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가게나 마트 채소 코너에서 볼 수 있는 과일의 모양은 정형화되어 있다. 빨갛고 반질반질한 표면을 갖고 있는 사과, 구부러지지 않은 가지, 한 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파프리카가 ‘정상’으로 느껴진다. ‘지속 가능한 식탁’을 기치로 하는 어글리어스는 외관이 완벽하지 않은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어온 농산물의 자리를 찾아준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는, 사람들이 쉽게 채소를 즐기도록 하는 게 목표다. 올해 안에는 개개인에게 딱 맞는 ‘채소 커스터마이징 꾸러미’도 개발될 예정이라고 하니,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넘치도록 건강하고 맛있는 채소를 이곳에서 만나보면 어떨까. '

‘못난이 농산물’이 헐값에 거래되면서 발생했던 문제는 뭔가요?
일단 농가 소득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줘왔습니다. 같은 자재와 노동력을 들였고, 맛과 선도에는 문제가 없음에도 외형적인 문제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니 온전히 소득을 보전할 수 없었어요. 또 그 값이 너무 낮게 형성되니 차라리 폐기나 밭갈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생겼고요. 이런 경우, 멀쩡한 농산물이 버려져 사회적, 환경적인 손실을 야기해왔습니다.
모양이 고르고 크기가 클수록 선물 세트로 고가에 판매되는 등, 더 월등한 생산물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농산물을 직접 다루는 현장에 계신데, 이런 인식을 체감하시나요?
네. 더 예쁘고 완벽한 외형의 농산물이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예쁘게 키우기 위한 조치들이 많이 취해집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자라 모양이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농산물은 일반 시장에서 쉽게 외면받고요. 사실 농산물을 직접 보고 고를 때면 본능적으로 흠이 없고 예쁜 농산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어글리어스는 이런 상황에 물음표를 던지고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는 농산물의 개성을 전달하고 있어요. 친환경 농법으로 기를수록 흠집도 생기고 모양도 예쁘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과 땅 모두에 건강하게 자란 농산물이라고요.

어글리어스에서는 모양이 고르지 않은 채소뿐 아니라 판로 개척이 필요한 제품도 판매 중인데요. 판로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으로 보시나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기존 거래처에서 약속된 물량만큼 가져가지 못하기도 하고, 공급량이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잉여 농산물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희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친환경 농가의 경우 대부분 급식이나 특정 유통 업체 등 단일한 판로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취약한 실정입니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데요. 어글리어스 고객들이 구독 서비스로 기대하는 바, 이용 동기 등과 이런 주제가 일맥상통한다고 느끼시나요?
어글리어스의 많은 고객들이 환경·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런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외형에 대한 판단보다는 그 이면의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시고, 저희 가치에 공감해주시니까요. 처음에는 농가를 돕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구독을 시작했는데 먹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의 채소를 경험하고, 전보다 더 많이 먹게 되었다는 후기를 보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기후변화가 농산물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보시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살갗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지난여름에도 폭염으로 제대로 수확하지 못한 농산물이 많고, 올해는 시기에서 벗어난 연이은 태풍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잘 자라고 있던 시금치가 심한 더위에 잎이 다 타버려서 공급이 불발된 사례도 있었고요. 안타까운 상황들이 많았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폭염과 가뭄으로 식량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기후와 식량은 너무나 밀접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품질이 좋지 않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는 과일이나 채소 외관의 대표적인 예가 궁금합니다.
사과의 경우 착색제와 반사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기를 경우 빨갛고 매끈하게 자라는 대신, 조금 초록빛을 띠면서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지게 됩니다. 자연의 비바람을 온전히 맞으면서 자란 훈장 같은 것인데요. 이것이 시장에 그대로 진열되면 ‘병든 사과’로 오해받아 판매가 잘 안 돼요. 특히 생산 과정에서 사과를 보호하기 위해 무해한 흰색 식용칼슘제를 뿌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곰팡이’로 오해하기도 있어요. 실은 훨씬 맛있고 건강하게 자란 사과인데요. 외면에 대한 편견을 깨고 한입 베어 물면 맛있는 속살이 기다립니다.
이 글은 '못난이 채소와 친해지기 ―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 (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어글리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