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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0 빅이슈

힘들 때 손잡아준 독자들을 기억해요

2020.05.18 | 임진희 전 빅판 인터뷰

전 빅이슈 판매원 임진희 씨는 《빅이슈》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고려대역, 강남역, 잠실역, 선릉역, 용산역을 거쳐 8년간 《빅이슈》 판매원으로 일했고, 홈리스월드컵과 발레단에도 참여한 《빅이슈》의 대표 얼굴이다. 지난해 공공근로를 시작하기 위해 《빅이슈》를 떠난 지 1년째, 그는 여전히 밝고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 옛 추억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임 전 빅판을 만났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분리수거를 하는 일이에요. 주민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차에 실어 처리장으로 가져오면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것들을 작업해요. 매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처리장에 가는데 요새는 코로나 19 때문에 안 하고 있고, 월요일과 목요일 야간에 재활용 쓰레기 상하차 작업만 해요.

힘들진 않으세요?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민들이 잘 분리해줘서 괜찮아요.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지난해 3월 말부터 일했으니 1년 조금 넘었네요. 아는 분 소개로 하게 됐어요. 처음엔 3~4개월 일하고 다른 일 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남들보다 끈기가 좀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정도 들고 해서 계속 일하게 됐네요.

일의 장점은요?
일 안 하는 평일에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빅판으로 일할 땐 밤 12시 다 돼 집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지난해 이 일을 시작한 뒤엔 퇴근하고 야구장에 자주 갔어요. 야구 보려고 빅판 그만둔 것 같기도 해요.(웃음) 두산 베어스 팬인데 지난해 우승해서 좋았어요.

요즘은 어떤 취미 생활을 하세요? 야구팬들은 집에서 옛날 경기를 다시 보기도 하더라고요.
맞아요. 옛날 명경기를 돌려 봐요. 지난해 한국 시리즈를 전체 다 돌려 보고 있어요. 두산 베어스가 극적으로 우승해서 볼 때마다 좋아요.

《빅이슈》와 함께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가장 변한 점은 무엇일까요.
전엔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말도 못 붙였죠. 처음엔 거리에서 책 들고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창피했는데, 한두 달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군요. 인내력도 생겼어요. 이거 안 하면 노숙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노숙하느니 얼굴에 철판 깔고 살아가자.’ 하고 인내력이 생기더라고요. 많이 팔았을 때나 임대주택에 들어갔을 때 자신감도 생겼고요. 밑바닥 인생이었는데, 《빅이슈》 덕분에 재취업하고 임대주택에도 들어갈 수 있었을뿐더러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요.

임대주택에서 사는 건 어떠세요.
이사 온 지 2년쯤 됐어요. 영등포 쪽 LH 임대주택에 살다가 불이 나서 지금 사는 데로 옮겼는데, 월세는 조금 더 비싸도 풀옵션이라 혼자 살기 좋아요. 올여름에 재계약할 거예요.

홈리스월드컵, 발레단 등 여러 활동에 참여하셨어요.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요.
(모자를 보여주며) 홈리스월드컵 모자를 일부러 챙겨 왔어요.(웃음) 2013년에 열렸는데 그때 한국 빅판 중에서 저 혼자 폴란드에 갔어요. 큰 추억이죠.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과 겨루고 함께 지냈어요. 전 후보 골키퍼로 가서 큰 활약은 못 했지만 사람들과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1년 만에 하는 인터뷰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어떻게 응하기로 하셨나요.
저한테 잡지를 많이 사주셨던 독자분들도 있고, 제 소식을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나요.
고려대역에 있을 때 판매하다 말고 고대 학생들이랑 고연전을 본 일이 기억나요. 저는 연고전이라고 안 해요. 고연전이라고 해요.(웃음) 학생들이 학교 점퍼나 티셔츠를 주기도 했어요. 또 빅돔 했던 친구도 기억나요. 제가 잠실역에 있을 때부터 선릉역, 용산역으로 옮긴 후에도 계속 수요일마다 와줬어요. 용산역 주변에 딱히 밥 먹을 데가 없었는데 저녁도 같이 먹어주고요. 참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그분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빅판을) 그만두면 만나서 밥 한번 먹자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고, 내가 먼저 전화해야 했는데 못 챙겨서 미안해요. 항상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빅판으로 일하면서 전염병 상황을 겪은 적이 있나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마스크를 많이 쓰진 않았는데, 판매 부수가 확 줄었죠. 혜화역 빅판분과 종종 연락하는데, 지금 판매 부수가 많이 줄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임 전 빅판만의 판매 비법을 소개해주세요.
비법이 따로 있나요. 멘트를 잘 만들어서 열심히 소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 같아요. 저는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라고 했어요.(웃음) 손님이 많을 때랑 적을 때 멘트를 다르게 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그때는 몸에 배어 꿈에서도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하고 멘트를 했다니까요.

지금 빅판분들께 응원을 보내주신다면요.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 텐데 인내력으로 버티면 나중에 잘되는 날이 올 거예요. 힘들어도 열심히 버티면서 살아가길 바랄게요.


양수복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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