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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9 에세이

평강공주를 위하여

2020.06.30 | 그렇게 연애 호구의 헬게이트가 열린다

“그 사람(a.k.a 나쁜남자)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뿐이야.”
오늘은 연애만 했다 하면 ‘개고생 게이트’를 즐겨 찾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개고생 게이트는 생각보다 꽤나 많은 이들이 연애를 하며 들어서고야 만다. 연애 초반과는 달리 그 사람이 당신을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하며 약속을 뒤바꾼다거나, 당신이 이해하고 참아야만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어쩌면 연애 초반부터 이미 그러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게 아닌데 알면서도 그 사람이 짠해 보여서, 바빠 보여서 일일이 맞춰주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개고생 게이트를 지나 멀리멀리 요단강까지 건너고 있는 상황이다.

키우지 말고, 연애하세요
연인은 사랑을 함께 나눌 상대일 뿐, 보호자 역할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스무 살 넘는 연하를 만나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그런 역할은 안 할걸? 물론 서로 그런 역할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그래, 아름답겠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전제가 된다면 그때부터 이 연애는 처절하게 실패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사람이 짠하고 애달파서 더 챙겨주고 참아주고 싶은 감정이, 서로 핑퐁을 주고받는 애정의 크기보다 커진다면 그때부터는 좀 더 제대로 문제를 인식해야 할 때다. 특히 금전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기 시작한다면 정말로 딱 잘라 선을 그어야 한다. 그 ‘나쁜 남자’가 나로 인해 변화할 확률은 극히 적다. 그것만 빼면 괜찮다고?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은 평생 개고생을 하게 된다. 정말 선하고 착한 마음이 뿜어져 벅차올라 견딜 수 없다면, 주변의 유기동물 보호센터나 자선단체를 찾아가 봉사를 해보자. 조금만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그것이 당신에게 훨씬 더 크게 남는다. 도움은 필요한 곳에 내밀어야지, 뻔뻔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쁜 놈들은 착한 사람 레이더가 있다
10여 년 전부터 연애 이야기를 주야장천 해서인지, 나는 주변인들의 연애 오작교 역할을 많이 해왔다. 이 그룹의 친구와 저 그룹의 친구, 친구의 친구와 내 친구를 찬찬히 보면 누가 누구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촉이 오는데, 그렇게 결혼까지 골인한 이들이 왕왕 있어 덕분에 정장 얻어 입을 일도 많았다. 그렇게
착착 잘 맞는 선남선녀들을 보노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듯 뿌듯한데, 이와는 달리 ‘와, 이건 안 된다.’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왜, 그룹마다 한 명씩 있는 친구 캐릭터 있잖나, ‘천사 캐릭터’. 화내는 법도 잘 없고, 항상 잘 웃고 순하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착할 수가 있나 하는 순진무구한 캐릭터 말이다. 그런데 내 주변의 이런 천사 캐릭터들은 스스로의 연애에 조금 약했다. 괜찮고 잘난 놈은 극히 드물어서 연애 시장에 잠깐 나타났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낚아채야 하는 법인데, 이 천사 친구들은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그 순간에 약게 캐치하질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너무 괜찮은 이 친구들이 외로움에 지쳐갈 때쯤, 그들이 나타난다. 착한 사람 레이더를 최신 버전으로 장착한, 나쁜 놈들이. 이 캐릭터들도 그룹마다 한 명씩 있기 마련인데, 연애로만 안 엮이면 정말 쿨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농담도 잘 하고 센스도 있고 외모도 나쁘지 않은 편인 경우가 많다. 이성에게 인기도 있어서 연애 상대도 자주 바뀌는데 그때마다 늘 편히(지 맘대로 휘두르며) 연애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내게 소개해달라 부탁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하면, 바로 앞서 말한 천사 캐릭터 친구들이었다. 이들은 정말 귀신같이 천사(그들에겐 호구겠지)를 잘 알아본다. 잠깐 스치듯 5분을 봤어도, 아니 말 한 마디 없이 사진만 봤어도 기가 막히게 그 그룹 중 제일 착하고 순한 친구들을 골라내곤 했다. 물론 난 그런 시작은 아예 만들어주지 않았지만, 그들의 레이더와 행동력은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천사 캐릭터들이시여, 이 마수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날 웃게 하는 사람과, 그냥 입을 ‘잘 터는’ 사람을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귀를 여세요. 제발, 이미 주변 사람들이 말리고 있잖아요.

그래도 할 거라면, 체력 있을 때
아무리 하지 말라 잔소리를 해도, 이미 낙장불입, ‘폴인럽’된 사람의 마음과 연애는 막을 수 없는 법. 하지만 이 평강공주님들에게 딱 하나만 당부하자면, 그런 맘고생 몸고생하는 미친 연애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끝내버리라는 것이다. 나만이 보듬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나쁜 남자의 짠한 모습에 매료되어 평생 아내가 아닌 엄마 노릇을 하는 여성들의 예는 차고 넘친다. 미안한 말이지만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현실 앞에 그렇게 힘이 세지 않다. 정말 그 버라이어티한! 일방적인 퍼주기 연애를 계속하고 싶다면, 평생 더럽게 얽히기 전에, 매일매일 울고서도 다음 날 멀쩡히 출근할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될 때, 그때까지만 하는 것으로 약속하자. 제발, 약속!


영켱(팜므팥알)
독립출판물 <9여친 1집>, <9여친 2집>을 제작했고,
단행본 <연애의 민낯>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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