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을지로의 풍경들 (1) ― 을지유람 그리고 노가리 골목'에서 이어집니다.
재개발 앞둔 을지로 골목들

을지로 일대는 수년 전부터 재개발 논의가 있어왔던 지역이고 현재도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특히나 세운상가 주변 지역 재개발의 경우, 2018년 말부터 급진적으로 진행되어왔다. 철거 작업이 진행된 세운3구역 입정동 일대의 경우 현재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지속적인 재개발 논의에 부작용을 줄이고 지역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때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다시 세운, 세운상가 재생사업’이 진행됐다. 입정동 일대를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세운상가 기준으로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일대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장인과 예술가, 메이커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협업을 시도하고 결과물을 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이 활동의 기반이 되는 곳이 바로 입정동을 비롯한 주변 지역인 것이니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도, 함께하는 과정으로써의 범주를 만들어가는 측면에서도 이점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와 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노가리 골목의 경우 2016년부터 추진된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 구역으로 6년이 지난 2022년 현재 철거가 확정된 것이다. 주변에 아직 재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곳들도 현재의 재개발 물결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을지로의 모습

재개발 논의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현실에서 그것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과정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시간을 두고 을지로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서 산업구조와 소상공인, 장인, 예술가 간의 협업을 지원하고 단계를 높여나가는 사업을 지속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자꾸만 남는다.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가 생길 것이 분명한데, 현실에서는 자본 가치가 사회적 가치보다 우위에 있었고, 그 결과가 현재의 을지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남아 있는 구역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는 곳들을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생생하게 남아 있을 을지로의 풍경들.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 기억의 연속성을 위해 뭐라도 할 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글 | 사진. 이경민
SNS ‘서울수집’ 계정 운영자 & 도시답사 및 기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