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역 6번 출구의 통로는 코엑스 등 도시의 심장부로 이어지는 교차점이자 문영수 빅이슈 판매원 (이하 빅판)의 일터다. 임수연 독자는 신간이 나오는 날을 확인하고 늘 삼성역을 찾아오는 문 빅판의 단골. 두 사람에게 삼성역은 단순히 지하철역을 넘어 짧은 시간이나마 반가운 사람을 만나 일상을 이야기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독자에게 힘을 얻고, 빅판에게 용기를 배우는 두 사람이 삼성역에서 다시 마주했다.
지금 힘들다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안 하면 힘들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비가 온 뒤엔 꼭 청명한 하늘을 보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문영수 빅판
수연 님이 처음 삼성역으로 《빅이슈》를 구매하러 온 때를 기억하시나요?
임수연 문영수 선생님이 손수 캘리그래피로 꾸민 엽서를 선착순으로 독자에게 증정한다는 사실을 빅이슈코리아 SNS 계정에서 알게 됐어요. 이후 매거진을 구매하러 찾아갔는데, 엽서가 이미 동이 난 상태였죠.(웃음) 그때 선생님이 다음에 오면 엽서를 주신다고 하셨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이후로 쭉 이곳에서 잡지를 사고 있어요.
문영수 그게 올해 3월의 일인데, 3월에는 화이트데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모두에게 아름다운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으로 엽서를 꾸몄거든요. 수연 님이 성남에서 일부러 오셨더라고요. ‘카페 빅이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날도 찾아오셔서 선물을 주셨어요. 보통 열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대단하죠. 제가 다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라는 책을 주시기도 했어요. 제가 무언가에 몰입하면 통증이 덜 느껴진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다리가 아픈 줄 몰랐어요.
늘 먼 이곳까지 잡지를 사러 오는 이유가 있나요?
임수연 문영수 선생님이 항상 편지를 써주시잖아요. 그 점이 제일 좋고요, 그리고 제가 올 때마다 무척 반가워하세요.
문영수 책을 많이 팔아주셔서….(모두 웃음) 스무 권이나 사 가신 적도 있어요.
임수연 주변에 나눠 주느라 여러 권 산 적이 종종 있어요. 선물하면 다들 아주 좋아하거든요. 뿌듯해요. 건대입구역 주변에서 일할 때 지하철역에서 구매하면서 《빅이슈》를 처음 알게 됐는데, 잡지 자체가 참 재밌었어요. 주변에 《빅이슈》를 많이 알리려고 노력해요. 제 거 사면서 같이 사요.(웃음)
두 분이 잡지를 팔고 사면서 일상 이야기를 자주 나누신다고 하던데요.
문영수 원래 수연 님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계획이 미뤄졌어요. 저도 어려웠지만, 수연 님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지쳐 있는 게 느껴졌어요. 이럴 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산 제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힘들어도 이 순간이 지나면 좋은 때가 온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요. 오늘 특별히 편지도 써 왔어요. 전 지금 힘들다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안 하면 힘들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비가 온 뒤엔 꼭 청명한 하늘을 보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면 다른 사람의 소식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런데《빅이슈》라는 잡지 덕분에 일상에서 기대되는 일이
생긴 게 좋아요.
선생님이 주시는 편지와 잡지를 떠올리며
‘오늘은 무슨 내용일까?’ 기대되고 기분이 좋아요.
-임수연 독자
신간이 나올 때마다 판매지에서 만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이 있나요?
임수연 선생님이 ‘카페 빅이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셨잖아요. 이 기사를 본 날이 기억나요. ‘멀리서 온 독자가 선물을 줬다’고, 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더라고요.
문영수 전 5월 8일 어버이날이 기억나요. 신간이 나오지 않는 날인데, 저 멀리서 아는 사람이 걸어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것도 꽃바구니를 들고요. 어버이날이라고, 제 생각해서 준비해 오신 거였어요. 너무 큰 감동을 받았죠.
임수연 5월이 가정의 달이잖아요. 선생님이 가정의 달이 싫다고 말씀하신 걸 예전 기사에서 봤어요. 엄마 사다 드리면서 선생님께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문영수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생각하고 챙기기가 어렵잖아요. 웬만한 정성이 아니면 힘든 일이고요. 참 고마웠어요.
독자로서 삼성역을 찾아오면서, 또 판매지에서 독자를 맞이하면서 두 분에게 찾아 온 변화가 있나요?
문영수 본인도 일하면서 힘들 텐데 일부러 찾아오시는 독자들을 보면 내가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제가 책을 판매하면서 너스레를 잘 못 떨어요.(모두 웃음) 살갑진 않지만 독자들에게서 힘을 얻으니까 계속 편지를 쓰게 돼요.
임수연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면 다른 사람의 소식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빅이슈》라는 잡지 덕분에 일상에서 기대되는 일이 생긴 게 좋아요. 선생님이 주시는 편지와 잡지를 떠올리며 ‘오늘은 무슨 내용일까?’ 기대되고 기분이 좋아요.
빅이슈코리아 10주년을 축하하면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문영수 10주년에 이르는 동안 빅판을 일으켜 세워준 독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독자들이 있기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빅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연 님도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건가?’ 싶어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의구심을 갖지 말고 계획한 대로 계속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또 왔을 때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임수연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 선생님이 주시는 편지를 읽고, 판매지에서 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며 큰 힘을 얻어요.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글 황소연
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