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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2 커버스토리

여전히, 대체 불가

2021.11.10 | <이터널스> 길가메시 역으로 할리우드 진출한 배우 마동석(Don Lee)

무시무시한 과거를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외양, 그러나 의외로(?) 정의의 편에서 가차 없이 악을 응징하는 남자. 마블 스튜디오에서 마동석을 <이터널스>의 히어로 ‘길가메시’ 역으로 캐스팅한 건 운명과도 같았다. 한국 영화계 역시 마동석을 우리가 찾는 한국형 슈퍼히어로에 가깝게 활용해왔으니까. ‘한주먹 거리’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님을 설득하는 다부진 몸은 트레이너에서 배우로 전향한 마동석을 돋보이게 했으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일 없이 ‘마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베테랑>)라는 찰진 애드리브를 소화하는 유머 감각, <이웃사람>, <부산행>에서 구축한 ‘강강약약’의 무해한 인상은 마동석이 거부할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 활약하는 바탕이 되었다. <부산행>과 <악인전>의 성공으로 전 세계가 눈여겨보는 배우가 된 마동석에겐 최근 수년간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그리고 마동석은 마블을 선택했다. 덕분에 MCU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첫 한국인 슈퍼히어로를 만나는 경사를 맞았다. <이터널스>의 개봉을 앞두고 마동석과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이터널스> 홍보차 인터뷰를 하고 있고, 내가 기획, 제작하고 출연하는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촬영하고 있다. 제작을 맡은 다른 영화들과 관련한 작업도 하고 있고, 조금 있으면 <이터널스> 월드 프리미어를 위해 미국으로 넘어갈 거다.

<이터널스>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지난 5년간 할리우드에서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특히 액션 영화가 많았는데 영화를 제작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잘 맞지 않았다. 그때 마블의 캐스팅 디렉터 세라 핀(Sarah Finn)에게 나중에 마블 영화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래 마블의 팬이라 나는 좋다고 했고, 어느 날 <이터널스>의 길가메시 역할을 제안받았다.

‘길가메시’ 역할을 위해 따로 오디션을 본 건가?
오디션 없이 바로 마블 스튜디오, 클로이 자오 감독과 화상 미팅을 했다. 제작진이 내가 출연한 영화 <부산행>, <범죄도시>, <악인전>, <챔피언>뿐 아니라 예상도 못한 작은 영화들까지도 봤다더라. 그러면서 복싱을 기본으로 하는 주먹 액션이 길가메시에게서 나왔으면 좋겠고, 길가메시의 많은 부분이 마동석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래 코믹 북에선 길가메시가 아시안이 아닌데 나에 맞춰서 대본을 많이 바꾼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깊이 감동했다. 나를 위해서 캐릭터를 빌드업 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클로이 자오 감독과 작업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사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오스카에서 수상하기 전에 <로데오 카우보이>를 보고 관심이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때 그 영화의 배경과 비슷한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영화를 좋아했고 굉장히 관심이 많았는데 클로이 자오 감독이 <이터널스>를 연출한다고 해서 무척 신선하고 좋았다. 그리고 감독이 내전작을 비롯해서 광고 영상까지 찾아서 봤다는 점이 무척 고마웠다. 또 길가메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줬기 때문에 나도 감독을 위해서 헌신하고 노력하려고 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같은 동양인이라 통하는 면도 많았고.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강한 캐릭터인 ‘헐크’와 유사해 보인다는 추측도 있는데, 길가메시만의 특징이나 주목할 포인트는 무엇인가?
코믹 북의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길가메시라는 캐릭터가 마동석화되었다는 말로는 부족하겠지만, 일단 이터널스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보통 맨손으로 싸우는 캐릭터다. 나중에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성격은 유머러스한 면도 있고 진지한 면도 있어서 입체적이다. <이터널스>는 다른 히어로물과 다르게 인류애를 그린다. 액션보다도 드라마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다. 다른 인종, 다른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 화합해서 인류를 지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실제 스크린 밖에서도 화합하면서 조화롭게 지냈다.

7000년 넘게 살아온,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를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터널스는 고대문명 이전부터 현대까지 인간들을 지키며 사는 신에 가까운 존재다. 아무래도 살아온 세월이 길다 보니까 당시의 삶은 어땠을지 우리가 상상해 구현해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 또 나는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구사해야 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서 피지컬 면에서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고. 영화 한 편에 열 명의 주인공을 담아야 하는 만큼 아무래도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하게 나오진 않겠지만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이전에 잦은 액션 연기로 부상을 많이 입었는데, 또다시 맨손 액션 연기를 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스튜디오에서 아시아인 스턴트 배우를 섭외해줬는데 막상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까 대체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웃음) 얼굴이 보여야 하는 액션이 많아서 대부분 직접 했다. 그런데 마블 스튜디오가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했던 게 나에게도 액션 신 디자인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내가 액션 연기 경험이 많으니까 액션 팀과 소통해서 같이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복싱이라든지 나의 스타일을 많이 가미했다.

할리우드 진출 첫 작품부터 대작이라 부담이 있진 않았을까 싶은데, 매일 어떤 마음으로 촬영했나?
일단 촬영할 때는 집중하는 편이라 촬영에 몰입했고, 촬영하지 않을 때 밖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촬영 끝나고 매일 저녁 숙소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지 고민했고, 다음 날 촬영장에 가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이 상당히 열려 있는 사람이라 자유롭게 연기하게 놔두는 편이었다.

길가메시는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하는 ‘테나’와 깊은 인연을 맺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고, 졸리도 이전 인터뷰에서 마동석 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나는 안젤리나 졸리의 열혈 팬이다. 처음엔 세계적인 스타와 같이 일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는데, 일단 현장에 들어가면 같은 배우로서 일하게 된다. 같이 리허설을 할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도 촬영에 들어가면 오랫동안 알던 친구처럼 합이 잘 맞았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내가 연기할 때 옆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고 항상 아주 좋았다고 얘기해줬다. 굉장히 고마웠고 진짜 좋은 친구가 됐다. 영화를 보시면 알 텐데 둘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런던에서 촬영할 때는 내가 다른 배우들이랑 다 같이 런던에 있는 한국 식당에 데려갔는데 무척 좋아하더라.(웃음)

제작사 ‘팀 고릴라’를 운영하면서 <범죄도시> 등 영화 기획에도 참여했는데,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서 쌓은 경험이 기획자 겸 제작자 마동석에게 영향을 준 점이 있나?
이제까지 영화를 열 편 정도 제작했다. 마블 스튜디오와 일하면서 규모의 차이를 많이 실감했다. 일단 현장에 나가면 스태프가 수백 명이고 경호원도 수백 명이다. 영화를 찍을 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웃음) 그리고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진행하는 것은 작은 영화나 큰 영화나 마찬가지지만, <이터널스>를 찍으면서 특히 많이 배운 점은 어떤 공간 하나를 어마어마하게 스케일이 큰 세트로 만든다거나 어떻게 영화의 세계관을 빌드업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내가 만드는 영화는 마블 영화와 비교할 수 없게 스케일이 작지만, 세계관을 운용하고 꾸리는 방법을 더 연구하게 됐다. 그리고 액션 연기를 오랫동안해오면서 이걸 어떻게 스크린에 잘 적용할지 계속 연구하고 있어서 좋은 액션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많이 기대해주기 바란다.(웃음)


양수복
사진제공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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