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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1 스페셜

올해의 ○○○ - <2>

2021.01.11 | 김민경부터 테스형까지

13 올해의 용기
변희수 하사, 숙명여대 합격생 A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지난 1월,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2월,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한 MTF 트랜스젠더 A씨가 학내외 혐오와 차별 발언으로 위협을 느껴 입학을 포기했다. 대표적인 ‘남성적’, ‘여성적’ 공간에서 두 사람은 퇴장해야 했지만 공적 공간에서도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조성했다. 변 하사와 A씨의 용기로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 담론에 있어 진일보할 기회와 의무를 동시에 얻게 됐다.

14 올해의 언니
김민경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회견장에서 김민경이 책상에 고정된 아령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순간, ‘민경 장군’의 신화는 쓰이기 시작했다. 김민경은 <오늘부터 운동뚱>으로 생애 처음운동에 도전했고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에 버금가는 승리가 이어졌다. 헬스, 격투기, 필라테스, 야구, 축구 등 도전하는 종목마다 스승들이 ‘탐나는 선수’로 꼽는 탁월한 운동신경은 지켜보는 여성들의 운동 욕구를 자극했다. 여성들의 근력 운동 기구 구매량이 증가한 건 물론 운동 효과를 ‘간증’하는 SNS 포스트도 급격히 늘었다.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서, 튼튼해지기 위해서 운동하는 시대가 김민경으로부터 열렸다.

15 올해의 간절함
백신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한 가지 바람으로 똘똘 뭉쳤다. 초유의 바이러스 사태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은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임상시험을 한다거나 연내 상용화될 거라는 전망이 여러 번 스쳐 지나가고 감감무소식에도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올해 초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발표를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하루빨리 백신이 상용화되어 코로나19로 죽음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을,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료해줬으면 좋겠다.

16 올해의 인내심
어린이와 청소년
개학이 하루 이틀 미뤄지는 일이야 설레는 이벤트겠지만 한 달 두 달 넘어가자 그야말로 사회적 고립이 됐다. 반복되는 집단 감염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 2단계, 2.5단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개학과 수능을 비롯한 모든 학사 일정이 조정됐다.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없고, 저소득층 아동 청소년들은 학교 급식을 먹지 못하니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조금만 기다리라던 어른들이 감염의 굴레를 끊지 못하는 동안 아이들은 조용히 우울해해야 했다. 더 이상 미안할 짓은 하지 말자.

17 올해의 이름들
전태일, 김미숙, 김진숙,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어떤 이름들은 ‘OO주기’라는 명목으로 매해 떠올려야만 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이슈가 크게 들렸고 그 반작용으로 관련 없는 이슈는 묻혔다. 하지만 온몸을 불사르며 “노동자도 인간”이라고 외쳤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50주기를,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죽어가며 이를 막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태안화력발전소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민 청원에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달 ‘정년’을 앞뒀다. 진작 복직되었다면 정년퇴직을 맞았겠지만 노조 활동으로 부당 해고를 당한 후 35년째 그의 신분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다. 남들의 복직을 먼저 염원했던 그가 조선소로 돌아간다면 ‘시대의 복직’으로 기록될 거다. 또 세월호 6주기에 유가족들이 끝나지 않은 진상 규명을 바라며 단식과 농성을 이어왔다는 소식 역시 우리는 6년 전 다짐했듯 잊지 말아야 한다.

18 올해의 게임
동물의 숲
‘집콕’ 중 게임으로 심신을 달래려는 이들 중 <모여봐요 동물의 숲>(<동숲>)이 올해의 게임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인 <동숲>은 출시 당일 대형 마트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행렬을 만들었고 닌텐도 스위치는 없어서 못 구할 만큼 인기를 누리며 가격이 폭등했다. 무인도에 이주해 동물들과 교류하며 섬을 꾸미고 친구들의 섬에 놀러 갈 수도 있다는 아기자기한 설정이 자가격리 시대와 잘 맞아떨어지는 <동숲>, 아직도 저만 없나요?

19 올해의 무대
테스형, a.k.a 나훈아
“우리는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는데 이런 공연은 처음입니다. 손도 좀 잡아보고 눈도 좀 보면서 해야지.”
추석 연휴에 방송된 나훈아의 인생 최초 언택트 공연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조사)를 기록하며 지친 대한민국을 위로했다. 무대에 설치된 칸막이 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토크를 하고 윗옷을 벗어 던지는 그의 퍼포먼스는 시쳇말로 ‘무대를 뿌쉈다’. 이튿날 모두가 나훈아를 얘기했고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며 먼저 떠난 소크라테스를 부르는 그의 신곡 <테스형!>이 음원 차트를 싹쓸이하며 1970년대부터 50년째 전성기인 ‘트로트 황제’의 위상을 증명했다.

20 올해의 혁신
재택근무
일은 회사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직장인들에게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코로나19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좋든 싫든 이 체제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8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감염 우려 최소화, 출퇴근 시간 절감 등이었다. 물론 노동과 휴게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연장 근무나 효율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오히려 휴게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어 생산성이 높다는 증언도 들린다. 벌써 어떤 이는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걸 보니 올해 모든 직장인은 재택근무로 크나큰 분수령을 맞이했다.

21 올해의 사람
택배·배달 노동자
비대면 시대, 택배가 폭증했고 택배 노동자 14명이 죽었다. 그제야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에서 신음하던 택배, 배달 노동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노동자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수없이 언급되지만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오늘의 전태일’들은 ‘배송 완료’ 메시지와 함께 쉽게 지워져왔다. 반가운 택배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시급하다.

22 올해의 떼쟁이
도널드 트럼프
반쯤은 포기했고 반쯤은 혹시나 싶었던 미국 대선이었다. 딱히 조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아도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결집한 표심이 바이든을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코미디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가 개표도 끝나기 전에 선거 승리를 발표하더니 이어 “선거를 사기당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 그렇잖아도 코로나19 때문에 피곤한데… 웃기다 못해 한심하게 느껴져 미국 전 대통령의 등짝을 노려보게 되는 장면이었다.
Make Trump Shut Up!

양수복


23 올해의 취미
캠핑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던 올해는 캠핑 열풍이 뜨거웠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치 못하게 장기화되자 방역 지침이 허락하는 선에서 우리나라 산과 바다로 떠났다. 특히 사람들을 피해서 오롯이 여유를 즐기기엔 캠핑이 제격이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DNA를 가진 여행족들의 발길이 강원도, 제주도를 비롯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지방 소도시 구석구석까지 닿았다. TV에서도 다양한 캠핑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각자 스타일에 따라 캠핑카부터 글램핑, 홈 캠핑, 감성 캠핑까지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캠핑 외에도 등산처럼 그동안 기성세대의 취미로만 여겨지던 아웃도어 활동이 밀레니얼 세대의 취미 리스트에 이름을 올랐다. 자유로운 여행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휴식 방법을 탐구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4 올해의 연반인
재재
‘연반인’은 연예인과 일반인을 합친 말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중문화계에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사실상 ‘재재’를 수식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빨간 머리 재재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SBS의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콘텐츠가 2010년대 K-POP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며 ‘본진’인 SBS 추석 특집 <숨듣명 콘서트>로 편성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레트로와 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를 이어받아 20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온 추억 여행은 1990년대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가사나 멜로디에 특유의 ‘쪼’와 ‘뽕끼’가 있는 나르샤의 ‘삐리빠빠’, 티아라의 ‘SEXY LOVE’ 등 숨어서 듣던 명곡들을 2020년으로 소환했다. 주류 미디어에서 캐치하지 못하는 B급 감성, 디테일과 덕후력으로 무장한 재재. 개성 있는 비주얼로 전통적 가치에 균열을 내고 있는 그녀의 밀레니얼 세대 아이콘으로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정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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