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36 인터뷰

빅판 출신의 ‘심리학자 소방관’ 사브리나 코헨-해턴 인터뷰 1

2020.10.08 |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았지만

노숙에서 벗어나기 위해 《빅이슈》를 팔던 열다섯 살 홈리스 사브리나 코헨-해턴(Sabrina Cohen-Hatton)의 삶은 고민과 선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잡지 판매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소도시로 판매지를 옮겼고, 목표한 소방관이 된 후에도 뿌리 깊은 성차별과 마주하며 더 단단해져야 했다. 게다가 재난 현장은 순간의 선택이 생사를 가르는 예민한 곳이었다. 해턴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의사 결정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법에 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치며 영국의 소방 구조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왔다. 저서 <소방관의 선택>(원제 )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소개한 사브리나 코헨-해턴 박사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열다섯 살 때 집을 나와 노숙하게 됐다고 책에서 밝혔다. 어떤 이유로 집에서 나오게 됐나.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다. 또 어머니의 사업 실패로 가정 형편이 나빠졌고 어머니는 정신 건강 문제로 괴로워하셨다. 나는 종종 누군가가 전쟁에 나가면 주위 사람 모두 파편을 맞게 된다고 말했는데, 우리 가족도 이에 해당됐다. 우리는 힘들고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열다섯 살 무렵, 상황이 악화됐고 집을 피해 거리로 나왔다.

유대인 여성 청소년에게 거리는 위험한 곳이었을 텐데,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
의심할 여지없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바깥에서 비를 맞고 추위에 떨면서 잠을 자야 했고, 열일곱 살 즈음 주위 사람들의 장례식이 일곱 번이나 이어질 정도로 힘겨웠다. 때때로 홈리스 상황을 공감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술에 취한 누군가에게, 다른 홈리스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걷어차이거나 맞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침을 뱉고 심지어 소변을 보기도 했다. 여성이기에 더욱 위험했다. 누군가가 돕고 싶다고 했을 때 그 의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고 주의해야 했다. 취약한 환경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고 그 의도를 즉각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빅이슈》를 판매할 때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뉴포트(Newport)에서 작은 도시 몬머스 (Monmouth)로 이동했다. 엄청난 노력인데, 그렇게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복지 혜택을 요구하기에 너무 어렸고, 15파운드(약 2만 2500원)로 2주를버텨야 했다. 그리고 이미 홈리스 상태였기에 공영주택 입주에서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뉴포트엔 근처에 약 10명의 판매원이 있어서 한 시간 거리인 작은 마을 몬머스로 이동했고, 몬머스에선 내가 유일한 판매원이었다. 아침 6시에 출발해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몬머스에 가서 잡지가 다 팔리는 저녁 7시까지 팔았다. 나는 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빅이슈》 판매는 돈을 벌 기회, 즉 내 상황을 바꿀 기회였다. 홈리스를 벗어나기 위한 오랜 노력 끝에 웰시밸리(Welsh Valleys)에 있는 작은 임대아파트의 보증금을 낼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다. 새로운 내가 되고 싶어서 그때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 알던 모든 사람, 혼돈 속에서도 익숙한 편안함을 주던 것에서 떨어질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누구도 내게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 만한 곳으로 갔다. 이렇게 하도록 이끈 것 중 하나가 소방관이 되겠다는 목표였다. 소방관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를 겪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내가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었다.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홈리스 생활은 소방관으로서 사는 삶과 비슷한 점이 있을 것 같다. 노숙 경험이 현재 직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나.
어찌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홈리스 시절, 나는 과잉 경계 상태였다. 항상 모든 것을 경계했고 모든 것이 두려웠다. 이 경험은 불안을 느끼고 과잉 분석하게 하는 등 가끔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상황의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었고,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책에서 바람의 방향으로 변화를 감지하고 화재 확산을 막은 경험을 기술했는데, 이는 과잉 경계하는 내 성격 덕분에 가능했다.


양수복
번역 최수연
사진제공 사브리나 코헨-해턴


1 2 3 4 5 

다른 매거진

No.337

2025.07.01 발매


스킵과 로퍼

No.336호(표지 A)

2025.06.02 발매


하리무

No.336호(표지B,C)

2025.06.02 발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No.335(커버 B)

2025.04.30 발매


최고심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