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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9 커버스토리

간식 길만 걷자(2)

2022.02.22 | 반려견 데뷔 준비 중! 제주 탠져린즈


여전히 동물을 입양하기보다는 구입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인기 품종이 아니거나 중대형 견이면 입양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쉬운 마음이 크실 텐데요.
사람들이 말하는 진돗개의 예민하고 공격적인 성향은 묶여 지내는 강아지의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에서는 인간에게 친화적이고 똑똑하다고 여기는 개들도 주로 묶어두거나 마당에 가둬 키우는데, 인간을 피해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진도믹스견 들개들보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인기 품종의 개들이 더 위협적인 경우도 많거든요. 우리 동네 진돗개 한 마리는 어미 개 밑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며 자랐는데, 시그널을 캐치하는 능력이 엄청 발달했어요. 결국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크는지가 어떤 개가 되는지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거죠. 인간도 그렇듯이.
사람들은 주로 품종에 대한 이미지로 반려견을 고르는 것 같아요. ‘천사 같은 골든레트리버’, ‘똑똑한 보더콜리’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개는 품종보다 개체별 특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반려견을 선택할 때 어떤 품종을 키우고 싶은지보다 어떤 반려 생활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어떤 보호자가 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특정 품종이 아닌, 그러니까 잡종견이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취향과 자기과시를 위해 인위적으로 특정 품종을 만들어낸 결과가 유전병 등 개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펫 숍의 강아지들은 대부분 동물 학대의 결과물이고요. 전문 견사나 가정 분양업자들도 특정 품종의 이미지를 위해서 새끼 강아지의 귀나 꼬리를 자르고 크기를 맞추기 위해 먹이를 적게 줘요. 어떤 품종이 유행하고 시장이 형성되어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생명을 함부로 대하게 되는 거죠.

제주는 인구 1만 명당 유실·유기 동물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개가 많아서 사다도로 불리기도 하고요. 현지에서 보시기에 유기 동물의 현실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 동물이 한 달 평균 500마리 이상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안락사를 당해요. 1년이면 7000마리 정도죠. 개인이 떠안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요. 제주에 오기 전에 관광객이 버리고 간 유기견이 엄청나게 많다는 ‘카더라’ 통신을 접했거든요. 물론 그런 경우도 드물게 있겠지만, 제주도 유기 동물 공고에 올라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진도믹스견, 그러니까 중형 견 이상이에요. 그 정도 크기의 개를 케널에 태워서 비행기 수하물로 실어 유기하러 오지 않을 테죠. 동네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채 묶거나 풀어 키우다 잃어버린 아이들, 불법 식용 개 농장에서 탈출한 아이들, 그 아이들이 낳은 강아지가 대부분이에요.
최근 제주에선 중산간 지역에 많은 야생화한 들개를 유해 동물로 지정해 총기로 포획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요. 하지만 2000여 마리에 이르는 이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보지 않는다면 포획한 후에도 들개는 계속 나타날 거예요.


비혼 여성을 포함한 1인 가구, 동거 가구, 퀴어 가구, 이주민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서 입양해주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특별히 가족 형태와 정체성을 언급하신 이유가 있나요?
기존 입양 계약서는 기본적으로 이성애자 부부로 이뤄진 일반 가족을 기준으로 조건이 정해져 있어요. 결혼하지 않은 동거 가구나 1인 가구에만 수입 증명을 요구하거나, 여자 친구와 사는 40세 비혼 여성이 입양을 신청하자 그 부모와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가족 중 정신 질환자가 있는 경우 자격 조건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가 만든 입양 신청서도 많이 부족하지만, 소수자를 포함해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입양 심사 문화가 평등하게 변화했으면 하고요.

개인이 하기엔 어려운 일이고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구조와 임시 보호를 계속할 계획이신가요?
일단은 탠져린즈 멤버들의 입양과 그 모견을 포함한 성견들의 구조까지,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에요. 이 일을 마친 이후에는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 현실을 꼬집는 일을 해나가는 동시에 제주 내에서 길에서 구조한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들도 만나고 싶어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위로가 될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요.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실 것 같아요. 귤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 새해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아이들이 산책을 마치면 꼬리를 흔들며 집으로 뛰어 들어가요. 사실 저희 집이 여러 마리가 나눠 쓰는 공간이다 보니 누구 하나 오롯이 자기만의 것이 없거든요. 집을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는 하지만 쓸쓸한 마음이 더 커요. 아이들이 하루빨리 자신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면 더 행복해하겠지 하는 생각을 해요.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9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황소연 | 사진제공. 아트레이블 스튜디오. 구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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