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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1 인터뷰

불에 이끌리다

2022.03.28 |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영화<스펜서>스틸]

영화 <스펜서>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그간 세계 영화제를 돌며 거둬들인 여우주연상만 27(228일 기준). 아직 2022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이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이름은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르내린다. 실존했으며 이미 수차례 영화화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큰 도전이었을 테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언제나 그랬듯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이혼하기 전 크리스마스를 왕실 가족들과 별장에서 보내며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며칠의 시간을 담아냈다. 영화는 시작하면서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고 밝힌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영화가 공개된 후 자신의 연기에 쏟아지는 반응에 크게 놀라워하지도 감격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9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진행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인터뷰를 아래에 옮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수년간 대중의 관심을 받은 역사적 인물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을 연기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제정신인가 싶었죠.(웃음) 하지만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품은 영화에 대한 강한 확신이 저에게까지 전염되었어요.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다이애나에 대해 확실히 갖고 있었던 인상 같은 게 없었어요. 그냥 엄청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다이애나는 사망했을 때 세상에 큰 충격을 주었어요. 당시 매우 어린 나이였던 저도 알 정도였죠. 수북이 쌓인 꽃과 사람들이 우는 모습에 무슨 일이지 싶었죠. 그때부터 제 나름대로 왕족에 사로잡혔어요. 잘못된 표현일까 봐 조심스럽지만 사실상 미지의 사람들이잖아요. 우리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서 공감할 수 없죠. 그래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그 사람들을 알고 싶고, 그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열망이 다이애나를 정의했다고 봐요. 그 사이에서는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역설적으로 다이애나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심어주고 힘을 실어주고 희망을 안기고 왕족과 연결된 기분이 들게 하면서 시선을 바꿨지만, 다이애나는 인생의 어떤 시기에 누구보다 외롭고 고립된 인물이었어요.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이런 모든 관점을 고려하면서 거절할 수 없었고 출연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녀가 되는 일을 시도해봐야만 했거든요. 찬란하게 빛나서 마음이 이끌렸어요.

당신이 말했듯이 다이애나는 무척 평범하고 친근했지만, 한편으로는 왕실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이기도 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다이애나를 둘러싼 동화가 있었지만 어두운 동화였고 수많은 모순이 있죠. 어떤 면에서는 그 모순을 담아내고 그 경계를 오가면서 역할이 주는 즐거움을 맛봤을 것 같아요.
물론이에요. 무겁고 어렵고 지치는 부분도 있었어요. 다이애나로 사는 상상을 하면서요. 그런데 그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보다 몸으로 즐거움을 느꼈어요. 다이애나 입장에서는 그리 즐겁지 않은 3일을 그리거든요.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에요. 머지않아 과감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무너질 위기에 처해요. 다이애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기이해요. 평범하게 살고도 싶었지만, 또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꿈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왕실에 들어간 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깨닫게 된 시기가 있었고 그러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어요. 어찌 보면 다이애나의 모든 면모가 겉보기에는 이질적이에요. 또, 그에 대해 증언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찾아 읽으면 사람을 조종하려 하거나 교활한 면도 엿보이죠. 다이애나의 어떤 인터뷰에서는 대중들에게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를 얻고 싶어한 것도 느껴져요. 우리 모두가 사실 그렇잖아요.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숨겨뒀던 날카로운 이를 드러낼 거예요. 다이애나는 가끔 자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속마음을 전혀 숨기지 못하기도 했어요. 그런 이중적인 면모가 재미있어요. 알면 알수록 다이애나를 간략하게 요약할 방법이 없어요. 다이애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자신이 단순한 만화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었으니까요.

기술적으로 어떻게 다이애나라는 인물을 완성했는지 묻고 싶어요. 밖에서부터 안으로 접근하면서 외모와 옷차림과 말투와 억양에 집중했나요? 내면적으로 감정과 마음에 집중하면서 그 순간에 인물이 느꼈을 기분에 공감하려 했나요? 아니면 양쪽 다인가요?
양쪽 다요. 모든 걸 읽고 보고 특유의 습관이나 남들과 미묘하게 다른 소통 방식을 조목조목 분석하면서 다이애나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걸 다 잊고, 그냥 순간에 충실하며 최대한 즐겨야 했죠. 신체적으로 직접 체감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도 이야기에도 다이애나에게도 해가 돼요. 진부하게 표현하긴 싫지만 다이애나는 무척 생기 넘치고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요. 모든 사진에서 기분이 나쁠 때조차 특별한 기운을 뿜어내요. 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기운을 완벽하게 표현할 길은 없어요. 몸과 영혼과 머리와 마음을 온통 쏟아부어야 하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완벽하게 표현할 순 없었어요. 저와 다이애나가 결합한 인물만이 가능했어요.

[영화<스펜서>스틸]

이 영화는 다이애나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다이애나의 시점을 따라가기 때문에 다른 왕족은 주변부에 머물고 중앙에 서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인물의 내면세계를 그리면서 함께 일하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곁에서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그게 무척 중요했어요. 다이애나는 혼자 고립돼 있어요. 주변 환경과 자신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벽을 세우고 자기를 보호하기 시작하죠. 제가 무섭거나 외로울 때 세우는 방어 체계나 벽은 다이애나의 그것과 많이 다를 거예요. 파블로 감독이 있어서 참 좋았어요. 그 누구보다 함께 간다는 느낌을 줬거든요.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그보다 무언의 감정적 교류가 큰 도움이 됐어요. 저에 대한 그의 믿음이 가끔은 황당할 정도였는데, 그 덕분에 촬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다이애나는 고독감을 느끼고 저는 그걸 표현하지만, 다행히 촬영하는 동안 배우로서 저는 혼자라는 기분을 느끼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도 지독하게 고독감을 느끼면 연기를 할 수 없어요. 그래서 파블로와 제 관계는 영화를 만들면서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말 그대로 가족 같은 관계였어요. 이유를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둘 다 불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작품에 끌렸고, 누구도 불에 타면 안 되기에 서로 보호막이 되어주었어요. 파블로가 불에 가까워지면 제가 막고, 제가 불에 가까워지면 파블로가 와서 막아주었죠.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완벽한 거리가 유지되도록 서로 도왔어요.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다이애나를 연기한 에마 코린 역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어요. 크리스틴 역시 다른 인터뷰에서 <더 크라운>을 언급한 적이 있죠. <더 크라운>은 영국인이 만든 드라마고, 영국인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다이애나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영국인에게 민감하고 고유한 이야기에 외부인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됐나요? 어떤 식으로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나요?
조심해야 할 건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는 그저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에 진심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다들 각자 이해한 이야기가 다르고, 다이애나의 생애를 다룬 전기도 여럿 있고 영상이나 글로 남은 인터뷰도 많아요. 그녀 자신이 아닌 외부인들조차 그때 일어난 사건을 놓고 다들 자기 생각과 의견이 있어요. 그때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몰라요.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해도 닫힌 문 안에서 일어난 일은 모르거든요. 다이애나는 무척 계몽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해요. 저도 관심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제 의견도 있을 수 있죠. 그녀를 둘러싼 사건에 대해 다들 각자의 의견이 있다는 것. 그것만이 사실이에요.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죠. 이건 매우 복잡한 주제고 폭탄으로 터질 것 같은 영역일 거예요. 저는 그냥 그 사이를 뚫고 뛰어가는 거죠.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71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김송희 |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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