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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2 커버스토리

풍덩 빠져버리고 말 ― 오마이걸 승희 (1)

2022.09.06


'찬란하다. 승희의 똑 부러진 보컬과 매운맛, 단맛, 신맛을 오가는 토크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끼가 많을 수 있는지 감탄하게 만든다. 예능인으로서 승희의 순발력, 장기 그리고 애쓰지 않은 솔직함은 세고 센 끼쟁이들 사이에서 ‘현승희’라는 이름을 전 국민에게 설득하는 킬링 포인트다. 무대 위 승희는 서정적이고 경쾌한 오마이걸 음악의 고음 파트를 주로 담당하는 메인 보컬로 활약해왔고, 그 외의 무대에선 음색과 높낮이를 변형하며 오랜 연구를 거친 자신만의 보컬을 선보여왔다. 색다른 그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싶다면 광범위한 승희의 음색 스펙트럼을 모아둔 영상을 들어보자.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맞는지, 악기처럼 다채로운 승희의 소리에 한순간 풍덩 빠져버릴 것이다.'


워낙 많은 예능에서 보았더니, 초면인데도 구면 같아요.
오마이걸의 이미지가 옆집 사는 친근한 여동생 같은 데다가 제가 추구하는 이미지도 친근함이에요. 잘 전달되었는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분들도 반가워하시고 원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반응해주시는 게 좋아요.

아까 촬영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거나 피아노를 친다거나 하는 모습은 많은 예능에서 승희 자체였어요. 승희의 고유한 표현들이 아이돌로서는 특이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었겠어요.
제가 신비주의 이미지를 꾸준히 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방송에 나갔고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신비주의를) 시도조차 안 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편하게 했어요. 신비주의는 저에게 무리에요.(웃음)

아주 어릴 때부터 <전국노래자랑> <슈퍼스타K> <놀라운 대회 스타킹>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왔어요. 자발적인 의지였나요, 부모님의 권유였나요?
처음 방송에 출연한 게 <전국노래자랑>이었어요. 아버지가 서비스업을 하시는데, 강원도 인제에 다녀오시다가 그냥 제 원서를 넣으신 거죠. 그러곤 집에 와서 너 언제 예선 보러 가야 된다, 하시는 거예요. 강원도 인제 편에 나가야 한다고요. 그래서 그냥 보러 갔어요. 예선에서 완전히 피디님, 작가님 마음을 뺏어버렸죠.

비결이 뭐였어요?
아주 맛깔나게 불렀죠. 박상철 선배님의 <자옥아>랑 민요를 불렀어요. 그랬더니 난리가 난 거예요. 이미 제가 열 살, 열한 살 때 지역 축제에 나가서 상을 많이 탔었거든요. 무대 경험이 있는 상태였으니까 아무래도 잘했죠.(웃음)

오마이걸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어요. 발탁 과정에 대해 듣고 싶어요.
2014년도 12월에 오마이걸 데뷔조를 뽑는 오디션이 있었는데요. 사실은 그때 안 하려고 했어요. 이미 대한민국 대부분의 이름 있는 기획사 오디션에서 다 떨어졌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로 떨어졌는데 그러고 나서 자신감도 많이 잃고 회의감도 들고 자괴감도 들고… 운명이 아닌가 보다 싶었어요. 그때 마침 지금 소속사의 오디션 기회가 왔죠. 처음엔 안 보겠다고 했는데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떨어지면 가수 안 하고 더 열심히 해서 대학교 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아홉 살이었거든요. 오디션 보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왔어요. 마침 대표님이 회사에 오셨는데 제 영상을 보고 직접 만나겠다고 하셨다기에 차를 돌렸죠. 어떻게 보면 운명적으로 합격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어필하려고 했어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열 살 때부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연습을 해왔어요. 스무 살에 데뷔했으니까 10년을 준비한 거예요. 떨어지면 10년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겠단 심정이었죠.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겠단 마음이었어요. 기타, 춤, 노래,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박박 긁어서 다 했어요. 1절만 할 수 있는 거라도 다 보여드렸죠.

넓은 음역대와 독특한 음색, 성량, 표현력까지 인상적인 보컬리스트라고 아이돌 승희를 평가하는 글을 읽었어요. 자신만의 보컬 색깔을 찾았던 과정에 대해 듣고 싶어요.
처음엔 색깔이 없는 보컬이라 생각했어요. 노멀하다는 콤플렉스가 진짜 컸어요. 허스키한 보이스가 부러워서 일부러 목쉬게 하려고 소리 지르다가 목을 다치기도 했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오히려 다양한 컬러를 입힐 수 있는 스케치북 같은 보컬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제시 제이 같은 가수들을 정말 좋아해요. 한 마디에 여러 가지 톤을 섞어서 부르는 가수요. 그런 가수들을 파기 시작했어요. 연구를 하면서 한 마디 안에 여러 가지 톤을 섞어서 부르는 가수가 되자! 하고 무한대의 색깔이 될 수 있는 보컬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노래 잘한다는 얘기는 언제부터 들었어요?
열 살 때부터요. 어린 나이에 트로트 부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사랑의 밧줄’이나 민요를 엄청 불렀어요. 그 영향은 저희 옆집 이모 ‘용 여사님’한테 받은 거예요. 유치원 끝나면 집에 안 가고 이모네 가서 가방 던져놓고 카세트테이프 틀어놓고 땀날 때까지 노래 부르고 놀았어요. 정말이지, 이모가 제 국민 프로듀서님이었던 거예요.

<퀸덤> 통해 오마이걸이 대중들에게 재발견되었을 때의 기분을 늦게나마 듣고 싶어요. 당시 《빅이슈》에서 유아와 인터뷰했는데 슬럼프를 무대를 통해 극복할 있었다고 했어요. 승희에게도 여러 고민이 있었을 텐데 프로그램 출연이 전환점이 되었을 같아요.
저는 <퀸덤> 출연을 많이 걱정했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제가 여러 번 해왔기도 했고 서바이벌을 하다 보면 무대가 싫어져요. 그 위에서만큼 자유롭게 즐기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랑 경쟁해야 하니까 긴장되고 부담스러워요. 근데 <퀸덤>은 멤버들과 함께 하는 자리니까 너무 걱정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멤버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여려서 서바이벌 때문에 상처받을 줄 알았어요. 막상 시작하니까 의욕이 넘치고 아이디어가 샘솟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고 다부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정말 멤버 복이 많구나, 인복 하나는 정말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경연을 연습하고 나니까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만 들었어요.

다른 무대를 지켜보는 승희의 리액션도 대단했어요. 진심으로 즐기고 환호하는 모습이 경쟁을 축제로 바꿔놓았어요.
이제는 굳이 시기와 질투를 할 게 아니라 서바이벌 참가자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마이걸을 하면서 노력하는 만큼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을 안 했는데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아요. 누군가 지금 잘한다고 앞으로 계속 잘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내가 지금 못한다고 앞으로 쭉 못할 것도 아니니까요. 각자의 길과 때가 있을 거예요. 이걸 알고 나니까 응원해주고 북돋아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 글은 '풍덩 빠져버리고 말 ― 오마이걸 승희 (2)'로 이어집니다.


진행. 양수복
사진. 영배
헤어. 서윤
메이크업. 이신애
스타일리스트.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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