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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1 인터뷰

오늘 나의 집

2021.11.18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어제의 집,
오늘의 집,
내일의 집

15년을 함께한 지기

윤정이와 초·중·고등학교 내내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등하교를 함께 했어요. 윤정이네 집에 놀러 가는 건 항상 김해시 삼방동에 있는 빌라에 들어가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 무대가 서울의 자취방이네요. 윤정이와 함께 집에서 보낸 시간들을 떠올려보니 몹시 슬퍼서 울었던 기억과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던 기억이 포개져요. 생일 파티에 서로 초대하던 초등학생 때, 학원에 가기 전 같이 떡볶이를 먹던 중학생 시절, 대학 합격의 기쁨을 나누던 고등학생 때를 지나 자취방에서 밤새 술을 마시던 순간들까지 모두 참 좋았어요. 윤정이의 집에 설치되어 있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꾸며서 싸이월드에 업로드하고 ‘치콜’을 먹었었는데, 지금 우리는 전골에 소주를 먹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봐요.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친구 집에 놀러 가는 일은 여전히 재밌다는 것. 오늘은 15년 동안 변함없이 친구로 지내고 있는 윤정이의 집으로 갑니다.

어제의 집,
오류동 그 집


첫 질문은 자기소개야.
아, 면접 보는 것 같다.(웃음) 대학을 갓 졸업하고 맨몸으로 사회에 내던져진 취업 준비생 이윤정입니다.

이전 집과 지금 집을 비교하며 취업 준비생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소사본동 집에서 1년, 오류동 집에서 3년을 살았어. 20대 초반을 대학교 근처에서 지내다가 올해 이 집으
로 이사 왔는데, 취업 준비생이라서 그런지 이 집을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류동 집만큼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더라. 취업이 안 된 상황에서 이 지역을 선택했는데,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회사를 다니는 상상을 하면 골치 아파. 그리고 예전 집의 환경이 자꾸 떠오를 만큼 지금 사는 곳의 아쉬운 점이 자꾸 보여서 비교돼.

예를 들자면?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불편한 게 가장 아쉬워. 집을 선택할 때 쓰레기를 버리는 환경이 어떤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 소사 집에서는 전봇대 앞에 버렸고 오류동 집과 지금 집은 전용 쓰레기장에 버리는데, 오류동의 쓰레기장은 넘칠 걱정 없이 버렸었거든. 지금 집은 분리수거를 하는데 용량이 넘칠 때도 있고, 뚜껑을 손으로 직접 열어야 해서 사소한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

안락했던 집을 떠난 계기가 궁금해.
졸업 후 짐이 계속 늘어나서 더 넓은 원룸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 학교 주변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

짐이 많아져서 더 넓은 집을 구했다니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 답네.
베란다도 있고 공간이 넓어서 좋아. 이전 집들은 현관 앞에 분리수거함을 놔둬서 비좁기 이를 데 없었거든. 그리고 이 집은 내가 원하던 수납공간이 많은 원룸이야. 그런데 이 집에 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다 보니까 갑자기 이 집이 좋아지네.(웃음)

오늘의 집,
집업실


이 집을 보면 꼭 자유로운 사무실 같아. 액자로 걸어둔 포스터 디자인을 집에서 직접 작업했다니 신기해.
집에서 혼자 무언가 하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라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어. 그래서 외출하기 귀찮을 때가 있더라고. 특히 코로나19로 외출하면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니까 굳이 나가고 싶지 않더라. 웬만하면 집에서 음악 들으면서 커피 마시고, 좋아하는 향을 피우고, 빔 프로젝터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배고프면 뭘 먹으면서 지내. 그래서 우리 집에 종종 놀러 오는 선배가 ‘집업실’이라고 불렀어. 보통은 집이 있고 작업실을 따로 구하는데, 우리 집은 집이 작업실 같대.

집업실이라는 표현이 딱 맞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떠올랐을 만큼 인테리
어를 잘했다고 생각했어.
혼자 사는 건 내 집을 꾸밀 기회가 주어진 거잖아. 기왕이면 예쁜 집에서 살고 싶더라고. 워낙 꾸미는 걸 좋아해서 옷이나 소품에 관심이 많고, 물욕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 들여놓을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접하며 살았어. 그런데 지금 집은 좀 어설프고 부족하다고 느껴.

이렇게 물건이 많은데 부족하다고?
집이 좁을 때는 꾸밀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니까 하나씩 공간을 채우다 보면 완성도 있어 보였거든. 그런데 집이 넓어지니까 인테리어 면에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져서 점점 더 채우는데 조화가 잘 안 돼. 오류동에서 살 때는 러그가 바닥에 꽉 차서 조화롭고 되게 예뻤는데, 지금 집에서는 조금 허전한 느낌이야. 소품은 많은데 조화롭지 못해서 어설프다고 할까. 커튼도 예전에 살던 사람이 두고 간 거야. 나름 괜찮길래 그냥 쓰고 있어.

모던한 느낌이 다른 소품과 잘 어울려서 본인이 산 건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손쉽게 잘 꾸미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나름 고충이 있었네.
오늘의 집을 보면 집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서 소품 하나하나, 심지어 장판 색까지 신경을 쓰더라고. 몰딩을 원하는 색으로 칠하거나 소품을 비싸더라도 정해진 무드에 맞게 사는 사람들이 진짜 많은데, 나는 그정도까지 투자할 여유는 없지.

사실 집을 오늘의집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꾸미는 친구들이 드물긴 해. 그리고 짐이 많은 네게는 지금의 집업실이 꼭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이 집이 더 좋아지네.(웃음) 책상 위 소품들, 특히 옷이 아주 많은 사람으로서 ‘오늘의집’에 나오는 인테리어가 가능한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 투룸 이상이면 드레스 룸이 있으니까 먼지 걱정이 없고, 자잘한 짐들이 보이지 않게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하다고 쳐. 그런데 원룸에 사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붙박이장 하나 있을 텐데 옷가지가 거의 없는 건지 너무 궁금해. 아니면 프레임에 해당하는 부분만 예쁘게 해놓고, 주변에는 엄청 어질러져 있는 게 아닐까?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을 테니, 저 러그도 엄청 더러웠는데 촬영하기 전에 빤 거겠지 하는 상상도 했었다니까.(웃음)

내일의 집,
내 일의 집

취업 준비를 하면서 주거 걱정을 했었다고?
내가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어느 동네에서 살아야 할지 많이 혼란스러웠어. 짐이 많아서 1년만 살고 이사하는 건 비효율적인데, 그렇다고 2년 계약을 하자니 다른 지역에 취업이 될 수도 있으니까 취업과 이사 타이밍을 맞추기가 애매하더라.

손 없는 날 말고 현실적으로 이사에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면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 같아서 슬프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게 목표였을 때,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값은 비싸지고 평수는 더 좁아져서 이럴 거면 이사를 안 가는 게 낫다 싶어 몇 번 미뤘어. 졸업은 다가오는데, 오류동 집만 한 집을 못 찾아서 2년 정도를 집주인한테 “아, 1년만 더 살게요.” 하면서 지냈었어. 결국 이 집에 왔고 후회는 안 하지만, 일을 하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어. 회사는 보통 집값이 비싼 곳에 있고, 그 근처에서 넓은 집을 구하기에는 돈이 없으니까, 서울에서 일을 하려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나 봐.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라서 회사랑 집은 무조건 가까워야 하는데, 한편으론 차라리 먼게 낫다는 생각도 해. 학교 다닐 때도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가 자주 지각하고, 너랑 나는 지각을 잘 안 했잖아.(웃음)

매번 네가 나를 기다렸던 게 기억나네.(웃음) 인터뷰 초반에 집업실을 ‘언젠가는 떠날 집’이라고 표현했는
데, 훗날 살았던 집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 같아?
소사 집에서는 자취를 처음 하다 보니 재밌는 일도 많았는데, 바퀴벌레에 얽힌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오래된 건물에 살면 안 된다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고, 오류동 집은 다시 그런 집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아, 잠깐이지만 나 기숙사에서도 살았었네. 까맣게 잊고 있었다.(웃음) 그리고 이 집은 수납공간이 많아서 옷과 물건이 많은 내가 깔끔한 집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게 기억에 오래 남겠지.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야?
아, 이런 형식적인 건 너무 어려운데.(웃음) 요즘 집에 오래 있으니까 ‘드디어 집이구나.’ 하는 느낌이 잘 안 들더라. 학교에 다닐 때는 귀가하면 ‘아, 집이다!’ 하며 쉬는 걸 좋아했는데, 그 안락함과 편안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네. 집이 그리워지는 삶을 살고 싶은 건데, 결론은 일하고 싶다야.(웃음) 주변에서는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취업해도 된다는데, 마냥 놀지도 못하겠고 걱정만 늘더라고. 지원서를 100개쯤 넣어야 붙을까 말까 한데, 나는 그만큼 지원도 안 하니까 아무것도 안하면서 태평하게 투정만 부리는 건가? 근데 취업 준비생은 잠도 잘 못 자. 자려고 누우면 눈을 감고 있어도 눈뜨고 있는 것처럼 계속 생각이 돌아가거든. 뇌가 돌아가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피곤하더라. 물욕만 생기는 집순이의 삶을 이제 그만 끝내고 싶어.

좀 더 나은 오늘의 집

‘과거의 오늘’이라는 서비스를 아시나요? 오늘과 같은 날의 옛날 기록을 보여주는 데이터 서비스예요. ‘오늘’이 ‘과거’가 되어 ‘미래’에 볼 수 있다면, 시간으로 일상을 나누는 건 무의미하고 결국 어제와 내일이 되는 오늘을 똑바로 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살았던 집’이 된다는 데 대해 윤정이와 이야기하며, ‘살고 있는 집’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오늘이 축적되어 삶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오늘 살고 있는 집에 내가 왜 거주하게 되었는지, 고쳐야하는 어제의 생활 습관은 무엇이었는지, 이사를 할 때 어떤 기억이 떠오를지 등을 생각하며 오늘을 살다 보면 좀 더 나은 오늘의 집에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글. 손유희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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