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86 에세이

아파트를 기록하며 깨닫는 것들 (2)

2022.11.09

이 글은 '아파트를 기록하며 깨닫는 것들 (1)'에서 이어집니다.

반포주공아파트 키즈의 기억 그리고 기록​

외부인이 아닌 아파트 거주민이 기록물을 모아둔 SNS 계정도 있다. 반포주공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명 ‘반포아파트 키즈’다. 계정 운영자에게 반포주공아파트를 기록하게 된 계기와 의미에 관해 물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구반포 주공아파트가 재건축 소식이 들리고 나서부터(2016년도쯤) 학과 과제 겸 테스트 삼아 찍어두었던 동네를 영상과 필름 카메라로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도에 제가 살던 신반포 한신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시작된 상태였고 내방역으로 이사를 한 뒤 두 곳을 오가며 기록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지내온 동네에 대한 애정이 더욱 짙어진 것 같아요. 이런 감정들을 글로도 기록했고, 재건축 계획이 본격화될 때쯤 기록해두었던 사진과 글을 모아 독립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을 하고 나서 구매해주신 분들의 후기와 이야기를 듣고 제 마음과 비슷한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고, 구반포에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될 예정입니다."

인스타그램 @_moment0fmemory 운영자

"반포주공아파트는 제가 어린 시절부터 쭉 살아온, 다양한 기억들이 녹아 있는 공간이라 재건축을 앞두고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였습니다. 아무래도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쳤던 것들을 제 나름대로 ‘왜 그럴까’ 이유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에 관한 설명을 하게 된 것도 그런 발견을 같이 기록하면서 생긴 거였고요."

인스타그램 @banpokids 운영자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시작된 기록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자료를 찾고 설명을 덧붙이는 것으로도 발전되었다. 해당 계정을 통해 오래 거주한 주민이나 가게 사장님과 인터뷰한 영상 기록 및 반포주공아파트에 거주했던 주민으로서만 알 수 있는 장소나 공간 등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기록 속에서 반포주공아파트 일대를 구반포와 신반포로 나눠서 인지하고 있었다. 반포주공아파트의 공식 명칭에는 구반포가 붙지 않는다. 반포본동이라는 행정명이 붙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신·구의 구분이 없었으니 당연한지도 모른다. 둘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런 측면에서 반포본동, (뉴)반포, 구반포의 지명이 서울의 변화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흔적일 것이다.

기록의 과정을 지켜보니 그들에게 동네에 대한 애정을 넘어선 또 다른 의미가 생겼을지 궁금해졌다.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한 분이 말했듯, 반포주공아파트라는 곳이 단순히 어린 시절을 보낸, 살았던 공간이 아니라 ‘고향’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은 또 다른 정의를 내렸을까? 분명 아파트 단지인데 ‘동네’라고 표현된 문장을 보면서, 중요한 건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기록의 대상은 아파트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파트를 통해 느낀 사계절의 변화, 주변 환경, 사람들, 풍경, 자연과 같이 다양한 요소들이 전하는 기억과 감정을 함께 포함한 것이었다. 주택의 기록, 아파트의 기록이라고 별도로 구분하는 행위가 무의미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라지는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는 이 동네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_moment0fmemory 의 첫 번째 기록 책, <누군가의 정원> 중


글 | 사진. 이경민


1 2 3 4 5 6 7 8 

다른 매거진

No.328B

2027.05.02 발매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빅이슈》 328호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No.328A

2022.12.02 발매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빅이슈》328호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No.327

2024.09.02 발매


결심했다, 소비와 멀어지기로

빅이슈 327호 결심했다, 소비와 멀어지기로

No.326

2024.08.01 발매


다시 책으로: 텍스트힙의 흐름

빅이슈 326호 다시 책으로: 텍스트힙의 흐름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