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매된 이주영의 첫 정규 앨범 제목은 <이주영>이다. 19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이주영이 첫 앨범을 2019년에 내고, 2020년에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로 선정된 것을 짚어보면 25년 동안 그가 고심한 음악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은 이주영의 앨범을 가리켜 “마음을 기록하고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음악의 역할이라면, 지난해 이주영의 음반만큼 강력했던 음반은 드물었다.”라고 추천한다. 한낮의 연남동에서 만난 이주영은 서정적인 목소리로 음악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평온하게, 이따금 무게를 덜어내는 유머를 섞어가며.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죠. 이후 25년이 지난 뒤 1집 정규 앨범이 나왔네요. 팬들과 이주영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좋더라고요.
정말 감사해요. 사실 앨범 홍보를 준비하지 않았고 홍보할 능력도 안 되는데, 주위 분들이 오랫동안 저를 봐왔잖아요. 서정민갑 씨도 그렇고, 곧 열릴 첫 쇼케이스를 기획해주신 콰가컬쳐레이블의 정재영 대표님도 그렇고 멀리서 알고 지내던 분들이 지원해주셔서 무척 고마웠어요. 어떻게 보면 사면초가의 상황인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서 (신세를) 갚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제가 과장법을 좋아해서 이렇게 말한 건데 실제로 사면초가는 아니에요.(웃음)
다른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성격이 낙관적인 것 같아요. 이제야 첫 앨범을 냈다고 말하는 게 호들갑처럼 느껴질 만큼.
만약 제가 지금 빚이 있다면 고민이 되겠지만 없어요. 전 언제나 0(영)의 상태에서 살아왔어요. 통장 잔액이 0원인 거예요. 돈이 들어오면 쓰고, 들어오면 쓰고 하죠. 잔액이 많았던 적이 없어서 지금 돈이 많아도 이상한 상황이고 마이너스도 아니라서 평온해요.
앨범 타이틀이 ‘이주영’이에요. 뮤지션들이 주로 정말 자신 있을 때 자신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내거는데, 어떻게 이런 제목을 정하게 되었나요.
보는 분들이 재밌으셨으면 해서요. ‘뭐야, 왜 제목이 자기 이름이야? 재밌네.’ 하고 풋 웃으셨으면 해요. 저한텐 웃기는 게 아주 중요해요. 사람들이 봤을 때 ‘저 사람, 뭐 이렇게 자아가 충만해?’ 하는 생각이 들면 웃기잖아요. 제가 숨겨둔 뜻을 아는 분은 많지 않지만요. 주위 사람들 말로는 제가 슬픈 발라드를 많이 해서 쓸쓸한 이미지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미 망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망했으니까 그냥 이렇게 살려고요.
앨범은 얼마 동안 작업했나요.
최근 10년 정도 작업한 걸 모았어요. 앨범을 안 내서 곡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10년 전 곡도 있고, 1년 전 곡도 있고 섞여 있어요.
올해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에 ‘오후에’가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이 곡 외에 애착이 가는 노래가 또 있나요.
‘오후에’에 애착이 가요. 이 노래를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면, 녹음기를 틀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와 멜로디를 한번에 녹음했어요. 이 노래가 7분짜리잖아요. 7분 동안 만든 거예요. A파트는 어떻게 하고 B파트는 어떻게 하고 정하지 않고 그냥 흐름대로 쭉 독백하듯 가는 곡이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즉흥적이었네요. 주로 이렇게 작업하나요.
맞아요. 작곡이든 공연이든 매번 그래요. 녹음 버튼 눌러놓고 아무 말이나 하면서 동시에 멜로디를 붙여요. 가사가 따로 있는 상태에서 멜로디를 붙일 때도 있는데, 이런 방식으론 많이 작업하지 않는 편이고, 아무 말에 아무 멜로디가 같이 나와요.
이번 앨범 수록곡도 공연 무대에 설 때마다 계속 달라지겠네요.
곡은 비슷한데 연주가 달라지는 거죠. 제가 정해진 대로 하질 못해요. 저랑은 잘 맞지 않는 방식이에요. 돌아보며 고치는 방식이 제 성격에 맞지 않고, 고친다기보다 여러 번 해서 그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아마 지난해가 아니라 지지난해에 앨범을 냈다면 또 다르게 연주하지 않았을까요. 그때의 기분이 있으니까요.
6월 27일에 첫 쇼케이스를 열잖아요. 관객을 위해 귀띔해줄 수 있는 게 있나요.
추첨 이벤트를 해서 감사의 백팔 배 방석이나 수제 마스크를 드릴까 해요.(웃음) 뭘 드릴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선물은 감사의 표현이고 1집 전곡을 밴드로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대돼요. 연륜이 쌓인 세션들과 함께하니 관객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여성 세션들이랑 하고요. 드럼은 3호선 버터플라이 서현정 씨, 베이스 기타는 투명 정현서 씨, 기타는 빅 베이비 드라이버 최새봄 씨, 건반은 슈에뜨 피아노 유승혜 씨가 맡아 저까지 5인조 밴드로 준비하고 있어요. 관객이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느낄 수 있게끔 세심하게 준비할 계획이에요.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 229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양수복
사진 이재인
장소제공 연남방앗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