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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0 컬쳐

어떤 색의 카페를 좋아하세요

2021.05.10

유독 이런 친구가 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만나면 마치 어제 만난 동네 친구처럼 편한 친구. 대화가 좀체 끊기지 않고, 끊기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도 마냥 즐겁기만 한 친구. 누구에게나 한 명쯤 있을 법한 친구지만 생각해 보면 언제 봐도 반갑고 즐거운 사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서로 성격이나 취향 등 어떤 부분이든 잘 맞물려야 가능한 일인데,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 색이 있는 법이라 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와 비슷한 색을 가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사실상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들 가운데 나의 별은 어디 있을지 헤아려보는 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바꿔 말하면, 언제 봐도 편하고 즐거운 친구는 생각보다 더 귀하고 각별한 존재다.

무릇 사람 간의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공간도 마찬가지다. 집이나 회사 근처여서 자주 들르긴 해도 편하고 좋아서 간다기보다 그저 카페인 수혈을 목적으로 가게 되는 곳이 있는 반면에, 행동반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가지는 못해도 언제 가든 내가 이 카페의 만년 단골인 양 늘 편안하고, 갈 때마다 더없이 기분 좋게 머무르다 오게 되는 곳도 있다. 이런 카페도 앞서 말한 친구 사이만큼이나 흔치 않고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다. 여기에 바로 그런 카페가 하나 있다.

나와 결이 같은, 그 무엇


일본어로 ‘나무색’을 뜻하는 ‘키이로’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카페는 이름처럼 따뜻한 톤의 나무 가구와 소품 등이 공간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공간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바깥이 내다보이는 크고 작은 창이 여럿 있어 답답하지 않고 딱 알맞게 아담하다. 2층이지만 창으로 드는 햇볕이 쨍한 직사광선이 아니라 은은하게 들어오는 점도 키이로의 아늑한 분위기를 한몫 거든다. 그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키이로는 처음간 날부터 편안했다. 편안한 걸 넘어서 어쩐지 그동안 여러 번 왔던 곳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동시에 앞으로도 이 소박한 듯 감성 넘치는 공간을 내내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곳은 분명 나와 동색이야.’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 뒤로 몇 번의 계절을 지난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봐도 과연 그렇다.

키이로는 디저트를 즐기는 카페이기에 디저트 주문이 필수인데 사실 필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맛있으니까! 항상 준비되는 메뉴도 있지만, 이에 더해 나무가 계절마다 꽃이 피고 잎이 지며 나날이 바뀌는 것 처럼 철철이 그 시기에 어울리는 디저트도 선보인다. 물론 하나같이 키이로의 분위기를 닮아 아기자기한 모양새에 편안한 맛을 지녔다. 친숙한 맛인 듯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키이로만의 각별함이 녹아 있다. 계절마다 꼭 하나씩은 떠오르는 디저트가 있는데, 지금 같은 봄에는 ‘벚꽃 몽블랑’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벚꽃이 필 무렵이면 벚꽃을 보러 갈 생각보다 이제 슬슬 키이로에서 벚꽃 몽블랑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고야 만다.

상시 준비되는 디저트 메뉴는 말차 테린느, 초코 테린느, 버터 토스트 정도인데, ‘말차 테린느’와 ‘초코 테린느’는 테린느 특유의 밀도감이 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쫀득한 질감을 무척 잘 살렸다. ‘버터 토스트’는 도톰한 식빵에 열십자 모양을 낸 뒤 고메 버터를 발라 발뮤다 토스터에 겉을 바삭하게 구워 내는 메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쫄깃한 토스트 자체만으로도 맛있는데, 맛있는 생크림과 꿀을 찍어 한입 크게 베어 물면 탄수화물이 주는 행복이란 진정 이런 거구나 싶다. 언제 가도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맛있는 디저트. 이 이상 더 필요한 게 있을까! 그러니 누구든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냥하고 포근한 나무의 색을 가진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카페, 키이로를.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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