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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9 컬쳐

지금 주목할 만한 문화콘텐츠

2020.01.23 | 드라마 스토브리그 / 뮤지션 윤하, 손예림, 이용신 / 영화 해치지않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TV]

한겨울 더 뜨거운
야구의 맛

스토브리그

프로야구 관중 700만 시대. 겨울은 야구 덕후들에게 추운 계절이다. 3월, 본 시즌이 돌아오기 전, 팬들은 기나긴 비수기를 나며 '스토브'(난로) 곁에서 미주알고주알 입씨름을 벌인다. 이름하여 '스토브리그'의 개막이다. <스토브리그>는 '남궁민이 또 불의에 맞선 캐릭터를? 더구나 스포츠 드라마에 신인 작가?'라는 의문 속에서 시작했다. 최근의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첫 방송의 시청률은 3.3%(닐슨코리아, 전국)로 지상파 드라마 치고는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7회 만에 최고 14%대를 찍었고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시청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야구 룰을 모르는 '야알못'이라도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토브리그>의 핵심은 선수가 아닌 프런트(운영단)다.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선수조차 소속 팀을 창피해 하는 야구 팀 드림즈에 짠 하고 나타난 신임 단장 백승수(남궁민)가 냉정하고 솔직하게 드림즈를 고쳐나간다. 별명도 무시무시한 '우승청부사' 백승수는 핸드볼, 씨름, 아이스하키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전적을 자랑하며 빠르게 팀의 문제를 파악하고 메스를 들이댄다. 그에게 파벌 싸움하는 코치진과 군림하는 스타플레이어 등은 구슬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해체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경기 장면 없이도 백승수는 매회 시원한 승부를 만들어내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야구 드라마를 만든다.

눈치라곤 보지 않는 백승수는 감정 변화가 크지 않고 담백한 편이고 정의의 편에 싸우는 사이다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법과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편에 서서 나직하게 할 말을 적시에 할 뿐이다. 부당하고 부정한 것이 왜 그른 것인지, 이 팀이 왜 그간 꼴지일 수밖에 없었는지 조곤조곤 짚어주는 그의 대사들은 한번에 큰 점수를 내는 홈런이 아니라 전체 판을 그리며 전략적으로 던지는 공에 가깝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지만 결국은 자기 할 일을 차근히 해나가는 백승수 단장 곁의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은 쌍벽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견인한다. 이세영은 단장의 혜안을 알아보고 그의 편에 서기로 마음을 먹는다. 화를 내야 할 땐 거침없이 내지르고 전략이 필요할 땐 백 단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제 나름의 역할을 한다. <청춘시대>에 이은, 배우 박은빈의 당당하고 호쾌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연봉 협상 중 선수 서영주(차엽)가 백승수의 무릎에 술을 붓는 무례를 범하자, 술잔을 뺏어 벽을 향해 던져버린 후 서영주에게 "지랄하네. 선은 네가 넘었어"라며 대뜸 소리를 지르는 통쾌한 장면이 여자 주인공에게 주어졌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남다른 점이다.

16부작의 <스토브리그>는 반환점을 막 돌았다. 드림즈는 문제 선수 임동규(조한선)를 내보냈고, 병역 문제로 미국행을 택했던 괴물 용병 길창주(이용주)를 데려왔다. 사고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백승수의 동생 백영수(윤선우)도 전략분석가로 입사하며 보다 전략적인 운용에 기대감을 더한다. 그러나 구단주 조카이자 실세 권경민(오정세)은 개인적인 야욕으로 드림즈의 '우승 후 해체'라는 묘한 상황을 바라며 긴장을 자아낸다. 백 단장의 지휘 하에 드림즈는 꼴찌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차가운 승부사 백 단장은 드림즈의 해체에 어떻게 대응할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 드라마인 만큼 16회를 마칠 때까지 전개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

SBS 금・토 밤 10시 방영

양수복


[MUSIC]

윤하
UNSTABLE MINDSET

전작인 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연작 앨범. 비 오는 날씨와 계절을 소재로 풀어낸 윤하의 이야기는 잘 다듬어진 오브제를 보는 듯 하다. 여전히 맑은 목소리와 시원한 고음 처리는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산'을 부른 윤하를 떠올리는 이들을 위한 익숙한 선물 같으면서도, 연작 앨범으로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그의 도전은 새롭게 다가온다. 앨범의 첫 트랙 'WINTER FLOWER'는 방탄소년단 RM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손예림
문제적 소녀 PROBLEM

이 앨범으로 가수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손예림은 노래 속 화자인 자신을 '문제적 소녀'로 칭한다. <슈퍼스타K>와 <믹스나인>을 통해 조용필의 곡을 부른 남다른 안목은 새 앨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소 상반되는 분위기의 간명한 두 트랙은 손예림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5년 뒤, 10년 뒤 손예림이 자신의 테마로 선택할 히트곡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다시 불러준다고 해도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이용신
RETURNED FULLMOON
VOL.2

'달천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이용신 성우의 <달빛천사> 두 번째 앨범. '나의 마음을 담아'의 경우 EDM 전개가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 삽입곡다운 통통 튀는 분위기가 '내적 댄스'를 불러일으킨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Smile'은 이번 앨범으로 정식 리메이크 된 곡. 이용신 성우의 말처럼, 새로운 <달빛천사> 찬가는 영원히 팬들의 마음속에 '차트인'할 것 같다.

황소연


[MOVIE]

해치지않아

감독 손재곤
출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15일

대형 로펌의 수습 변호사 태수는 우연히 로펌 대표의 눈에 들어 정식 변호사가 될 기회를 잡는다. 대표는 태수에게 '망한 동물원의 동물원장으로 부임해 3개월만 잘 유지해보라'는 지시를 내린다. 폐업 직전인 동물원 동산파크에 첫 출근한 태수가 마주한 것은 어딘가로 실려가는 기린을 비롯한 동물들. 빚 때문에 값나가는 동물들은 팔려가고 방사장은 텅텅 비어 있어 재개장은 꿈도 못 꿀 상태. 몇 명 안 남은 직원들에게 태수는 "동물탈을 쓰고 우리가 동물 흉내를 내자"고 제안한다. 황당하지만 "사람들은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한다"고 설명하는 태수의 열의에 설득된 동물원 직원들은 결국 동물탈을 뒤집어쓰고 방사장 안에 들어간다. 태수는 북극곰, 사육사 건욱은 고릴라, 수의사 소원은 사자, 사육사 해경은 나무늘보 탈을 쓰고, 동산파크는 대망의 재개장을 한다. '동물원에 동물 대신 사람이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낸다'는 지극히 만화적인 설정의 <해치지않아>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그러나 주인공을 비롯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설득 가능하게, 또한 더 경쾌한 방향으로 각색되었다. '좋아하는 여자의 집 김치냉장고에 시체가 있다'는 설정으로 로맨스를 만들고(<달콤 살벌한 연인>), '윗집에 세든 남자가 우리 집 보물을 노린다'는 설정으로 범죄 코미디를 만들었던(<이층의 악당>) 손재곤 감독이 이번에는 '동물원에 동물 대신 사람이 있다'는 시놉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코미디를 완성했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휴대폰만 보는 나무늘보, 가슴을 펑펑 쳐대며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 고릴라, 펩시 말고 코카콜라만 고집하는 북극곰, 갈기만 그럴싸해 관람객에게 머리만 보여줘야 하는 게으른 사자를 사랑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 영화가 동물 탈을 썼다고 해서 마냥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방사장에서 동물이 관람객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의문을 던지고, 동물원을 서류상으로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의 복잡한 이름을 자주 반복하며 강조점을 찍는 식으로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유머는 웃음 너머 여운을 남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루아나 바야미, 발레리아 골리노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월 16일

초상화 작가 마리안느는 어느 귀족 아가씨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고 길을 나선다. 배를 타고 귀족의 성으로 향하던 길에 파도에 스케치북이 휩쓸려가고, 마리안느는 주저 없이 바다로 몸을 던져 짐을 건져낸다.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마리안느가 바다로 몸을 던지는 초반의 장면은 앞으로 이 여인이 거부 할 수 없이 투신하게 될 열애를 상징하는 듯하다. 귀족 집에 도착한 마리안느는 결혼 초상화를 거부하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산책 친구가 되어, 몰래 그녀를 관찰하며 초상화를 그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매일 엘로이즈와 산책 길에 나서 그녀의 귀와 눈, 코와 입술, 손 등을 관찰하며 마리안느는 점차 사랑에 빠져든다.
결혼을 거부하며 갇혀살던 엘로이즈에게 마리안느는 난생 처음 마주친 천둥 같은 음악이자 책이자 낭만이고 예술로 다가온다. 마리안느는 눈으로 엘로이즈의 얼굴을 좇다가 방에 돌아와 눈에 담아둔 그녀를 종이 위에 더듬더듬 선으로 펼쳐낸다. 엘로이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귀의 연골과 뺨의 빛으로 시선을 옮겨가던 마리안느의 눈빛, 처음부터 홀린 듯 마리안느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였던 엘로이즈의 감정은 이내 키스하고 싶고 서로를 만지고 싶은 감정으로 휘몰아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어느 장면에 일시정지를 눌러도 한편의 낭만적인 그림으로 남는다. 영화 속에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두 번 그린다. 한 번은 몰래, 또 다른 한 번은 엘로이즈의 허락을 받고 함께 완성해나간다. 첫 그림의 엘로이즈가 뺨에 복숭아 빛을 띤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두 번째 그림의 엘로이즈는 입을 굳게 다물고 당당하게 상대를 응시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18세기, 예술로부터 통제되고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없었으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여성의 이름으로 출품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에 두 여성은 사랑하고, 서로를 빛으로 물들이며 그림을 완성한다. 연인이 사랑에 녹아드는 과정, 상대를 만지고 싶고 키스로 입술을 덮고 싶던 첫 순간, 한마디의 말로 상대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고 눈을 감아도 상대가 떠오르는 열렬한 열애의 모든 순간을 담은 완벽한 사랑 영화다.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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