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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빅이슈

인생은 회전목마 ― 안국역 빅판 (2)

2022.08.08


이 글은 '인생은 회전목마 ― 안국역 빅판 (1)'에서 이어집니다.

판매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화장실 문제요. 제가 판매하는 출구에서 안국역 화장실이 멀어요. 그래서 물도 안 마셔요. 목이 마르면 물로 입만 축여요. 화장실에 가면 꼭 그사이에 독자님들이 왔다 가셨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화장실에 안 가려고 목이 말라도 목만 축여요. 밥도 일찌감치 먹고 시작하죠. 아침을 새벽 5시에 먹고, 점심도 일찍 먹어요. 제가 밥을 먹고 나면 바로 배가 아프고, 물만 마셔도 화장실에 꼭 가야 하거든요.(웃음)

고마운 독자님도 많으시겠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님이 있나요?
영등포역에서 판매할 때 단골 독자님이 계셨어요. 학생이었는데 제가 판매지를 옮기니 빅이슈 사무실에 전화까지 해서 물어보고 일부러 안국역으로 찾아왔더라고요. 편지도 써가지고요. 아유, 무척 고마웠죠. 어떤 분은 20분씩 이야기를 나누다 가시기도 해요. 그럴 때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죠.

ⓒ unsplash

독자님이 현금이 부족하면 나중에 갖다달라고 하고 잡지를 주시기도 하신다고요? 대부분 나중에 돈을 갖다주시나요?
저는 돈이 부족하다고 하시면 “있는 만큼 주시고 다음에 지나가다 주세요.” 그래요. 다 갖다주세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갖다주신 적 없었어요. 서로 믿는 거죠. 덜 주고 가신 돈 주러 오셨다가 잡지를 또 사 가신다니까요.(웃음)

그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어휴, 기분이 진짜 좋죠. 세상에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 많구나 하고 느껴요. 제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와서 설명해줘요. 그때 이러저러해서 돈을 덜 드렸다고. 지금이야 저희도 다 카드 단말기가 있어 카드로 계산하시고, 계좌 이체를 해주시지만 예전엔 그런 경우도 많았어요.

《빅이슈》 판매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은 아니네요?
판매를 하면서 ‘하루에 내가 몇 권을 팔아야겠다.’ 하고 뭐 이런 욕심을 내기보다는 독자님들 대하는 게 좋아요. 집에 멀뚱히 있으면 뭐 하겠어요? 밖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독자님들도 만나고 그러는 편이 좋죠.
가장 좋은 점은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람들과 대화하게 되잖아요. 예를 들어 잡지를 사려는 독자님에게 이번 신간은 뭐다, 무슨 내용이 들어 있다 하고 다 설명해드리죠. 그리고 구간에 대해서도 말씀드려요. 이건 몇 월에 나온 거다, 어떤 내용이 들어 있다 하면 신간 사러 오셨다가 구간까지 사 가실 때도 있어요. 같은 호의 표지가 2종일 때는 그 부분도 다 설명해드려요. 그럼 두 권 다 사 가시도 한다니까요.(웃음) 열심히 설명해드려요. 제 판매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 unsplash

잡지를 판매하는 빅판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 노력한 만큼 조금씩이라도 생활이 나아지니까 도움이 많이 되죠. 그리고 술 생각이 나지 않게 해줘요. 다음 날 판매할 거 생각하면 일찍 자야 하니까 술을 안 마시게 되죠. 다음 날 일찍 일어나 해야 할 일이 없다 하면 또 ‘술 한잔하고 자야지.’ 싶어질 거예요. 그럼 또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고요. 그 점이 가장 좋아요. 잡생각, 술 생각 안 나는 거요.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안국역을 이용하시는 독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드리고, 앞으로 자주 뵀으면 좋겠다는 말이요.(웃음) 낮 12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는 무조건 판매지에 있을 거예요. 겨울에도 방한복 두둑한 거 사서 입고 있을게요.(웃음) 또 동료 빅이슈 판매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어요. 요즘 코로나19다 전쟁이다 해서 빅판들이 모두 다 어렵잖아요. 모든 빅판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판매가 잘되면 좋겠어요. 동료 빅판, 독자님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번 불운이 시작되니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회복될 기미가 없었어요. 공장 지하에서 바닥에 박스 깔고 잘 정도로 힘들었어요.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남는 건 없고, 인생이 자기 의지대로 풀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글. 안덕희
사진.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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