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빅이슈》 224호 표지를 장식한 배우 윤승아는 “잡지를 구입하는 사람이 빅판들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 그분들로 하여금 에너지를 얻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빅판과 독자는 단순히 잡지 판매자와 구매자를 넘어 에너지를 주고받는 특별한 관계다. 빅판 역시 손편지나 소소한 간식 등을 준비해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고마운 마음과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2018 년 9월에 노량진역에서 판매를 시작해 지금은 광화문역 7번 출구를 지키고 있는 곽창갑 빅판은 홈리스에게 무료 급식을 나눠 주는 봉사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곽 빅판은 “매주 화요일에 문래동으로 봉사하러 다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가지 못하게 됐다. 얼른(코로나19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라면서 아쉬운 표정을 보였다. 그와 봉사활동을 이어준 건 교회다. 《빅이슈》 판매도, 봉사활동도 다니던 교회에서 추천해 시작하게 됐다. 급식 봉사는 밥과 국, 반찬을 떠주는 간단한 일이지만 곽 빅판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더없이 뿌듯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곽 빅판이 봉사활동을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광주에서 살 때, 6개월 정도 장애인복지관으로 돌봄 봉사활동을 다니며 목욕과 빨래 등을 도왔다. 본인도 생활이 넉넉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동기가 됐다고 한다. 지금도 지하도를 걷다 노숙하는 홈리스들을 만나면 다가가 《빅이슈》를 소개하고 빅판 일을 추천한다. 이 일을 계기로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을 거쳐간 홈리스가 꽤 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돈이 많아야만 나눌 자격이 생기는 게 아니고, 가진 걸 남과 나누면 보람차고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건 삶이 팍팍한 탓이다. 곽 빅판은 어떨까? 생각으로 그치기 쉬운 나눔을 척척 실천에 옮기는 데는 그의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한몫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매일 아침 9시에 빅이슈코리아 사무실로 출근해 잡지를 구매하는 그는 《빅이슈》 를 판매하는 이유를 묻자 “놀면 뭐 해요. 뭐라도 해야지. ”라고 말했다. 부지런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6개월 이상 성실히 《빅이슈》 를 판매하고 저축한 결과 지난해 말 영등포의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다. 너무 좋다고 연신 집 자랑을 하는 곽 빅판을 보며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갖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곽창갑 빅판은 다음 목표도 이야기했다. 바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이다. 이 역시 그가 살아온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삶의 한가운데서도 다른 사람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면서 귀감이 되어주는 그가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
글·사진 양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