시 외에도 세안 시 필요한 머리끈이 준비되어 있어 감동을 더한다. 작은 머리끈 하나가 간절한 순간을 긴 머리를 가졌다면 분명 경험해봤을 터. 파우더룸에는 드라이기와 고데기, 헤어롤까지 비치되어 있어 꾀죄죄한 몰골로 여행 사진을 남겨야 하는 불상사를 방지해준다. 숙소 선택에 있어 프라이빗한 개인 공간이 필수 조건이라면 트윈룸이나 더블룸을 추천한다. 개별 욕실과 TV, 책상 등을 갖춘 객실로 호텔방과 다름없다. 가격은 비성수기 기준 8만 원대로부터 호텔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여행자의 마음을 읽은 공간과 서비스
여행자의 마음은 여행자가 제일 잘 아는 법. 바구니호스텔은 많은 여행 경험에서 탄생한 곳이 분명하다. 머무는 내내 여행자를 감동시키는 공간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묵은 빨래를 해결해주는 코인 세탁실은 기본. 투숙객 전용 휴식 공간으로 운여오디는 2층 챗룸에는 푹신한 소파 외에도 하루 종일 고단했던 다리 근육을 풀어줄 마사지 기계까지 준비되어 있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원하는 높이의 베개를 선택하게끔 한 서비스가 특히 세심하게 다가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목도리를, 햇볕이 강한 날에는 선크림을 무료료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옆 침대의 코 고는 소리가 거슬릴 땐 리셉션에 귀마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보조 배터리와 셀카봉 대여도 무료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투숙객들이 순천을 둘러보는 시간만큼은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바구니호스텔 로고가 그려진 에코백도 빌려주고 있다. 엽서를 써서 맡기면 대신 부쳐주는 우편 대행 서비스는 시간에 쫓기거나 지역 지리에 어두운 여행자들에겐 무척이나 고마운 서비스다.

노란 코인으로 바구니호스텔 두 배 즐기기
체크인 시 다섯 개씩 지급되는 코인은 호스텔 내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때 현금처럼 요긴하다. 호스텔 안에서 코인 한 개는 천 원으로 환산되니 예약금에서 5천 원을 환급받는 셈이다. 자전거 대여는 한 시간에 코인 한 개, 망원경과 수면 안대 역시 코인 한 개로 이용 가능하다. 칫솔세트나 샤워 스펀지 등 간단한 생필품과 바스터즈의 음료 메뉴 또한 코인으로 구입한다. 세탁기와 건조기 이용도 마찬가지. 매일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바스터즈에서 제공되는 조식은 코인 세 개로 맛볼 수 있다. 시리얼에 달걀, 토스트, 샐러드, 토마토 마리네이드에 커피와 주스를 곁들이는 간단하지만 균형 잡힌 메뉴 구성이 만족스럽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착한 가격의 아침 식사를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서비스의 대상을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로 확장한 바구니호스텔의 넉넉한 인심에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다시 찾고 싶은 순천을 만들어나가는 곳
좋은 숙소는 많지만 다시 찾고 싶은 숙소는 흔치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까지도 철저히 여행자의 입장에서 다지안된 호스텔이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색다른 경험 하나를 더해주는 역할로 진화한 숙소의 모델을 제시한다.

바구니호스텔이 긴 시간 동안 역전의 터줏대감처럼 남아주길 바라며 단골 백반집을 추천하던 택시 기사님처럼 열심히 입소문을 내고 있다. 관계자냐고? 아니, 내가 편하게 여행하고 싶어서다. 손님이 많아야 다시 찾을 그날까지 문을 열고 있을 게 아닌가. 다른 지역에도 바구니호스텔 2호점, 3호점이 문을 열 수 있도록 더 많은 여행자가 바구니 호스텔을 즐겨 찾길 바란다.

주소 전남 순천시 역전2길 4
문의 061-745-8925
홈페이지 bagunihostel.com
인스타그램 @bagunihostel
객실 타입 8인실 도미토리, 2인실, 3인실, 4인실
가격 30,000~185,000원
예약방법 홈페이지나 네이버등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쿠폰이나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예약이 가능하다.

글·사진 양여주

재충전이 필요할 땐 며칠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있거나,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길 서슴지 않는 극단주의자.
여행 에디터. 사실 평발이라 많이 걷질 못한다. 그래서 숙소를 신경 써서 고르는 편인데
그 덕에 종합숙박앱 '여기어때'에서
전국의 프리미엄 숙소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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