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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1호 커버스토리

작가 ○○○ ― 이상하고 유쾌한 농담 (2)

2023.01.18


'이 글은 '작가 ○○○ ― 이상하고 유쾌한 농담 (1)'에서 이어집니다.'

ⓒ 그림제공. ○○○

인간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등장인물에게서 눈을 수가 없어요. 형태 구상을 하실 사람과 닮은 느낌을 염두에 두셨던 건가요?
사람인 것은 맞지만, ‘인간’의 형태를 그대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추구하는 익명성을 유지하려면 인간의 어떠한 특징도 다 방해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포유류의 대표적인 외적 특징을 한두 가지만 따오자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흔한 모양새의 캐릭터가 되었네요. 동물 얼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작업에 있어 아이디어나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요.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농담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오는 것 같아요. 밖으로 차마 꺼내기 민망한 시시한 농담들이나 말장난, 그런 짧은 대화가 큰 파장을 가져오게 되는 가상의 상황들에 대해 상상하곤 해요. 혹은 그런 말들이 세계관의 전부인 짧은 이야기들에 대해서요. 그런 시시콜콜한 대화들에 대해 생각하고, 자주 적어둡니다.

ⓒ 그림제공. ○○○

<무슨 만화> <어떤 만화> 이후, ○○○ 작가님의 만화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상상해보셨나요?
<무슨 만화>나 <어떤 만화>와 같은 형식으로는 내용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영원히 연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만화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얘기를 여전히 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SNS 만화 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조금 다른 길로 샜다가 다시 돌아올까, 싶은 마음도 들고요. 요즘은 만화가 아닌 것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아예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만약 만화를 그린다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손 그림 네 컷 시리즈를 그려보고 싶어요. 아무리 제가 벗어나겠다고 말해도 만화는 결국 꾸준히 그리게 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들어요.

도트와 픽셀, 작가님 만화에서 사용되는 글씨체 등이 어디서 듯한 익숙함을 자아내서 공감받는 같아요. 그럼에도 매번 작품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비결은 뭘까요?
매번 신선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제 그림을 하도 많이 봐서 지루할 때가 많거든요.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가늠이 안 되다 보니, 작업할 때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지루해질 때마다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은 맞아요. 제가 그리기 편하고 익숙한 그림체나 구도가 되었다 싶으면 일부러 더 못 그리려고 하거나, 색을 낯설게 쓰거나 하면서 편한 방식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것이 저의 일종의 노력입니다.

ⓒ 그림제공. ○○○

만화가가 직업이라기보다 일상에 가깝다고 하셨어요. 즐겁게 일할 있는 동력이 중요한데, 작가님께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집에서 일만 하다 보니 즐거움과 웃음의 원천을 찾기가 무척 어렵네요.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최근의 즐거움은 식물 기르기에요. 특히 튤립과 같은 계절별 구근 기르기가 재미있어요. 초보 ‘식물 집사’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구근들이 피워내는 꽃이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웃음은 어쩔 수 없이 OTT나 유튜브 같은 시청각 매체로부터 찾고 있어요. 밖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구경하는 게 취미가 되었어요. 짧은 시간에 다양한 유행과 유머 포인트를 수집하듯 볼 수 있어서 ‘최신 트렌드 단기 속성 과외’를 받는 느낌이에요. 요즘 고인돌처럼 집 안에 앉아서 신문물로부터 계속 멀어지기만 하다 보니 이런 과외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어요.

작가 활동명이신 ‘○○○’ 어떻게 읽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지요. 작가님의 그림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시는지요?
우선 제가 그리는 것이 주로 만화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사이에 잠시라도 ‘이상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익명의 누군가가 전달하는 이야기인 만큼,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가져갔으면 좋겠고요. 저는 이상하고 웃기고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것들을 한데 모아 말하면 ‘썰렁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게 썰렁함뿐일지라도…! 앞으로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황소연
그림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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