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풍덩 빠져버리고 말 ― 오마이걸 승희 (1)'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유아는 가장 성숙하다고 생각하는 멤버로 승희를 꼽았어요. 성숙하기에 유연하게 대처한다고요. 어릴 때부터 방송 출연을 하면서 다져진 내면의 단단함이 기반이 되었지 않을까 싶어요. 어때요?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 경험은 못 이기는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리든 적든 사회에 나가면 다 똑같이 한 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려도 사회에 나가면 ‘어리니까 저럴 수 있지.’ 말은 이렇게 해도 안 봐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봐주는 눈빛이 더 싫었어요. 자존심이 세고 지방인 춘천에서 왔다는 괜한 자격지심 탓에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지기 싫은 마음이 컸어요. 그 마음이 저를 강하게 키운 것 같아요.
사회의 냉혹함을 일찍 안 경우네요.
그래서 눈치를 많이 봤고, 눈치도 빨랐어요. 지금은 익숙해졌죠. 웬만해서는 일이 힘들지도 않아요.
무대에 서는 게 긴장되지 않아요?
저는 실전에서 더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사람들의 기운을 받는 편이에요. 리허설은 마지막으로 체크할 기회니까 예민하게 하는 편인데 무대는 단 한 번밖에 없고 많은 분들과 함께 즐기는 자리잖아요. 실수를 해도 나밖에 모르니까 괜찮을 거란 마음이 있어요. 즐기면서 할 때 시너지가 커서 무대가 더 잘되는 편이에요.
데뷔 후 여태까지의 시간을 통틀어서 가수가 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었나요?
엄마, 아빠가 제가 노래하는 거 들으실 때가 가장 좋아요. 오마이걸 노래는 다 좋아하시는데 그룹 곡보다 파트가 많은 솔로곡을 좋아하시죠.(웃음) <불후의 명곡>에서 고영열 씨와 같이 부른 ‘연가’도 좋아하시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손동운 선배님과 부른 ‘언제쯤이면’도 좋아하세요. <걸스피릿> 나갔을 때 혼자 불렀던 경연 곡도요.
음악 방송에서 기타 치면서 ‘너의 의미’를 커버했고, <더 리슨>에서도 수차례 기타 치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정식으로 어쿠스틱 솔로를 낸다면 가장 하고 싶은 곡은 뭐예요?
재즈 장르를 하고 싶어요. 솔로를 낸다면 재즈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거든요. 고등학생 때 재즈에 완전히 빠졌어서 스윙이나 보사노바를 하고 싶어요.
재즈와 승희의 보컬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저는 고음의 노래를 별로 안 좋아해요. 편안한 노래, 기분 좋게 살랑살랑거리는 노래, 간지러운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아이유 선배님을 정말 좋아하고요. 진짜로요.
아이유 선배가 왜 좋아요?
아이유 선배님 그 자체가 좋아요. 뭘 해서 좋은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요.
직접 만난 적 있어요?
제대로 대화를 나눈 건 선배님 유튜브 프로그램에서였어요. 대화를 진짜 많이 했죠. 너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한 대로 반듯하고 따뜻하고 목소리가 정말 신기한 사람이에요. 목소리 그 자체가 악기인 분이에요.
고양이 할리와 사는 건 어때요? 행복도가 올라갔을 거 같아요.
걔는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해요. 너무 귀엽죠. 잘 때 제일 예뻐요. 너무 멍청해 보이지만(웃음) 자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워요. 이번에 콘서트 하러 해외 나갔을 때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
다른 취미는요?
저는 정말 집에만 있어요.(웃음) 번호 맞춰서 색칠하는 유화가 있거든요. 스케줄 없을 땐 이것만 해요. 복잡한 그림을 세세하게 채우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에너지도 생겨요. 이걸 하는 이유 중에 제일 큰 게 성취감 때문인 거 같아요. 저는 MBTI 유형 중 ENFJ에요. J(계획형) 타입이라 30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왔는데 데뷔하고 나서 성취감이 좀 사라졌어요. 열심히 산다고 해서 결과도 원하는 대로 나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이 유화는 그냥 번호만 따라서 색칠하면 엄청 멋있는 그림이 나오니까 사라졌던 성취감이 막 채워져요. 뿌듯하고요. 여기서 생기는 에너지를 가져다 쓰는 거죠.
승희에게 힘의 원천이 되는 존재는 누구예요?
비타민은 할리, 힘의 원천은 가족이에요. 가족은 진짜 힘들고 지쳐도 다시 부여잡고 하게 되는 이유가 되어줘요.
올여름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일단 오마이걸 멤버들이랑 해외 공연을 다녀온 거요. 일본과 호주에 다녀왔는데 진짜 재밌었어요. 팬분들의 함성을 듣는 순간도 좋았고 정말 오랜만의 해외 공연이어서 비행기 탄 것도 재밌었고요.
마지막으로 승희가 이루고 싶은 아티스트의 모습이나 인간으로서의 지향점에 대해 한마디 부탁해요.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고요. 사람으로서는 그냥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엄청난 행복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행복한 사람이요. 제가 행복해야 사람들한테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믿어요.
진행. 양수복
사진. 영배
헤어. 서윤
메이크업. 이신애
스타일리스트. 김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