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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5 컬쳐

MOVIE ― <스즈메의 문단속>

2023.03.21

<스즈메의 문단속>

ⓒ' <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소메타니 쇼타
개봉일: 3 8

바다가 보이는 규슈의 조용한 마을에 사는 소녀 스즈메는 어느 날 아침 등굣길에 눈에 띄는 청년 소타를 만나게 된다. 바닷가 아침 햇살에 비친 소타의 미모에 절로 “아름답다”는 혼잣말을 되뇌던 스즈메에게 소타가 말을 건다. “이 근처에 혹시 폐허 없니?” 이 무슨 괴상한 인사인가. 마침 마을 근처 산속에는 쇠락해 사라진 폐교가 있다. 소타에게 폐허의 위치를 알려주고 다급하게 학교로 향하던 스즈메는 무엇에 이끌린 듯 소타가 향한 폐허로 뛰어간다. 그곳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정체불명의 문을 닫으려 하는 소타가 있었다. 혼자 막기에는 감당 안 되는, 불길하고 거대한 연기가 문 너머의 세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스즈메는 “도망쳐”라는 소타의 말을 무시하고 소타를 도와 있는 힘껏 문을 닫는다. 일본 각지에는 문 너머에 재난이 도사리고 있고, 소타는 대를 이어 재난의 문을 막는 역할을 해온 것. 다친 소타를 집으로 데려가 치료하던 중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저주를 걸자 소타는 의자로 변해버린다. 스즈메는 의자로 변한 소타와 함께 ‘다이진’을 찾아 배를 타고 시코쿠로 향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대략의 영화 줄거리만 들어도 알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전작에 이어 감독이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회복과 위로를 담고 있다. <너의 이름은.>이 ‘만약 그날 재난이 닥치지 않았다면’을 전제로 한 평행 세계를 그리는 것 같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느 때와 같이 평온했던 나날에 재난이 들이닥쳐 사람들이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말한다. 평소처럼 “잘 다녀왔니” 인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나날. 사랑하는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문을 열어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하고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처음 만난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며 머나먼 여정을 향하는 스즈메의 행동을, 마음이 굳어버린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배와 기차를 타고 도쿄까지 간 스즈메를 데리러 온 이모는 스즈메에게 말한다. “스즈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구나.” 저주에 걸려 재난의 세계에서 몸이 굳어가는 소타를 구하기 위해 스즈메는 두려움 없이 문을 연다. 재난 후 일상의 회복, 위험한 곳에서 사람들 모르게 중요한 일을 해내는 영웅을 기리는 신카이 마코토 식의 제례.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으로부터 12년이 흘렀지만, 감독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죽음과 예기치 못한 수많은 이별을 영화로 위무한다. 앞으로 오지 않은 미래가 어둡고 무서울지라도 내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우리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된다는 가사를 담은 엔딩곡까지. 영화는 지나간 슬픔과 이별, 다가올 만남들을 축복한다.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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