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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6 인터뷰

쓰임새의 탐구

2020.10.06 | 정리 컨설턴트 정희숙

물건의 저장을 넘어, 그 많은 물건들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 정리 정돈이다. 정희숙 정리 컨설턴트는 공간을 세세하게 쪼개서 분석하고, 어떻게 물건 배치와 공간의 효율을 높일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정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정리의 신’으로 불리는 그 역시, 자신의 옷장에 걸린 여러 벌의 흰 셔츠를 보며 물건을 불필요하게 많이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쓰임새의 탐구는 매일 반복해야 할 일이다.

정리 정돈을 특별하게 여기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고, 정리 정돈을 하는 게 좋았다. 매일 하다 보니 잘하게 된 것 같다. 오늘도 고객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데 무척 개운하더라.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고객들이 삶이 바뀌었다고 고마워하니 나 역시 성장하게 됐다.

정리 정돈을 할 때, 사람들은 수납장을 고르는 일도 어려워한다. 괜찮은 수납 시스템의 기준이 있나.
정리 의뢰를 자주 받는 공간 중 하나가 옷방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옷 정리가 특히 어렵다. 계절별 옷을 다 보관해야 하니까. 사실, 장롱에 두 명의 옷을 다 수납할 수 있는 집은 많지 않다. 또, 주방과 옷방, 장난감 수납장은 각기 성격이 다르다. 장난감은 분류를 잘 할 수 있도록 칸이 구분되어 있어야 하고, 주방은 소품이 많기 때문에 서랍이 있으면 좋으며 싱크대 아래쪽이 서랍 형태로 되어 있으면 편하다. 옷은 선반이나 서랍보다 행거에 걸 수 있는 공간을 넓게 마련하는 것이 좋다. 옷이 많으면 쌓이고, 쌓이면 못 찾게 된다. 나는 있는 것을 재배치해서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일한다. 많은 사람이 무조건 넓은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배치가 적절하지 않으면 캐리어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관이 필요한 물건을 보관 용도가 아닌 공간에 쌓아두게 된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정리 정돈 요령을 알려주기 바란다.
내가 만난 고객들은 집에 물건의 제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정수기 옆에 있어야 하는 건 뭘? (컵?) 맞다. 결국 동선이 정리의 맥락이 된다. 신발장은 가족의 키 순서대로, 어른들의 구두는 높은 쪽에, 아이들의 운동화는 아래쪽에 있는 편이 좋다. 옷도 마찬가지다. 지금 자주 입는 옷이 밖에 나와 있으면 된다. 패딩 아우터나 니트웨어는 여름에 접어둬도 괜찮다는 뜻이다. 주방을 예로 들면 나는 설거지나 조리하는 편의성과 함께 완성된 음식을 어떻게 식탁으로 가져갈 것인지도 본다. 주방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기보다 조리대와 가열대 등으로 세분해서 보아야 한다. 요리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옆에 냄비와 양념 통이 보이는 풍경을 상상하면 된다. 사용하기 편한 장소에 물건을 두는 습관부터 들이면 좋을 것이다. 보관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 정돈과 청소는 어떻게 연결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나도 늘 고민하는 부분인데, 같이 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다만 고객의 집에 가면 난이도에 따라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 정하는데, 꼭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한꺼번에 같이 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 고객이 있다. 그런데 공간과 물건 중심으로 제자리에 두는 등 정리의 범위에 포함되는 청소가 있고 묵은 때를 지우는 등 그렇지 않은 본격적인 청소가 있다.

정리할 때 물건을 무작정 버리거나 팔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 ‘잘 버리는 방법’은 뭘까.
지금 나는 잘 버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불필요한 물건을 소지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집엔 보자기나 나무젓가락이 없고, 빨대도 없다.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포장 용기나 유리병은 재사용하지 않고 바로 버린다. 음식을 보관할 때는 유리로 된 밀폐용기를 쓴다. 고객들 집에 가보면 음식 포장용 플라스틱 통을 씻어서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3000여 곳의 집을 가보면서 사람들이 물건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건은 곧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 나 역시 버리면 죄 받는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버리는 것을 낭비로 받아들이는 정서가 있다. 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후회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버리거나 집이 좁다는 이유로 버려서는 안 된다. 나중에 집이 넓어지면 또 사서 모으게 된다. 버리는 행위가 낭비나 손해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이 물건을 못 버리는 바탕엔 사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심리도 있다. 버리는 건 결국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인데 자신이 없는 것이다. 부모님이 가구까지 모두 정해준 고객, 시어머니가 사준 오래된 밍크코트를 입지도 않고 갖고 사는 고객이 그랬다. 그럴 때 난 고객들에게 “선물을 받는 순간부터 내 것이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하고 묻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건을 주고받으며 정이 오간다고 생각할뿐더러 넉넉하게 주는 걸 미덕으로 여겨 무언가를 버리거나 정리하는 걸 인색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곤도 마리에의 말처럼 ‘설레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다시 설레는 물건을 찾고 집에 들이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을까.
누구나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이 마음을 제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설렘과 필요성은 다르다. 지금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 쓸 때 늘 설레는 물건이 얼마나 되겠나. 그것만으로 물건의 필요를 판단하는 건 어떻게 보면 위험하다. 많이 버린다고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도 돌멩이나 조개껍데기를 주워오면서 벌써 추억을 이야기한다. 나는 늘 버릴 것을 찾는데, 그건 곧 필요성을 따지는 행위다. 잘 버리게 되면 오히려 신중해진다.

고객들의 집 정리를 도우면서 쓰지 않는 물건을 많이 보았을 텐데, 물건을 다시 사용하게끔 이끈 경험이 있다면.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고객이 있었다. 악기 근처에 물건을 쌓아두니 당연히 칠 수가 없었다. 피아노를 적절히 배치해 고객만의 연주실을 만들어주었다. 공간에 힘을 실어주면 물건이 빛을 발한다. 물건을 잘 배치하기만 해도 집은 도서관, 드레스 룸, 레스토랑이 될 수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인데, 좁은 집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정돈하면서 살 수 있다고 보나.
9~10평 원룸에 사는 분들도 정리를 의뢰한다. 이 경우 한 공간을 여러 용도로 써야 한다. 한 공간이 침실이자 거실이자 서재이자 식당인 경우다. 좁은 곳은 한 공간을 여러 기능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25평이나 50평 아파트에 살아도 수납 공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넓이보다 물건의 적정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1~2인 가구는 휴지나 치약 등을 꼭 팩으로 사지 않고 낱개로 사도 된다.

갖고 있는 물건이 많은데도 계속 사게 된다면 마음을 어떻게 잡는 게 좋을까. ‘쟁여놓기’나 ‘탕진’이 소비 문화의 한 축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물건을 많이 사는지, 왜 다들 저장에 강박을 느끼는지 나도 늘 생각한다. 각자의 트라우마 때문일 수 있고, 대리 만족을 위한 행위일 수도 있다. 어떻게 갖고 싶은 걸 다 가지겠나. 그런데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바로 산다. 너무 안타까운데, 청바지를 60벌씩 가지고 산다.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면서도 필요해서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불안해서 사는 것이다. 최근 만난 고객 중엔 마스크를 1000장, 2000장씩 가지고 있는 분도 있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라면류를 많이 사두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밥을 거를 것을 걱정해 한꺼번에 다량 사는 것이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낮아져야 한다.

롱 패딩 코트 같은 두꺼운 겨울옷부터 봄가을 옷, 공기청정기 등 계절과 기후변화에 맞춰 갖춰야 하는 물건이 점점 늘어난다. 어떤 방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을까.
계절별로 구분하지 말고 종류별로 구분해보기 바란다. 날씨가 애매한 환절기가 꽤 길다. 재킷은 365일 걸어두는 옷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주 입는 옷을 기준으로 여름엔 반소매 티셔츠라도 옷걸이에 걸어 눈에 띄게 정리하는 것이 낫다.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정리 정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비대면 소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에는 집에서 잠만 잤다면 이제는 업무도 보고 밥도 먹어야 한다. 그러면 주방 물품 등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집이라는 공간이 보이는 거다.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 집을 정리할 때 하루에 전문가 7~8명이 필요하다. 혼자서 한다고 생각하면 60시간 정도, 최소 일주일이 필요하다. 그것도 하루 종일 한다고 가정한 경우다. 정리 정돈은 하루에 끝낼 수 없다. 하루에 한 종류, 관심 있는 것, 부피가 큰 물건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은 패딩 의류만 정리할까?’ 하고, 다음 날은 재킷만 정리하면 보다 수월할 것이다.


황소연
사진제공 정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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