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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6 컬쳐

이 여름을 부탁해

2021.08.25

바야흐로 여름이다. 이 여름이라는 계절에 만날 수 있는 쾌청한 날씨와 싱그럽고 활력 넘치는 풍경은 언제 봐도 즐겁지만, 한 가지 도저히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있다. 더위다. 혼자서 감당 못 할 일이 있을 때는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무사히 해낼 수 있듯 여름의 더위에도 조력자가 필요하다.

민트초코빙수

특히 빙수에게 꼭 한 번쯤 신세를 지게 되는데, 내게 있어 빙수는 어쩐지 삼계탕처럼 여름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다른 계절에는 그리 잘 떠오르지 않다가도 여름만 되면 항상 찾게 되고는 한다.

부암동 빙수 집, 줄여서 ‘부빙’

이러한 연유로 몇 해 전부터 여름이 찾아오면 ‘부빙’에 간다. 부빙은 부암동 중에서도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있다. 그래서인지 등산을 다녀와 시원하게 빙수를 먹으러 방문하는 손님들이 제법 많다. 물론 나처럼 오로지 빙수를 위해 이 언덕을 올라오는 손님도 많고, 코로나19 이전에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았을 만큼 유명한 빙수 집이다.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분위기인데, 귀여운 포인트는 곳곳에 북극곰 인형이나 그림 액자 등의 소품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 빙수도 메뉴가 제법 다양하고, ‘행운쑥쑥빙수’라든가 ‘흑임자빙수’, ‘민트초코빙수’처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메뉴들도 더러 있다. 완두빙수나 초당옥수수빙수, 단호박빙수 등 계절별 빙수 메뉴도 있어 여름이 아닌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새로운 맛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행운쑥쑥빙수

부빙의 빙수는 깔끔한 얼음 빙수도 있지만 대부분 보드라운 우유 빙수다. 고운 결의 우유 빙수 위에 시럽과 토핑이 넉넉하게 올라간다. 이 형태가 다소 심플해 보일 수 있으나 또 그런 점이 매력이다. 직관적인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 높다랗게 쌓인 빙수를 처음 만나게 되면 과연 이걸 흘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애초에 잘 녹는 빙수의 특성상 녹거나 흘리더라도 상관없도록 그릇 아래에 넓은 트레이를 함께 내어주기 때문에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떠먹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잘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2인분이 아니라 1인분으로도 주문할 수 있어 각자 다른 맛으로 ‘1인 1빙수’를 해볼 수도 있고, 혼자 가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한번은 ‘민트초코빙수’가 무척 궁금한데 주변에 ‘민초단’이 없어 혼자 가서 해치우고 오기도 했다. 달콤한 민트 크림과 시원한 초코 빙수가 무척 확실한 민트초코의 맛이라 만족스럽게 먹었던 기억이다.

부빙 가희점 외관

얼마 전 북촌의 가회동에 분점이 오픈한 덕에 부빙을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본점과 메뉴가 다소 다르다는 것과 한옥 건물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본점과는 다른 매력이 있지만, 이곳에서도 부빙의 트레이드 마크인 북극곰 인형과 액자가 곳곳에 놓여 있어 부빙의 본점을 본 사람이라면 반갑고 익숙한 기분까지도 느낄 수가 있다.

부빙에 앉아 시원하고 맛있는 빙수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비로소 여름이구나 싶다. 그리하여 이 순간만큼은 여름의 더위까지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항상 올 때마다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기는 해도 막상 오지 않으면 서운할 여름이니 이 계절을 조금 더 만끽해야겠다 싶다. 더위마저도 견디게 해줄 고마운 여름 친구, 부빙과 함께.

부빙 @ice_boobing


[본점]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6
화~금 13:00~20:00
토~일 13:00~21:00
월 휴무


[가회점] 서울 종로구 북촌로7길 3-4
화~일 13:00~18:00
월 휴무


글.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twitter @_trave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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