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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1 커버스토리

박세리라는 왕관의 무게

2020.12.31 | '빅이슈' 241호 박세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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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덜 인색해라.” 출연할 때마다 화제를 뿌리는 <나 혼자 산다> 박세리 편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은 말이다.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의 고생을 깊이 이해하는 ‘선배’가 하는 말이기에 더욱 의미 있었던 박세리의 위로. 1998년 LPGA 투어 데뷔 첫해에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2007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골프 선수 박세리의 기록을 새삼 지면에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IMF 시절 전 국민이 감동했던 ‘상록수’ 캠페인 영상은 또 어떠한가.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상록수’)라는 가사와 함께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공을 올려치는 박세리의 경기 영상은 ‘역경을 딛고 이겨낸 영웅담’의 좋은 예시였다. 공이 연못에 빠져도 포기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한 1998년 US 여자오픈에서 박세리의 경기 기록은 누가 각본으로 쓴 것처럼 완벽한 영웅 서사다. 2016년 골프 선수 은퇴를 선언했던 박세리가 코로나19 시국인 2020년 방송을 누비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운동선수로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 박세리가 자기 이름을 걸고 언제나 해왔던 일이다. 그 여느 때보다 ‘고난과 역경’의 시기였던 한 해, 박세리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방송이 많아졌다. 주변 반응도 확실히 달라졌겠다.
인터뷰만 해도 선수였을 때에는 운동 계획이나 내년 투어 일정을 물어봤는데 요즘은 주로 방송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 한다. 길을 다니면 알아보고 반응하는 연령층도 다르다. 예전에는 골프 좋아하시는 분들, 중장년층이 많이 알아보고 인사해주셨다면 요즘은 젊은 여성분들이 반가워해주신다. 초등학생들이 알아보는 건 좀 신기하다. 어린 친구들은 나를 연예인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대신 내 경우엔 방송에 나가도 선수 시절의 과거 영상이 같이 나가니까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던 친구들이라도 나를 ‘선수였던 사람’으로는 아는 것 같다.

선수로 활발히 활동했을 때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이다. 초등학생이면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을 아이들인데.
그래서 신기하고 귀엽다. 촬영할 때 보면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도 쭈뼛쭈뼛하면서 다가오질 못하는 게 눈에 보인다. 사인 받으려고 종이 같은 걸 들고 있는데 수줍어서 말도 못 걸고 멀리 서 있다. 그러면 내가 먼저 ‘오면 되지. 이리 와.’ 하기도 한다. 그런 학생들 많다. 너무 귀엽다.(웃음)

‘언니’라는 포지션이 생겼다. 특히 어린 여자 친구들이 닮고 싶어 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음, 여자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게 기분 좋다. 인스타그램에도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는데, 그런 걸 읽으면 기분이 좋다. 기분 좋은 응원 글을 많이 달아주신다. 자기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표현들을 내가 시원시원하게 해줘서 좋다는 반응이 많더라.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성격이 좋아 보이고 위로받는다는 메시지가 많다. 그럴 때면 오히려 내가 감사하고 힘을 받는다.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되진 않았나.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라 바로 표현하는 편이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좋고 싫은 게 표시가 나더라. 내 기준에서 아닌 것을 맞다고 하는 건 못한다. 물론 조심스러운 건 있다. 내가 표현을 너무 강하게 하거나 내 생각만을 남에게 강요하듯 보이진 않을까 그런 걱정은 있었다. 그렇다고 방송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고 연기하는 건 못하는 것 같다.

은퇴할 때 인터뷰를 보면 ‘장래가 불안한 사회 초년병이 된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더라. 이미 성공을 하고 목표를 이룬 사람에게도 이런 불안함이 있구나 싶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보다는 선수 생활 외에는 초년병이니까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선수 생활을 은퇴하면 제2의 삶이 시작되는 건데 그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있었다. 근데 그게 정상이 아닐까. 운동할 때 선수 생활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그렇게만 수십 년을 살았는데, 다른 일을 한다면 모든 게 처음이니까. 교육 쪽에 관심이 있었고 후배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하려고 하니 어렵더라.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방송을 보면 은퇴 후에 골프를 일부러 안 쳤던 것 같더라. 이제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는 운동인데 일부러 멀리했던 건가.
나에게 골프는 취미가 아니다. 본업이기에 잘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 은퇴 후에는 아예 골프를 멀리했다. 골프와 관련된 교육이나 중계, 다른 사업에 대한 구상은 하지만 직접 골프를 치는 것은 안 했다.

은퇴 후에 어떻게 지냈나.
쉬진 않았다. 3년 동안 은퇴 후 구상을 많이 했다. 은퇴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 그냥 시간이 아깝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정해진 시간표대로 연습하고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휴식이라는 기분이 안 들더라. 뭔가 목표에 따라 보람차게 움직인 후에 쉬어야 쉬는 기분이 든다. 제2의 삶을 어떻게 보람차게 즐기면서 살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하고 조언도 듣고 필요한 공부도 하면서 지냈다. 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일을 시작했다. 회사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직원들과 협업하고 논의도 많이 해야 하더라.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공동대표인 분하고 상의를 해가면서 구체적인 걸 만들어가고 있다.

회사 이름이 바즈인터네셔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가.
처음엔 후배들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지, 라고 시작했다. 설명하자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골프 대회도 주관하고 박세리 재단을 통해 주니어 육성도 하고 사회 기부 활동도 하는 회사다. 내가 운동선수일 때 느꼈던 시스템의 부재를 채우는 일이다. 사실 선수는 자기 운동에만 매진하기에도 바쁜데 현실은 운동만 할 수가 없다. ‘왜 선수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지?’ 내가 선수일 때 느꼈던 의문이나 아쉬움에서 출발한 일이다. 후배들이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진짜 자기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

올해 <나 혼자 산다>에 나오면서 집과 일상을 공개했다. 본격적으로 예능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방송 섭외가 그동안에도 있었는데, 많이 안 했다. 나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고 방송이 나의 본업은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웃길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 예능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나 혼자 산다>도 고민 끝에 출연한 거다. 이미 어딜 가도 다 보이는 사람인데 집에 있는 시간까지 보여줘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근데 뭐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지 않나.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 까치집 짓고, 민낯으로 하품도 하고. 나도 특별할 게 없는 데 누가 나 사는 모습을 재미있어할까 싶었다.

아니다. 너무 재미있었다.(웃음)
내가 내 일상을 영상으로 볼 일이 없지 않나. 근데 방송으로 보니까 완전히 다르더라. 매번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로 내 모습을 보면 별로 이상한지 몰랐는데 방송으로 보니까 더 이상한 것 같고.(웃음) 워낙 화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완전 민낯을 방송에서 보니 이상하더라. 집에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평소에 안 하던 걸 할 수도 없고.(웃음) 아마도 박세리가 사는 건 좀 다를 거라고 기대하셨는데 똑같아서 공감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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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 찹쌀, 시루. 반려견들이 박세리 편의 신스틸러다. 근데 강아지 발바닥 냄새는 왜 맡은 건가.
‘꼬랑내’ 좋아한다.(웃음) 동물의 그런 꼬랑내가 너무 귀엽다. 사람 꼬랑내는 싫은데 강아지 꼬랑내는 너무 좋다. 애들이 나한텐 자식 같고 예쁘니까 뽀뽀하고 냄새도 맡고 그런다. 영상통화도 매일 한다. 요즘 일정 때문에 서울에 있어서 애들을 못 보니까 보고 싶다. 그동안에는 대전에서의 삶이 메인이었는데 요즘은 바빠서 서울 집에 있다 보니 가족도 많이 못 보고 애들도 못 봐서 허전하다. 그렇다고 아이들 스트레스 받는데 내 욕심으로 서울에 데리고 있을 수도 없고. 서울에서 혼자 일정을 소화할 때는 아무래도 마음이 허전하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어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올림픽이 코로나 때문에 1년 미뤄졌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골프는 올림픽을 앞두고 합숙을 하진 않는다. 다른 종목들은 팀이 모여서 합숙하고 선발전을 하는데, 골프는 시즌을 하면서 랭킹이 정해지고 그 결과로 출전을 하는 거라 감독과 선수들이 팀으로 움직이는 건 적다.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은 그 시즌을 무사히 소화하고 올림픽에서 만난다. 대신 감독은 대한골프협회와 협의해서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선수 개개인이 따로 코치가 있다. 선수와 코치가 호흡을 잘 맞추고 부상을 입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 241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진행 김송희·양수복
사진 김영배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헤어 조은혜
메이크업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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