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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2 컬쳐

헤라팰리스를 찾아서

2021.01.15 |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공간 파헤치기

“주상복합 아파트 중 평당 분양가 최고치를 찍었던 강남구 삼성동 헤라팰리스의 열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상위 1% 캐슬’로까지 불리는 헤라팰리스는 입주 1년 만에 공시지가만 평균 9%가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SBS에서 방영 중인 월화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헤라팰리스에 대한, 드라마 속 가상 뉴스의 설명이다.

드라마 속의 주요 무대인 헤라팰리스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2만 4천 평의 부지 옆에는 영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코엑스가 있다. 이 부지에는 원래 한국전력공사의 본사 건물이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서울시의 ‘정부 기관 강남 이전 정책’에 따라 1986년 건물을 준공해, 2014년 나주로 이전할 때까지 28년 동안 한전 본사로 사용되었다. 한전이 이전해 간 땅에 100층짜리 단독동의 헤라팰리스가 지어져 2019년 입주를 시작했다는 설정이다. 실제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14년 9월, 10조 5천 500억 원에 이 땅을 낙찰 받아 글로벌비지니스센터(지하 7층, 지상 105층, 높이 569m) 건설을 추진 중이다.

불꽃놀이가 가능한 도심부 타워
헤라팰리스는 Y자형 평면의 저층부와 사각형 평면의 고층 타워로 구성된다. Y자형 평면을 구성하는 세 개의 팔은 1층부터 12층까지 위층으로 갈수록 중심의 사각형 평면을 향해 점점 좁아진다. 세 팔 중 한쪽 팔은 서쪽 코엑스를 향해 뻗어 있고, 나머지 두 팔은 탄천을 향해 벌어져 있다. 탄천을 향한 두 팔 사이에 헤라팰리스의 정문이 있다. 도심의 소란으로부터 차단된 입구를 만들기 위한 배치로 보인다. 이 정문 앞 공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참석한 헤라팰리스 1주년 기념 파티가 열리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아파트 정문에서 시작된 파티는 로비로 이어진다. 로비에는 분수대와 함께 이탈리아의 유명한 조각가가 만든 헤라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헤라팰리스의 주거 부분은 수직적으로 나뉜다. 21층부터 60층까지가 ‘Low Zone’(저층부)으로, 강마리(신은경)와 고상아(윤주희) 가족이 산다. 61층부터 99층까지가 ‘High Zone’(고층부)인데, 여기엔 청아재단 이사장, 천서진(김소연)이 산다. 모두가 선망하는 심수련(이지아)과 주단태(엄기준) 부부의 집이 있는 100층, ‘펜트하우스’는 ‘Low Zone’에도 ‘High Zone’에도 속하지 않는 고유의 특별한 구역이다. 모든 입주민들은 같은 로비를 드나들며 출입하지만, 자신이 속한 Zone에 따라 다른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Low Zone’ 엘리베이터와 ‘High Zone’ 엘리베이터. 펜트하우스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두 대 있다. 층이 올라갈수록 집의 평수가 넓어지고 층고도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층고는 2.3~2.4m 정도다. Low Zone에 사는 강마리와 고상아의 집 층고는 2.8m 정도, High Zone에 사는 천서진의 집 층고는 3.5m 정도 돼 보인다. 심수련의 펜트하우스는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실 윗부분이 위층 천장까지 뚫려 있다. 아래층과 위층은 원형 계단으로 연결된다.

계속 한번 올라가 봐
딸과 단둘이 다세대주택에 살던 오윤희(유진)는 헤라팰리스에 대한 뉴스를 보며 “진짜 멋지네, 죽기 전에 나도 저런 집에서 한번 살아볼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극 중 10화 만에 헤라팰리스 Low Zone에 입주하게 된다. 입주를 축하하기 위해 들른 심수련은 오윤희에게 “지금은 45층에서 시작하지만, 앞으로 돈 더 많이 벌어서 60층, 70층, 천서진이 사는 85층까지 계속 한번 올라가 봐.”라고 말한다. 헤라팰리스 100층, 가장 높은 펜트하우스에 살지만 동시에 이 높은 타워에서 가장 불행한 삶을 사는 심수련조차, 낮은 층보다 높은 곳에 사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인물들이 더 높은 층으로 상승하기 위해, 낮은 층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과 가정의 여신인 헤라의 위엄 있는 조각상을 피범벅으로 만든 벌을 받는 사람들 같다. High Zone의 위치를 계속 유지한다 한들, 그 죗값을 다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면 신지혜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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