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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4 커버스토리

느리고 사소한 어떤 것

2020.04.19 | 배우 윤승아 인터뷰

윤승아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아침 식사로 오트밀을 불리는 순간, 반려견과 산책하는 순간, 그러다 멈춰 서 아름다운 하늘빛을 음미하는 순간. 유튜브 채널 ‘승아로운’을 통해 보여주는 느린 시간은 일상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기 위한 방법인 동시에 깊게 고민하되, 고민에 잠식당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바탕이 되어주었다. 때문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윤승아는 꼭 맞는 제 옷을 입은 듯 반짝반짝 빛난다. 3년 만에 돌아온 영화에서 ‘승아로운’ 연기를 보여준 윤승아를 만났다.



오늘 반려견 ‘부’와 함께 촬영했어요. 어떻게 함께 오게 되었나요?
부는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이 인터뷰의 사진을 찍어주신 고원태 실장님도 닥스훈트를 키우시는데, 스튜디오 구경시켜주려고 데리고 나왔어요. 제가 촬영 중일 때 옆에 와서 함께 찍히는 것도 좋아해요.

부는 성격이 어떤 친구예요? 촬영 중에도 얌전히 있던데요.
고양이 같아요. 해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싫어해요. 고양이만 좋아하고 쫓아다녀요. 진짜 신기해요. 원래 활발하긴 한데 나이가 있어서(11살) 연륜도 묻어 나오는 거 같아요.

최근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개봉했어요. 독립영화이고 김초희 감독님의 장편 입봉작이어서 기존 영화 현장들보다 더 소규모였을 것 같아요.
정말 가족 같은 현장이었어요. 사소한 일상을 묻는 친근함이 있었어요. 소규모 영화일수록 현장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타이트하게 촬영하니까 대기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짧은 시간 안에 더 빨리 친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고요.

배우 ‘소피’ 역할을 연기했는데, 배우 일에 대한 소피의 고민과 당시 윤승아 배우의 고민이 비슷해서 공감이 가셨다면서요. 어떤 고민이었나요.
굉장히 오랜만에 작품을 했더라고요. 3년 만이라는 것도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그만큼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윤승아라고 하면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해왔는데 아무래도 배우이다 보니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제 연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소피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대본을 읽고 나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나를 알고 만드셨나 하는 느낌인 거예요. 제가 드라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피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못할 거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안에서 저의 모습을 캐치해주시기도 했어요. 원래 자신에게 어떤 면이 있는지 자기가 가장 모르잖아요. 그런 고민이 있던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고 소피라는 캐릭터를 통해 저의 에너지와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윤승아’ 하면 사랑스러움이 떠오르는데 본인을 드라이하다고 여기는 게 의외예요.
정말로 저는 평소 애교가 많지도 않고 말도 간결하게 해요.(웃음) 그래서 ‘소피’ 같은 캐릭터들을 만나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영화에선 강말금 선배님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가장 친근한 상대역이잖아요. 첫 촬영 신도 소피의 집에서 만나는 장면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서로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면서 현장에서 교집합이 이뤄져 재미있었어요. 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고요.

소피가 찬실이를 꼭 껴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여자 친구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좋았어요. 찬실이가 돈이 없어서 소피의 집 가사 도우미를 하면서도 둘의 관계엔 변함이 없잖아요. 돈독한 여자 친구들의 관계를 연기하는 게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아무래도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보통 로맨스 장르는 상대가 남자고요. 또 저에겐 오빠가 있는데 늘 언니가 있었으면 했어요. 더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그걸 말금 선배님과 할 수 있었고 서로에게 가장 냉철한 시간이었어요. 찬실이와 소피처럼요. 찬실이는 소피가 운다고 보듬어주지 않아요. 오히려 더 다그치곤 하는데, 언니가 있었으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고 정말 좋았어요. 촬영이 끝나고 말금 선배님과 만나서 소소한 일상을 나눴는데 큰 위안이 됐어요.

유튜브 채널 ‘승아로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제 선정과 촬영, 편집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팀을 꾸려서 하고 있어요. 촬영과 편집은 구성원들이 하고 주제는 회의를 거치기도 하고, 열심히 찾아보고 있어요. 저는 힐링 콘텐츠를 많이 하고 싶어요. 정보성 콘텐츠가 반이고, 힐링 콘텐츠가 반인데, 나아가는 방향은 힐링에 초점을 맞출 거 같아요. 옆집 언니가 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반려견 네 마리가 있어요. 두 친구는 어릴 때부터 함께 했는데 나이가 많고, 나머지 두 친구는 조금 자라서 만난 유기견이라 함께 보낸 시간이 비교적 짧아요. 네 마리 모두 저에게 소중한 아이들이라 이렇게 영상으로라도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영상 중에서 가족에 대한 카테고리는 제가 업로드하지만 제가 가장 많이 봐요. 특히 아이들이 나오는 부분을요. 가족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지난 2013년엔 반려견 밤비, 부와 함께하는 삶에 대한 책 <강아지야, 너 무슨 생각해?>를 출간하셨잖아요. 다람이, 틴틴이가 오고 책 대신 유튜브를 하게 된 거네요.
그렇네요. 그때는 저도 어렸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책에 많이 실었다면, 지금은 그런 거 같아요. 부는 열한 살이고 밤비는 열두 살이니까 긴 기간을 함께 지내지 못할 거잖아요. ‘펫 로스’라는 단어가 있죠. 갑작스럽게 슬퍼하기보단 일상에서 아이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과정이 위로가 돼요.

반려견들과 함께 살면서 삶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예전에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반려견은 일방적으로 주는 존재들이에요. 사람의 경우엔 내가 뭘 줬으면 나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그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작은 것들에 기뻐해주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게 굉장히 많았어요. 인간관계에서도 조바심을 내진 않았는지, 너무 ‘기브 앤 테이크’처럼 상대방에게 원하지는 않았는지 많이 생각했어요. 반려견들을 키우면서 그런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승아로운’을 통해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내가 푹 빠진 취미’ 편에서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소개하면서 카메라 상점에 방문해 카메라를 구매하고 사진을 인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취미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과정에 애정을 쏟는 거 같아요.
취미를 제 필요에 의해 찾는 거 같아요. 필름 카메라 같은 경우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요. 소위 ‘똑딱이 카메라’를 많이 썼거든요. 예전엔 쇼핑, 시티 중심의 여행을 좋아했다면 2~3년 전부턴 자연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진을 남기게 됐고요. 그런데 인화에 한계가 있는 거예요. 한번은 인화했는데 사진 사이즈가 작아서 다 깨졌어요. 그때 포토그래퍼 고원태 실장님이 조언을 주시더라고요. 필름 카메라를 쓰면 인화했을 때 느낌이 더 좋고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를 얻을 수 있어 재밌을 거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카메라를 구입하러 동묘로 간 거였어요. 한 롤을 찍고 그 롤을 기다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못하잖아요. 그 시간들이 너무 재밌어요. 첫 롤은 아이슬란드로 촬영 가서 스태프들이랑 찍었어요. 자연이 너무 좋더라고요. 일상의 순간을 조금 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게 됐어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좋아하나 봐요.
그런 거 같아요. 전엔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보문고에 가서 CD랑 DVD 사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은 넷플릭스나 VOD가 있긴 하지만요. 요새도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고요. 옛날 사람이죠?(웃음) 이탈리아 여행 브이로그에서도 자연 풍경을 한없이 바라만 보더라고요. 해외에 가면 가장 다른 게 하늘 색깔인 거 같아요. 예전에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하늘 색이 보라색이기도 하고, 핑크색이기도 하잖아요. 하늘을 보려고 하루의 템포가 바뀌어요.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보고 일몰도 꼭 보려고 해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하늘이 있나요?
3일 전이었어요. 운동을 하려고 갔는데, 정말 고되었거든요. 선생님이 거의 죽을 때까지 시키셨어요. 필라테스를 하는데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절규하면서 했어요.(웃음) 운동하는 곳이 한남대교 근처였어요. 마침 노을이 지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운동 끝나고 선생님께 오늘 노을 때문에 운동했다고, 그게 아니었으면 운동 못 했을 거라고 했어요.(웃음)

배우 활동 외에도 사회참여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동물보호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SNS를 통해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기도 해요. 환경이나 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최근 코로나19 이슈를 보면서 굉장히 뭉클했던 장면이 있어요. 간호사분들이나 의사분들이 마스크나 고글 때문에 얼굴에 자국이 선명한데도 환하게 웃는 사진을 봤어요. 뭉클한데 그 사진을 보고 저까지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각자의 그런 활동들로 서로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제가 다른 분들의 영향을 받듯이, 제가 하는 활동을 통해 다른 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요. 내가 뭘 줘야지, 하는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고 저도 귀감을 얻고 실천하게 됐어요. 최근엔 환경문제에 가장 생각이 많아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환경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그렇지만 실천은 너무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게 어렵고 비닐도 대체할 수 있는 게 별로 나와 있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가 비닐 한 장이라도 줄이면 총사용량은 분명히 많이 줄어들 거예요. 제가 조금이라도 좋은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은 영향을 받는 분들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작년 말엔 남편 김무열 씨와 <매그넘 인 파리>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고 수익금 일부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기금으로 기부했어요. 최근엔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을 위한 기부금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결혼 장려 부부’라는 애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은 거 같아요. 제가 가끔 SNS에 남기는 단어가 있는데 많이들 공감해주시는 거 같아요. 정말 ‘내 편’인 사람이에요. 이유가 있어야 내 편이 되기도 하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여러 일을
할 때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장려를 해볼까 합니다.(웃음)

유튜브를 지켜보기만 해도 행복이 전해지곤 하는데, 최근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순간이 있을까요?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제 최근 모토는 사소한 거에 행복을 느끼는 거예요. 어제도 좋았어요. 날씨가 정말 좋았잖아요. 미세먼지도 없었고 봄이라 꽃도 피었고요. 잠깐 나가서 하늘만 봐도 좋았어요. 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햇살 많은 날이 좋아요.

여행 갈 때도 날씨 좋은 곳을 찾아가겠네요.
그래서 작년엔 이탈리아에 갔는데 계속 비가 오더라고요.(웃음) 그게 다 이상기후 때문에 그렇다더라고요.

요즘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나요?
집에서 VOD로 <작은 아씨들>을 봤어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거든요. 티모시 샬라메도 좋아하고요. <작은 아씨들>은 ‘이 배우들이 이 영화 안에 다 뭉쳤다고?’ 싶어서 신기한 거예요. 어떻게 보면 모두가 두드러지지 않는 배역일 수 있는데,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게요. 또 저는 미술을 전공해서인지 몰라도 영화를 보면 의상이나 미술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자매들이 걸어가는 장면에서 컬러 조합이 너무 예쁜 거예요. 굉장히 섬세하게 작업했구나 싶어서 계속 웃으면서 영화를 봤어요. 티모시는 사심으로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못 본 그레타 거윅의 작품이 뭐가 있지 찾아보다가 <매기스 플랜>도 봤어요. 남자랑 결혼했다가 다시 전 부인에게 돌려보내는 내용이잖아요. ‘이게 말이 된다고?’ 싶은 기발한 유머가 재밌었어요. 관객에게 행복을 줄 줄 알고 굉장히 디테일한 감독인 거 같아요.

벌써 4월이네요. 남은 올해 동안 계획하고 있는 특별한 일이 있나요?
반려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양양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또 이번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개봉하고 유튜브 채널에 리뷰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는데, 감사했어요. 배우는 물론 자기의 만족 때문에, 일로서 작품을 하기도 하지만 피드백도 받잖아요. 굉장히 행복한 일이더라고요. 올해도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코로나19로 힘든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홈리스 빈곤해체와 자활을 위한 매체 《빅이슈》와 두 번째로 함께한 소감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처음 《빅이슈》와 함께했던 게 꽤 오래전(2013)이었어요. 그때 재능기부를 하고 나서 길을 지나가다가 판매원분들을 보면 더 잡지를 사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그게 어떻게 쓰이는지 아니까요. 또 저는 강남역에서 자주 사는데요. 판매원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잖아요. 그 에너지가 좋아요. 제가 구매를 통해 그분들에게 무언가 에너지를 준다면 판매원분들도 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세요. 사면서 행복해져요.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판매원분들이 요즘 더 힘드실 텐데, 부디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잡지를 구입하는 사람이 판매원분들을 일방적으로 도와드리는 게 아니라 그분들로 하여금 에너지를 얻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상이 굉장히 소중한 거 같아요. 요즘 특히 자주 보여요. 일상이 너무 소중하다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일상을 회복하는 데 마음을 모아야겠지만 일상이 돌아오게 되면 하루하루 감사하며 사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양수복
사진 고원태
스타일리스트 홍은영
헤어 오윤희(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성은(제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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