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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7 인터뷰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첫 개인전 연 임상철 전 빅판

2022.11.16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하고 기대에 차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유독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문래동 창작촌의 한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임상철 작가는 한때 홈리스였고, 7년이나 《빅이슈》를 판매한 빅이슈 판매원(빅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는 개인전을 연 예술가다.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해, 인생에 대해 들었다.'


그동안 여러 전시 활동을 해오셨는데,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시죠? 개인전을 감회가 어떠세요?
간절히 원했던 일이에요. 여러 공모전에 응모하고 싶었지만 조건에서 걸릴 때가 많았어요. 나이, 학력, 전시 경력 이런 조건들이요. 개인전 경력은 예술가에게는 필수구나 싶었죠. 저는 어떤 ‘배경’이 없잖아요. 인맥도 학연도 아무것도요. 신진 작가 공모전 문을 계속 두드렸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공모전은 다 도전해보고 수상도 꽤 했어요.(웃음) 공모전에 도전하면 실력이 확 늘더라고요. 성취감도 더 크고요.

펜화를 비롯한 유화 작품과 부조와 조각까지, 작품의 영역이 폭넓습니다.
제가 조각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림보다는 조각 활동이 저를 드러내는 데 유리하더라고요. 회화에서는 제가 두각을 나타내기가 힘들어요. 그림에 더불어 조각까지 하면 제 존재감이 더 부각되죠. 제 실력과 능력을 증명하는 데 조각품이 더 낫거든요.

다양한 작품을 꿰뚫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면요?
휴머니즘이요. 작품 활동을 하면서 휴머니즘을 많이 생각해요. 작품을 딱 봤을 때 울컥하게 만드는, 휴머니즘이 바로 전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을 다룬 작품보다는 꽃, 나무, 새, 과일 이런 동식물을 다룬 작품이 잘 팔려요.(웃음) 한국 미술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에 아이 그림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유난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앞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을 만들어야죠. 현재 애착이 가는 작품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내가 애착이 가는 작품을 만들어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활동해야지, 지금 벌써 애착 가는 작품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어요.(웃음) 그래야 계속 작품 활동을 하지요.

이번 개인전 전시명이 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예요. 부침이 인생을 사신 작가님께 문장이 갖는 의미가 같습니다.
제가 직접 정한 전시명이에요. 제 인생 55년의 과거, 현재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 싶어요. 전시를 작품 이야기가 아니라 인내의 힘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현재까지 제가 인생에서 맞닥뜨린 인내의 순간들이요.

빅판을 7년이나 하셨어요. 그만두신 얼마나 되셨죠?
2019년 봄에 책을 출간하면서 그만두었죠.(* 편집자 주: 임상철 전 빅판은 2019년에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을 생각의힘에서 펴냈다.)

빅판으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어떠세요?
독자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죠. 단골 독자도 많았어요. 제가 잡지마다 직접 쓴 편지를 끼워 넣었었거든요. 그래서 독자들이 더욱 제게 공감해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소년공 생활을 하다가 홈리스를 거쳐 빅판 생활을 했잖아요. 빅판 할 때를 생각해보면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분이 있나요?
아유, 많죠. 튀르키예로 이민 가신 분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시청역에서 판매할 때인데 근래까지 영양제를 챙겨 보내주고 그러셨어요. 이제는 이민 가서 더 뵐 수는 없게 되었지만요. 제가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그분은 이민 가서도 고양이 사료를 보내주세요. 그분도 고양이를 키우시거든요. 가까운 곳에 계셨으면 오셔서 전시라도 관람하셨으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홈리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신데요. 현재 자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빅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막연하게 생각만 하면, 생각만 하다 끝나요. 일단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게 뭐든지요. 너무 안주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한 번 사는 건데 더 용기를 내 해보고 싶은 걸 해보라고 전하고 싶네요. 임상철이라는 사람도 저렇게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데, ‘나도 그래야겠다. 내가 저이보다 못할쏘냐.’ 이런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모두가 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목표가 있다면요?
영국 빅이슈에 작가로 활동하면서 판매하는 분이 있어요. 그런 분하고 합동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빅이슈 출신 작가 합동 전시랄까요?(웃음)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감동을 주고 싶어요. 국제적인 빅이슈 판매원 문화 전시회를 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홈리스 월드컵처럼요. 홈리스 전시회요.


글. 안덕희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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