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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0 스페셜

빅이슈와 함께한 10년의 힘, 오현석 빅판

2020.07.15 | 빅이슈 10년, 당신 덕분입니다

《빅이슈》가 창간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판매원으로 빅이슈와 함께한 오현석 빅이슈 판매원 (이하 빅판)은 독자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다. 늘 활짝 웃는 얼굴로 판매원 자립 활동에 앞장서기 때문에 빅이슈 공식 SNS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빅판이라서다. 고속터미널역에서 5년째 꾸준히 판매하고 있어 ‘고터 빅판님’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0년간 그가 지켜본 빅이슈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 오현석 빅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빅이슈와 10년간 함께하셨어요. 언제부터 일하셨는지 기억하세요?
2010년 8월 3일부터 일하기 시작했어요. (정확한 날짜를 다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제가 입사한 날이니까 기억하죠. 당시엔 지금보다 빅판 수가 적었고 사무실 직원도 적어서 가족적인 분위기였어요. 그때 같이 일하던 빅판님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여행도 같이 가고 소요산 등산도 가고 그랬어요.

현재 빅이슈 판매원 중 가장 오래된 빅판님이세요. 그간 일했던 빅판 중에 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떠난 분도 많지만 힘들어서 판매를 포기한 분도 많아요. 이렇게 오래 판매원으로 일하실 수 있는 이유가 뭔가요?
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빅이슈에서 잘 이끌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데다 저도 고마우니까요. 저한테는 직장이죠.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게 빅이슈예요. 빅이슈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영등포에서 노숙하면서 무료 급식소 앞에 줄을 서고 있겠죠.

처음 어떻게 판매를 시작하게 됐나요?
어느 날 구본춘 빅판이랑 같이 무료 급식소 앞에 줄을 서 있는데, 빅이슈 직원들이 와서 전단지를 나눠 줬어요. 이런 일자리가 있으니까 와서 일하자고. 본춘 씨가 그걸 받아서 버리더라고. 제가 주워서 보니까 해보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본춘 씨한테 이거 우리 운명이다, 같이 가보자 했는데 본춘 씨가 안 간다고 해서 저 혼자 찾아가 상담을 받았어요. 받아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서 하기로 했고, 제 소개로 본춘 씨도 같이 일을 시작했죠.

처음엔 판매지가 고속터미널역이 아니었죠?
명동성당 쪽에서 일하다가 신사역을 거쳐 고속터미널역으로 온 지 5년 됐는데, 여기가 참 좋아요. 이제 정착돼서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맘이 편하죠. 주변 상인들도 마음 편하게 대해주시고 독자들도 잘해주셔서 그 근처에만 가도 마음이 놓여요.

10년 전 《빅이슈》와 현재의 《빅이슈》가 가장 다른 점은 뭔가요?
콘텐츠가 달라졌죠. 콘텐츠가 많이 좋아져서 독자들도 좋아하시고 저도 당당하게 권할 수 있어요. 처음엔 50페이지밖에 안 되고, 한 달에 한 번 나왔는데 지금은 페이지도 많고 한 달에 두 번 나오니까 좋죠. 얼마 전에 책이 작아져서 독자들이 가방에 넣어 다니기 편하고 보기에 귀엽다고 하시더라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나요?
다 똑같이 소중한 독자들이죠. 누군가를 특별히 기억하기보다는 저한테는 다 중요하고 고마운 분들. 멀리 강화도에서 오셔서 사주시는 분도 있고, 추운데 고생한다고 음료수 사서 건네는 분도 있고, 아주 먼 곳으로 이사 가셔도 저한테 사려고 일부러 찾아와주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 뵈면 죄송해요. 그럼 저는 빅이슈 판매원은 다 똑같으니까 가까운 곳의 다른 빅판님한테 사셔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다들 고마워요.

2011년에 임대주택에 입주하셨어요. 내 집이 생겼다는 게 의미가 클 것 같아요.
네, 방이 두 개나 있고 저한테는 과분한데, 무엇보다 쉴 수 있는 집이 생겨서 좋죠. 입주할 때 초창기 빅판 형님들이랑 집들이도 하고, 빅이슈 직원들이 가구도 같이 골라주고 그랬어요. 내 살림도 하나하나 장만하고. 지금은 《빅이슈》를 6개월간 판매하면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땐 1년간 판매해야 했거든요. 1년간 판매하고 입주했는데 감동이었죠. 고시원 생활 하다가 내 집이 생겨서 거기서 밥도 해 먹고 그러니까. 요즘은 밤 9시까지 판매하고 집에 늦게 들어가니까 주로 사 먹지만요.

밤 9시까지 판매하면 많이 힘들지 않나요?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팔아요. 그 점을 독자님들이 다 이해해주세요. 제 판매 시간 맞춰서 힘들게 찾아와주시니 고맙죠. 요즘은 독자님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판매가 잘 안 돼서 힘들지 않느냐고 위로해주고, 마스크 쓰고 일하니까 힘들겠다고 걱정도 많이 해주셔서 고맙죠.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까 힘들어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데, 독자분들도 더운데 마스크 쓰고 일하실 텐데 걱정이에요.

예전에 빅이슈에 와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는데, 빅판님에게 좋은 사람은 독자들인가요.
독자들도 그렇고, 빅이슈 코디네이터 분들도 저한테 고마운 사람들이죠. 좋은 사람들이 저에게 지혜도 나눠 주고 제가 잘 모르는 건 알려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니까 저도 좋은 일만 하게 되고 나쁜 건 안 하려고 해요. 옛날 홈리스 시절에 알고 지내던 형님들 만나면 같이 술이나 마시고 그럴 텐데, 빅이슈 와서 판매하다 보니까 그런 일도 생각 안 하게 되고 착한 생각 하려고 하고. 돈 벌고 집도 생기고 생활이 많이 달라졌죠. 빅이슈 코디네이터 분들이 저를 위해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좋은 제도 같은 거 있으면 알려주는 등 제가 모르고 놓칠 수 있는 걸 다 챙겨주잖아요. 진심으로 우리를 위한다는 걸 아니까 다 믿고 하려고 해요.

다른 홈리스 분들에게 《빅이슈》 팔아보면 어떠냐고 제안도 하시고, 실제로 빅판님 소개로 오신 신입 빅판도 많잖아요.
홈리스들이 자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꼭 와서 상담받아보라고 권하죠. 상담받은 후에 안 해도 되고 자유잖아요. 빅이슈가 막 강제로 일 시키는 데가 아니니까 저는 적극적으로 권해요.

신입 빅판을 교육하는 ‘교육 빅판’ 역할을 제일 많이 한 빅판이기도 하시잖아요. 신입 빅판들에게 주로 뭐라고 조언하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해요. 길에 서서 잡지를 파는 일이 처음엔 힘들고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근데 우리 판매원 중에 70대도 있고, 다들 열심히 하시잖아요. 남들이랑 똑같이 일하는 거니까, 가만히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외치라고 많이 얘기해요. “《빅이슈》입니다.” 하고 자신 있게 외쳐야 자립심도 생기지 소극적으로 하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자기 판매지에 가면 혼자 해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해야 판매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말라고. 이왕 마음먹고 왔으니까 열심히 해보자고 얘기해요.

뭐라고 외치세요?
읽어봐야 무슨 내용인지 안다고 해요. “홈리스의 자립을 위한 《빅이슈》입니다. 직접 사서 읽어봐야
내용을 압니다.” 이렇게 설명해요. “수능에는 안 나오지만 직접 읽어보시는 게 정답입니다.”

중간에 다른 곳에 취직하셨다가 빅이슈로 돌아오셨어요.
코레일에 입사했었는데, 막상 부딪쳐보니까 젊은 사람들이랑 일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적응이 잘 되지 않고 분위기도 생소한 게. 빅이슈는 코디네이터 분들이 잘 이끌어주지만 거기는 다 동료니까 그게 안 되잖아요. 처음 하는 일이라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가 마음이 너무 약했구나.' 싶어 지금은 후회도 해요. 《빅이슈》 판매를 오래 하다 보니까 오래 본 독자 중에는 “빅판님, 이제 취직할 때가 됐는데요.” 하는 분도 계세요.(웃음) 《빅이슈》 판매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취직 준비 다시 해보자 해요.

지금도 계속 자격증에 도전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에너지관리기능사예요. 옛날에 했었는데 다시 공부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보일러 쪽인데 제가 옛날에 했을 때랑 많이 달라져서 새로 공부해야 해요. 꿈을 키워야죠. 안 되면 되게 해야죠.

빅이슈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요?
이승기 씨가 빅돔으로 활동한 일이 생각나요. 신사역에서 일할 때였는데, 사람들이 줄 서서 열 부, 서른 부씩 사 가는 통에 두 시간 만에 매진됐죠. 스타가 와서 같이 판매하고 사진도 찍고, 일본 팬들까지 와서 사고 그래서 그때가 기억이 많이 나요. 지금도 TV에 이승기 씨가 나오면 반가워요.

힘들 때 이거 하면서 푼다, 하는 게 있을까요?
오현석 빅판만의 취미랄 수 있는. 야구 경기 보는 거 좋아해요. 지금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무관중으로 야구 경기 하고 있거든요. 저는 넥센을 응원하는데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서 야구장 가서 응원하고 싶어요. 박병호 선수가 우리 책 표지 모델을 해주면 좋겠어요. 빅돔으로 같이 해주면 금상첨화인데.(웃음)

열 살 생일을 맞은 빅이슈에 축하의 말 한마디 부탁합니다.
10주년을 맞은 올해 빅이슈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잘 헤쳐가는 모습이 대단해요. 앞으로 10주년, 20주년, 30주년, 무슨 일이 닥쳐도 꾸준히 이어가길 기대해요. 그래야 신입 빅판이 와서 또 자립할 수 있으니까. 회사가 지금보다 더 커져서 빅판들 아프면 치료도 지원해줄 수 있게 더,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길 바라요.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많았으면 싶어요.


김송희
사진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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