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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8 에세이

디저트, 그 참을 수 없는 달콤함에 대하여

2021.04.09 |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 말라고 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낙서를 하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는 담벼락을 보면 괜히 이 담벼락에 즐겁게 낙서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잔디밭을 보면 공연히 그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가 잔디의 생장에 도움을 주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이런 걸 다소 있어 보이는 말로는 심리적 반발 이론, 친근하게는 청개구리 심보라고 부른다. 나의 자유를 규제당할수록 이에 대한 반항심이 드는 건, 그냥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디저트를 좋아하는 데에도 이런 청개구리 심보가 조금쯤 기여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밀가루, 버터, 그리고 특히 설탕! 단것은 몸에 좋지 않으니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쭉 들으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내가 먹고 싶어서 먹겠다는데 왜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지.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줄리엣을 만나지 못하는 로미오의 심정을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될 따름이다. 사랑은 방해물이 있을 때 더 불타오르는 법(?)이니까.

디저트, 너라는 자그마한 죄
그런 반면 나의 디저트 사랑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가게가 있다. ‘르 페셰 미뇽’. 이름부터 프랑스어로 ‘자그마한 죄’라는 뜻을 가진 프렌치 파티세리다. 직역하더라도 디저트가 죄라면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알고 보니 ‘아주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리키는 관용어로, 르 페셰 미뇽에서 파는 디저트들이 많은 사람들의 ‘르 페셰 미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작은 죄라는 의미를 가진 문구가 실제로는 완전히 반대의 의미를 가진 것도, 모두가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선보이고자 지은 이름이라는 것도,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다. 르 페셰 미뇽에서는 계절마다 새로운 디저트가 나오는데, 대개 보드랍고 가벼운 무스 케이크나 타르트 종류다.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말을 증명하듯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외양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반짝반짝하고 동글동글하다 보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겉으로 보아서는 이 디저트가 어떤 맛을 담고 있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까지도 매력 있다.

본디 무스 케이크라는 게 하나 먹고 돌아서면 안 먹은 것 같을 정도로 가벼운 만큼, 르 페셰 미뇽의 디저트들은 먹고 싶은 만큼 원하는 대로 먹어도 부담스럽거나 물리는 경우가 없다. 통상적으로 다소 무겁고 진득하게 느껴지는 초콜릿이 든 디저트조차 르 페셰 미뇽에서 만나면 더없이 부드럽고 깔끔하게 다가올 정도다. 그 때문인지 누구와 함께 가더라도, 심지어 디저트를 그리 즐기지 않는 이와 가더라도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하기야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싫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죄가 아닐까.

무스 케이크는 맛을 구성하는 데 다른 디저트보다 더 자유로운 면이 있는 탓인지 항상 새롭고 인상적인 시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하는 면 중 하나다. 올리브와 살구, 레몬과 재스민, 민트와 루바브….
지금껏 르 페셰 미뇽에서 먹은 디저트만 해도 최소 스무 가지는 넘을 텐데, 무엇을 먹더라도 늘 이전과 다른 감상을 느끼고는 한다.

분명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을 게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기울고 그 마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좋아한다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 내게는 디저트가 그런 존재다. 르 페셰 미뇽의 디저트는 특히 그렇다. 언제든 마음이 가고, 만날 때마다 행복감을 주는 디저트.

그야말로 아주 좋아하는 디저트, 르 페셰 미뇽.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twitter @_trave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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