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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9

버려진 코커스패니얼 형제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2020.11.20 | 카라가 본 세상

대한이와 민국이는 더봄센터 D206 견사에서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모 프로그램에서 두 형제의 사진촬영을 해 달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더봄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반나절 정도의 나들이였다. 둘은 멀미도 하지 않고 얌전히 켄넬에 몸을 맡겨줬다. 산책을 좋아하는 둘인데, 낯선 장소에서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냄새 맡으며 돌아다녔다. 촬영은 빨리 끝났지만 간만의 산책은 길었다. 오랜만에 오랫동안 사람 곁에서 걷고, 햇볕을 쬐고 바람을 느끼는 두 마리 개는 몹시 상기되고 기뻐 보였다.
쌍둥이처럼 닮은 이 둘은 2014년 ‘생명이네 보호소’의 폐쇄와 함께 구조한 코커스패니얼 종의 유기견이다. 코커스패니얼이 유행하면서 몇 년 후 보호소에는 ‘코카’ 참 많이 나타났는데, 이들도 그때 버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껏 입양을 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 당시부터 녹내장이 너무 심해 눈을 적출해야 했던 민국는 이제 뒷다리에 힘이 빠져 휠체어도 맞췄다. 나들이 때는 청력이 조금 더 약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올해 열한 살로 추정되는 우리 민국이와 대한이는 천천히 약해지고 있다.

마지막 소풍이 아니기를
카라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만 총 200여 마리, 대부분 더봄센터에 입소해 열 명 남짓한 돌봄 팀 활동가들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는다. 하루 두 번 청소를 하고 두세 끼씩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키고, 사회화 교육과 매너 교육을 하고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 진료도 받게 해야 하는 스케줄 속에서 단 두 마리만의 소풍을 위해 시간을 내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뒷다리가 휘청거리면서도 느릿느릿 뛰는 대한이와 민국이에게 무척 미안했다. 어쩌지, 어쩌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들과 헤어질 슬픔까지 사랑해줄 가족이 나타나줄까? 늘 견사의 문 앞에서 사람만 기다리는 아이들인데, 평생 기다리기만 하다가 떠나버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임시보호를 보냈다가 돌아온 아이들은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깊은 우울과 큰 스트레스를 느끼곤 한다. 대한이와 민국이를 단기간 ‘임보’ 보내기도 어려운 이유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슬픔이 아니라 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더 다정하게 보살핀다는 마음, 이 아이들의 마지막 가족이 되는 것을 소중한 삶의 순간으로 간직한다는 마음… 그런 마음을 요청하는 것도 어쩌면 강요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이와 민국이의 촬영날의 나들이가 마지막 소풍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다. 언제나 입양 가는 어린 동생들을 바라만 봐야 했던 아이들. 긴긴 시간을 외로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했던 착한 개들이다. 늘 견사 앞에 엎드려 있어 타일 바닥을 따뜻하게 데웠던 아이들이기도 하다. 이제 민국이는 소리를 들을 시간도 길지 않은 것 같다.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온 둘은 다시 견사의 유리문 앞에 나란히 섰다. 활동가에게 관심을 갈구하는 두 개들은 언제든 사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듯했다. 언젠가는 정말 기적처럼 가족이 나타나지 않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이들에게 가족이 나타나길 빈다.

※ 입양 문의
www.ekara.org
02-3482-0999


글·사진제공 김나연
털동생을 먹여 살리는 중.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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