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대학교 졸업장.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규범을 거절한 사람들이 있다. 조윤 씨는 대학 진학 후 자퇴를 했다. 그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진 선택이었다. 지금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카페 ‘슬금슬금’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을 그만둔 이후에도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에게, 대학 자퇴와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들이었다.

커피를 내리는 조윤 씨
대학교를 다니던 중 자퇴를 결정하셨는데요. 망설임이나 고민은 없었나요?
물론 처음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걱정이 앞섰고요. ‘내가 하는 선택이 맞는 걸까? 후회가 남으면 어쩌지?’ 싶었죠. 그런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한 걱정이 구체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요. 대학은 당연히 나와야 하는 거고, “고졸이 뭘 하겠냐”고요. 대학 졸업을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던 거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생각을 복기했던 것 같아요. 사실 별거 아닌데, 지레 겁먹었던 거죠. 핑계를 찾았던 걸 수도 있고요.
자퇴를 결정한 후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반응이 없었어요.(웃음) ‘그런가 보다’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괜찮겠어? 같은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대수롭지 않아 했어요. 아마 대학과 삶을 별개로 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던 친구들이었던 것 같아요. 나 저녁으로 뭐 먹었어,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더라고요. 큰일 같지만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선택의 순간이었던 거죠. 과장되지 않은 반응에 자퇴했다는 실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큰 결정을 내릴 때는 후회가 적은 편이에요. 후회할 거리는 찾으려면 쉽게 찾게 되잖아요. 이게 큰 영향을 준 건지 모르겠는데, 제가 성인이 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했어요. 그때부터 인생이 수많은 결정의 반복이었어요.

조윤 씨가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인 침실의 모습.
자퇴 이후에 결정한 또 다른 선택도 궁금합니다.
자퇴를 하고 나서 시민단체 일을 그만뒀어요.(웃음) 저는 제가 거기서 평생 일할 줄 알았거든요. 활동이 너무 재미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으니까요. 오히려 그 결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걸 그만두면 뭘 하지, 싶었던 것 같고요. 번아웃도 경험했거든요. 1년간은 과감히 쉬었는데, 그게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여행도 가고 하고 싶었던 걸 많이 했으니까요. 학교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계속 돈을 벌고 쉬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경험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후엔 시민단체와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했었어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다녔는데, 여행 끝나고 돌아와서 얻은 첫 직장이었어요. 2년 정도 일하면서 매니저까지 했고요.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아주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친해졌거든요. 거기에 오히려 대학거부자가 많았어요.(웃음) 제가 한번은 직장 동료에게 물어봤어요. 대학 안 간 것 후회 안 하느냐고요. 그분은 후회 없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 다르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때 제가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게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사전 인터뷰에서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사건을 인생의 기점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간 일터에서 임금 체불을 겪었어요. 백화점에서 주말에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 계단에서만 쉴 수 있었고, 구내식당에도 못 갔거든요. 최저임금도 못 받았고요. 정확하게 말하면, 최저임금을 몰랐어요. 당시 최저임금은 5,210원이었는데, 전 시간당 5천 원을 받았어요. 친구가 임금 체불이라는 걸 알려준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주휴수당도 못 받았더라고요. 그만둔다고 말하고, 어떤 배짱이었는지 점장님께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에 대해 말을 했거든요. 근데 점장님이 갑자기 화를 내더라고요. “왜 이렇게 계산적이냐”고요.(웃음) 이게 좀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제가 아무것도 몰랐단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일을 하고 돈을 버니까, 혼자 살아갈 힘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학교에선 그런 걸 안 알려줬을까 싶기도 했어요. ‘최저임금도 모르는데 대체 뭘 공부하겠다는 거지?’ 그런 의문도 들었고요.
이 글은 '졸업보다 자연스러운 ― 조윤 씨가 말하는 대학 자퇴 (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조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