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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4 빅이슈

이웃, 정이 들어갑니다 ― 여의도역 이보라 빅판 (1)

2022.10.07


'이번 호 ‘빅판의 이야기’에서는 독자는 물론 이웃 노점상과 가게 사장님이나 종업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여의도역 5번 출구 이보라 빅이슈 판매원(빅판)을 만났다. 판매지 앞 치킨 가게 사장님이 맛보라고 주는 치킨, 옆 카페 ‘알바’가 건네주는 커피 한 잔에 감동해 “꼭 먹어서 맛이 아니라 정이죠, 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세상에 정을 듬뿍 준 사람 같아 보였다. 여기 정 많은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식사는 챙겨 드세요?
썩 좋지는 않아요. 제가 1952년생이니까 올해 나이가 일흔하나예요. 좋지 않죠, 뭐. 그래도 식사는 잘 해요. 직접 요리해서 잘 챙겨 먹어요. 먹는 건 잘 먹어요. 점심은 빅이슈 사무실에서 기업 후원으로 제공해주는 도시락을 먹고요. 평일 아침에 항상 보내주거든요. 그런지 서너 달 됐어요. 여름에는 아이스팩까지 딱 넣어 포장해 보내주니까 편리하죠.(웃음)

고시원에서 지내신다고 들었는데, 고시원 생활은 어떠세요?
불편해요. 방이 좁거나 나머지 생활환경이 나쁘거나 이런 부분이 힘든 게 아니라, 시비 거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거든요. 근데 고시원에는 술 먹고 시비 거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느 고시원이나 거의 그렇다고 봐야 해요. 고시원도 비싼 데는 좀 다르다고는 하더라고요.

지금 지내는 고시원에서 얼마나 사셨어요?
정확하게 23개월이요. 다음 달이면 만 2년이에요. 단출한 살림이어도 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요즘 잡지 판매 상황은 어떠세요?
일주일째 잘 안 팔려요. 그전에는 하루에 열 권 정도 팔았는데, 일주일째 열 권도 안 나가고 있어요. 열 권 팔면 저한테 3만 5000원이 남잖아요. 그 정도는 팔아야 해요. 열 권도 안 나가면 무척 실망스럽죠.

그렇게 팔리지 않으면 판매 의지가 꺾이시겠어요.
속상하지만 의지가 꺾이거나 그렇진 않아요. ‘이런 때일수록 더 열심히 팔아야지.’ 하지요.

해보니 《빅이슈》 판매하는 일은 어떠세요?
적성에 잘 맞아요. 제가 이 일을 오래 했어요. 2015년 3월 말일에 시작했으니까 7년 6개월간 했네요. 영등포구청역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하고 있죠.

《빅이슈》를 판매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요?
가끔 시비 거는 사람이 있어요. 매대를 차고 가는 사람도 있고요. 진열해놓은 잡지를 일부러 차고 가더라고요. 예순쯤 돼 보이는 남자분이 있는데, 이분은 한두 번 그런 게 아니에요. 자꾸 발로 차고 시비를 거니, 한번은 주변 노점상 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더라고요. 경찰이 왔었어요. 경찰이 오니까 그 사람이 도망을 가대요. 그다음부터는 절대 제 물건을 안 차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보이면 일부러 멀리 비켜 가요. 작년 9월에 있었던 일이니까 그런 지 딱 1년이 됐네요. 그 사람은 저한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주변 노점상 주인이 신고해주셨다고요? 그분들과 관계가 좋은 편이에요?
주변 노점상들끼리 사이가 참 좋아요. 우리는 다 이웃이에요. 주변에 복권 파는 가판대, 떡 파는 가게, 치킨 가게도 있고 담배 파는 데도 있어요. 우리는 다 잘 지내요. 절대 말다툼 안 해요. 대화도 많이 하죠. 서로 장사가 잘 되는지 묻고, 챙기죠. 치킨 가게 사장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어보라고 치킨도 갖다주세요. 꼭 먹어서 맛이 아니라, 정이죠, 정. 그 마음이 감사하고요. 앞에 커피 가게도 있는데 종업원이 마셔보라고 가끔 커피도 줘요. 그런 것들이 다 기분이 좋아지게 하더라고요.

홈리스가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부동산 사무실에 다녔어요. 등기나 대출 업무 같은 사무를 봤죠. 오래 다녔어요. 청량리 쪽에서요. 그전에 청량리 전농동에 오래 살았어요. 제가 1952년생이니까 전쟁 중에 태어났잖아요. 전농동에 사시던 부모님이 부산으로 피란을 가셨는데 그때 제가 태어났어요. 휴전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왔죠. 제가 출생지는 부산이지만 고향은 서울 전농동이라고 봐야지요.

이 글은 '이웃, 정이 들어갑니다 ― 여의도역 이보라 빅판 (2)'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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