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엔 치밀한 관찰의 시간이 쌓여 있다. 직업뿐 아니라 나이도, 성별도 가리지 않고 고른 캐릭터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수십, 수백 개의 새로운 표정과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생생한 코미디의 보고(寶庫)를 만들어낸 그에겐 50가지를 넘어 무한한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닐까.
무엇으로 웃길 것인가, 무엇을 보고 웃을 것인가. 코미디언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며 아티스트인 강유미는 이것을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가 등장하는 콘텐츠라면, 그게 뭐든 박장대소할 수 있다는 보증이 있는 지금도 말이다. 누군가를 묘사하는 건 그의 평생을, 우주를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 전성기의 중심에 있었고, 1세대 코미디언 크리에이터로서 롤플레잉의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자신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되묻곤 한다.’는 말을 듣자, ‘유미버스’의 또 다른 통로가 보이는 듯했다. 그건 자신감과 의심, 확신이 뒤섞인 길고 긴 예술의 여정이었다.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짜릿한 폭소와 감동의 순간으로, 강유미는 오늘도 당신을 초대한다.

고정 프로그램 출연과 유튜브 채널 콘텐츠 촬영을 겸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녹화와 유튜브 촬영만으로도 시간이 빨리 가버린다. 감사하게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시간 관리를 야무지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 외에 특별히 날을 잡아서 어디 놀러 가거나 하는 여가는 전혀 못 누리고 있다. 1년이 그렇게 지나갔다. 긴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 MBTI 유형별 특징을 담은 롤플레이 영상이 화제였다. 기존 콘텐츠와 비교할 때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제작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일단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다 찾아 살펴본다. MBTI 관련 커뮤니티 글, 유튜브 콘텐츠, 해외 밈까지. 자료 조사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이후 대본을 쓰면서 소품을 주문하고, 구체적인 스타일링을 고민한다. 네일 아트와 액세서리도 신경 쓰는 편이다. 촬영 세팅을 한 뒤엔 마지막으로 해당 유형 특유의 바이브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변에서 찾을 수 없는 MBTI 유형도 있는데, 그럴 땐 해당 유형인 연예인분들 사진을 보면서 그 분위기를 익힌다.(웃음) 이렇게 하면 그 유형의 특성이 좀 장착되는 것 같다. 로봇 같다는 반응이 꽤 있었던 INTJ 유형은 ‘SNL 코리아’에 출연할 때 같이 일했던 메인 작가분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그분도 본인 흉내 낸 줄 아시더라.(웃음) 재미있다고 하셨다.
채널 구독자도 많이 늘고 규모가 커져서 초창기와 달리 혼자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기 어려울 것 같다.
피디님 한 분과 일하고 있다. 요즘은 카메라 렌즈를 보면서 진행하는 1인극을 주로 하고 있어서 배경을 실제로 가기보단 크로마키로 처리한다. 제가 파일을 보내면 피디님이 효과 등을 입히는 후반 작업을 맡아주시는 식으로 진행한다.

생생하게 묘사하려면 몰입과 집중력이 필요할 텐데, 평소 에너지 충전은 어떻게 하나?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대본 쓰다 말고 내 관심사인 샛길로 많이 빠지는 편이다. 주식이라든지(웃음), 유튜브 콘텐츠라든지. 요즘엔 캠핑에 로망이 생겼다. 밴 라이프를 즐기는 미래를 그려보면서 힐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장기 휴식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게 부족한 부분을 크게 인지하게 된 것이 계기다. 누군가를 묘사한다는 건 그 사람의 평생이자 우주를 흉내 내는 일이지 않나. 그래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이 사람을 흉내 내기 위해 참고하는 정보가 충분한지, 이 사람을 표현하고 재미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지금까지 쭉 이어온 거거든(웃음). 능력 부족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다.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확신이 생기지 않나.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이 반응을 계속 얻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스스로 좀 고갈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회차를 보면 동기나 선후배 사이에서 ‘개그콘서트’ 시절 강유미에 얽힌 전설적인 일화가 많은 것 같다. 에피소드 제조기라 할 만한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관찰하고 기록하는 편인가?
어릴 때부터 타고난 호기심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일들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고, 스스로도 기본적인 결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똑같은 정보가 들어와도 남보다 더 민감하고 세심하게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

캐릭터의 콘셉트가 다르기는 하지만 ASMR의 경우 계속 태핑을 해야 하고, 재미 포인트도 심어놔야 한다. 각 영상이 완전히 다른 콘텐츠처럼 보이도록 주력하는 지점은 뭔가?
태핑은 이제 습관이 됐다. 지금도 치고 싶은데….(웃음) 역시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의 바이브를 잘 흡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롤플레이는 쭉 계속되나?
MBTI 영상까지 찍고 나서 이제 뭘 해야 하지? ASMR은 지겨우시려나? 일단 내가 질렸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아직은 나 스스로 질리지 않았다.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재밌어야 가능할 것 같아서 스스로 질렸는지 돌아봤다.
계속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나의 변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쾌감이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걸 원체 좋아한다. “너 이런 사람이라고! 좀 봐라!”(웃음) 이런 심리도 좀 있는 것 같다. 비꼬고 놀리고 싶은 마음도 좀 있고. 또 동네 미용실 아주머니나 옛날 문방구 사장님처럼 그리운 인물을 묘사하면서 ‘추억 팔이’ 하는 것도 재밌다.
*이번 기사는 우주 대 천재 크리에이터 강유미(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 사진. 신중혁
스타일리스트. 이다은 | 헤어. 조은혜 | 메이크업.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