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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2 인터뷰

<세버그>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인터뷰 1

2021.11.11 | 스타를 연기한 스타

진 세버그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훔치는 고혹적인 장면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원본보다 더 강력하게 표현한다. 흑백영화 속 진 세버그의 눈동자가 의중을 알 수 없는 모호함이었다면 <세버그>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같은 장면을 “누구도 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강인함”으로 해석한다.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전설 속 배우를 재현하기에 주저하지 않는, 크리스틴다운 용기 있는 연기다. 러닝타임 내내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진 세버그를 흉내 내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던 세기의 배우가 외압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울면서 격노하는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몇 겹의 갑옷으로 둘러싸 세버그를 보호하고, 그에게 존경을 표하는 방식으로 기품 있고 의연한 진 세버그를 현재로 불러온다. <세버그>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영민한 해석으로 인해 ‘왕년 유명 배우의 비밀스러운 몰락’ 따위를 그린 영화가 아닌 차별에 맞서 싸우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던 혁명가의 짧은 일대기로 완성됐다.

뱀파이어의 보호를 받는 소녀(<트와일라잇> 시리즈)였던 과거를 떠올려봤을 때 현재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행보는 낯설게 느껴진다. 칸국제영화제에 여배우는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는 드레스코드에 항의해 맨발로 레드카펫을 걷고,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밝히고 여성의 성정체성을 주제로 한 소설 <물의 연대기>로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한다. 크리스틴이 ‘진 세버그’를 소개할 때 그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대중에게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야말로 다음을 예측하기 어려운,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배우다.

스타성, 연기력, 영향력을 고루 갖춘 그가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는 것은 ‘솔직함’과 ‘주체성’이다. 온전히 나 자신일 것, 자신을 속이지 않고 솔직할 것. 실존 인물, 전 세계인이 사랑했던 여성들을 스크린으로 불러오면서 감독들은 크리스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로 60년대 아이콘이 되었으며, 40세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진 세버그를 그린 영화 <세버그>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주인공으로 한 <스펜서>. 두 편의 영화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실존했던 유명인을 연기한다. 특히 영화 <세버그>는 흑인 인권 운동 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FBI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던 진 세버그의 1965년에서 1970년 당시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인형 같은 역할의 시나리오만 들어오는 데 지쳐 “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진은 미국 정부의 지독한 괴롭힘으로 인해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크리스틴은 진의 편이 되어 진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한다. 뱀파이어 소년들의 보호를 받던 소녀는 이제 없고, 자신보다 연약한 대상을 보호하는 빛나는 배우가 여기에 있다.

<세버그>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2019년은 세버그가 사망한 40주기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야기와 인물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네 멋대로 해라>를 처음 봤을 때 그에게 반했다. 진 세버그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그가 미국 출신이고 프랑스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진의 프랑스어 억양은 독특하게 느껴졌다. 진은 스크린을 뛰어넘어 공감을 주는 배우였고, 그의 솔직한 모습이 그 당시 미국 영화배우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이 미국 정부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아마도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다들 그 사실을 몰랐을까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엄청난 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숨겨졌을 것이다.

실존했던 배우를 연기하는 것은 부담이 일이다. 진을 연기하기 위해 세버그에 대해 여러 가지를 분석했을 것이다. 세버그라는 배우에게 어떻게 다가갔나.
진 세버그는 영화배우로 프랑스 누벨바그를 통해 아주 유명해졌다. 1960년대는 영화의 시대였으니까 그의 인기도 엄청났을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진은 배우이기도 하면서 열정적인 활동가이기도 했던 것 같다. 당시 진은 여러 단체를 후원했는데 주로 미국 내 블랙 내셔널리즘 단체였다. 흑표당뿐 아니라 NAACP와 H14의 회원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진을 모함하고 공격했고 불법 사찰했다.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을 진도 알고 있었으니 무척 괴로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아는 진은 유명하고 예쁜 배우이지만 그건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고 실제로는 굴곡이 많고 힘든 삶을 살았다.

세대의 아이콘으로 남은 세버그를 사람들이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생각한 진 세버그는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알고 약자를 돕는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다. 뭐든지 대충 하는 법이 없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이 있었다. 진이 맡은 역할들은 뭐랄까 그냥 편하게 보기가 힘들 정도다. 진은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적이고 순진한 면도 있지만 더불어 포용적이었다. 그 당시 세상은 포용적이지 않았지만, 진의 그런 모습에 사람들이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진실을 알아봐주는 사람은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기사는 '<세버그>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인터뷰 2'에서 이어집니다.


정리 김송희
사진제공 블루라벨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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